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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포착된 ‘분주한’ 라진항…‘고화질’ 사진 속 컨테이너 수백 개 새롭게 확인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지난해 10월 6일 자 위성사진. 120m 길이의 러시아 선적 추정 선박이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지난해 10월 6일 자 위성사진. 120m 길이의 러시아 선적 추정 선박이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있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지난해 10월 북한 라진항에서 포착돼 북러 무기거래 의심을 낳았던 대형 선박과 주변의 수상한 움직임이 고화질 위성사진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낮은 해상도 때문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던 수백 개의 컨테이너와 분주한 선적 작업이 생생히 찍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제의 선박은 지난해 10월 6일 라진항에 정박한 120m 길이의 대형 화물선입니다.

러시아 선적의 ‘레이디R’호로 추정되는 이 배의 북한 항구 입항 사실은 당시 VOA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장소에서 또다시 대형 선박이 포착되면서 양국 간 군사 협력이 심화된다는 우려를 낳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장소를 촬영한 에어버스의 고화질 위성 사진이 최근 구글어스에 공개되면서 ‘수상한’ 선적 작업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고해상도 사진에 담긴 라진항 부두에는 수백 개의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컨테이너 행렬은 100m가량 이어지는데, 남북 방향으로 40개씩 2줄로 놓여 위에서 내려다보면 80개가 각을 맞춰 쌓여 있습니다.

컨테이너가 2개 층으로 쌓인 것이라면 160개, 3개 층으로 쌓였다면 240개가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부두에 선체를 바짝 댄 선박은 가운데 부분의 적재함 3분의 1가량을 개방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미 상당수의 컨테이너를 실었습니다.

뛰어난 해상도로 컨테이너 위에서 작업 중인 인부 3명의 그림자까지 식별됩니다.

이들은 선박과 컨테이너 더미 사이를 오가는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제대로 집어들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박과 컨테이너 더미 사이로 보이는 공간에는 열차가 다니는 선로도 깔렸습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이 열차를 이용해 이곳으로 컨테이너를 운송한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선로를 따라 북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지점에선 6m 길이의 컨테이너 20개를 싣고 있는 열차가 보입니다. 부두로 컨테이너를 옮기거나 부두에서 하역된 컨테이너를 북한 내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라진항에서 약 2km 떨어진 기차역에서 컨테이너 20개를 싣고 있는 화물 열차가 보인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북한 라진항에서 약 2km 떨어진 기차역에서 컨테이너 20개를 싣고 있는 화물 열차가 보인다.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앞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 라진항에 러시아 선박 3척이 드나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공개된 3척과 비교할 때 이날 포착된 선박은 크기와 외형이 레이디R호와 흡사합니다.

레이디R호는 북한에서 군수품을 선적해 러시아로 운송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결국 북러 무기 거래에 동원돼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선박이 지난해 10월 6일 북한 라진항에서 또다시 포착된 것입니다.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적재된 컨테이너를 촬영한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라진항에서 선적된 컨테이너가 러시아 선박에 실려 러시아 항구로 옮겨진 뒤 열차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은 "북한은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컨테이너들이 선박과 열차를 통해 이동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은 "북한은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컨테이너들이 선박과 열차를 통해 이동하는 정황이 담긴 사진 3장을 공개했다.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2일 영국 국방부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 라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싣는 선박을 담은 위성사진을 유엔에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포착된 레이디R호의 행적도 영국 국방부의 위성사진에 포착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VOA는 라진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해 8월 26일 최초로 의심 선박이 포착된 이래 연말까지 이 일대를 출입한 선박이 26척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올해 들어선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6척의 선박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물론 지난해 10월 포착된 레이디R호를 비롯해 작년과 올해 발견된 32척의 선박이 모두 무기 운송에 관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곳을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하기 직전까진 라진항에 선박의 왕래가 전혀 없어 갑자기 포착되기 시작한 대형 선박의 빈번한 입출항은 매우 주목되는 변화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 간 무기 거래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지난해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한 미국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이는 존엄 높은 유엔 회원국인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허위정보 캠페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In addition, we categorically reject the US allegation of the alleged DPRK Russia arms dealings. It is a politically motivated disinformation campaign aimed at tarnishing the image of the DPRK, a dignified UN member state. Instead of absolutely claiming absurdly claiming about non-existent arms dealings, the US must once and for all stop supplying lethal armaments to Ukraine which cause bloodshed and prolongs the world.”

러시아도 같은 회의에서 북러 무기 거래 의혹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양자 관계 발전과 관련한 미국과 그 동맹국의 추측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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