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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 외교관 한국 망명 뒤늦게 알려져…"전 노동당 39호실장 사위"


국제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이 옷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핀을 달고 있다. (자료사진)
국제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교관이 옷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핀을 달고 있다. (자료사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를 지낸 북한 외교관이 지난 2019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해 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북한 핵심계층의 한국 망명이 이어지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연합뉴스’ 등은 25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 2019년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쿠웨이트 근무지를 이탈해 그해 9월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쿠웨이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근거해 북한대사관 외교관 숫자를 대사 포함 9명에서 4명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서창식 당시 대사를 추방하면서 대사대리를 맡게 됐습니다.

당시 류 대사는 참사관 직급으로, 대사에 이어 차석 지위로 대사대리를 맡았습니다. 북한 해외공관 직급은 보통 대사, 공사, 참사, 1~3등 서기관 순으로 편성됩니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은 쿠웨이트와 그 주변국가들에 나가 있는 수 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중동에서도 거점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평양외국어대학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북한 외무성에서 근무하면서 북한의 주요 무기 수출국인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자식의 미래를 걱정해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의 아내 전모 씨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평양 소재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엘리트입니다.

특히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을 지낸 전일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관 출신 탈북민으로,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에서 39호실 실장의 사위이자 외교관으로 참사직까지 올라 임시대사대리까지 했을 정도면 특권층”이라며 “하지만 북한에서 특권층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해외에 나와 비교 개념이 생기면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해외 주재 외교관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와 대사 추방 등 외교적 압박 속에서 본국에서 할당받은 외화벌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류 전 대사대리가 망명할 당시는 본격적인 대북 제재 강화 추세 속에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과 외화벌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조만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놓였던 시기입니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한국에 망명한 시점도 류 전 대사대리보다 불과 두 달 정도 앞선 2019년 7월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별한 어떤 정치적 동기보다는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이 원인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향후에도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고요 이미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런 북한 고위층이나 경제계 큰손들이 이미 북한을 떠나는 일종의 엑소더스의 일환으로 봐야 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핵심계층의 잇단 망명은 김정은체제 불안정의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최근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체제 이완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가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장의 사위라는 점 또한 주목을 끄는 대목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최고지도자의 비자금을 조성, 관리해 온 노동당 39호실은 고려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알짜기업을 소유하고 미화 100달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 제작과 마약 거래 등을 통해 외화벌이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일춘은 앞서 지난 2010년 12월 북한의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 정책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개인제재 명단에 추가되면서 자금 확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2017년쯤 교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통일부는 2018년 1월 배포한 ‘북한 권력기구도 주요 변경사항’에서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이 전일춘에서 신룡만으로 교체됐다고 공식 확인한 바 있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류 전 대사대리가 참사관급이었기 때문에 고위 외교관으로 보긴 어렵지만 핵심계층 가족으로서 고급정보 접근에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쿠웨이트 대사를 누가 했다는 것 보다 이 사람은 대사급은 아니더라도 전일춘의 사위로서 노동당 39호실 정보를 듣게 됐다면 그 정보가치가 훨씬 더 중요한 거죠. 따라서 공식 직급은 고위급으로 볼 수 없지만 개인적 정보 가치는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돼요.”

류 전 대사대리의 류현우라는 이름은 한국에 들어와 주민등록 과정에서 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은 류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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