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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항 ‘러 전용’ 부두에 석탄 쌓여…‘러시아산 석탄’ 수출 재개 여부 주목


북한 라진항의 '러시아 전용' 부두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공터(왼쪽 사각형 안)와 부두에 석탄이 쌓인 장면을 볼 수 있다. 공터와 부두 사이에는 석탄의 이동 흔적도 식별된다. 사진=Planet Labs
북한 라진항의 '러시아 전용' 부두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공터(왼쪽 사각형 안)와 부두에 석탄이 쌓인 장면을 볼 수 있다. 공터와 부두 사이에는 석탄의 이동 흔적도 식별된다. 사진=Planet Labs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라진항에 이번엔 다량의 석탄이 쌓였습니다. 한때 러시아산 석탄의 출항지였던 이곳에서 관련 활동이 재개된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진항 ‘러 전용’ 부두에 석탄 쌓여…‘러시아산 석탄’ 수출 재개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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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라진항에서 변화가 관측된 건 지난 14일입니다.

이날 이곳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전용으로 알려진 서쪽 부두 일대가 검은색 물체, 즉 석탄으로 가득한 장면이 보입니다.

석탄은 부두에서 내륙으로 약 300m 떨어진 공터와 배가 정박하는 부두에 놓였습니다.

최초 공터로 옮겨진 석탄이 다시 부두로 이동한 듯 둘 사이에는 검은색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석탄이 옮겨질 때 바닥에 남은 이동 흔적입니다.

이곳엔 지난 7일을 전후해 석탄이 쌓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4일까지만 해도 공터와 부두는 맨 바닥을 드러냈지만 7일엔 이곳이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이어 일주일 뒤인 14일엔 그 면적이 더 넓어진 것입니다.

라진항에서 석탄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건 지난 2021년입니다. 하지만 당시엔 바로 옆 북한 부두에 석탄이 쌓였습니다.

러시아 전용 부두를 기준으로 이처럼 많은 양의 석탄이 포착된 건 지난 2019년 이후 약 5년 만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포착된 석탄이 북한산이고, 이후 해외로 향한다면 이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라진항의 최근 변화 모습. 4일(왼쪽)까지 맨 바닥을 드러내던 곳에 7일과 14일 석탄이 점차 쌓인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라진항의 최근 변화 모습. 4일(왼쪽)까지 맨 바닥을 드러내던 곳에 7일과 14일 석탄이 점차 쌓인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하지만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담은 결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라진-하산’ 일대에서 선적되는 러시아산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산 광물을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이를 한국으로 보내는 일명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입항을 6개월 동안 금지하는 자체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중국 기업 등이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 수입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의 수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VOA는 지난 2019년 10월 라진항에서 중국 랴오닝성 판진시와 광시 좡족자치구의 팡청강시로 운항할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선박 수배 안내문’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선적물은 러시아 회사가 보유한 석탄 4만t이었습니다.

또 이듬 해인 2020년 4월엔 러시아산 석탄 5만t을 라진항에서 베트남 하롱 지역으로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는 안내문이 배포됐고, 6월에는 최종 목적지를 중국 칭다오로 한 석탄 5만t에 대한 운송 공고가 떴습니다.

그러나 이후 VOA 취재 결과 이들 러시아 석탄은 어떤 배에도 실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수출 자체가 무산된 것입니다.

당시 선박 업계 관계자는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이유를 들며 “실제 입찰에 나서는 선박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라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러시아산 석탄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나온다는 점이 선박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러시아가 라진항을 통해 자국 석탄의 수출을 추진 중인지 주목됩니다. 또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이를 운송할 선박이 나타날지도 관심입니다.

한편 VOA는 러시아 정부에 라진항을 통한 석탄 수출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 의혹을 받을 만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백악관은 라진항에 선적된 컨테이너가 러시아 선박에 실려 러시아 항구로 옮겨진 뒤 열차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한다고 전했는데, 미국은 러시아로 향한 컨테이너만 1만 개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존 켈리 미국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이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무기를 조달하는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했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존 켈리 미국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이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무기를 조달하는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했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존 켈리 미국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입니다.

[녹취: 켈리 참사관] “Since last September, Russia has procured over 11,000 shipping containers of munitions and munitions related material from the DPRK in violation of the UN arms embargo on the DPRK.”

“지난해 9월 이후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며 1만1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수품과 군수품 관련 물자를 조달했다”는 설명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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