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북한 평양의 한 학교 교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관한 수업을 했다.
지난 5월 북한 평양의 한 학교 교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관한 수업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7개월 넘게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최근 국가방역 비상이 장기화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전 세계 5개국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이라고 지적합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5일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등 일부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해당 국가들이 비상제한 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며, 방역 조치를 완화했던 지역에선 코로나가 재확산했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녹취:북한 조선중앙TV] “지난 6월 전국적으로 제한 조치를 완화하자 (스페인) 까달루냐주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붐비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한 달도 못돼서 청년들 속에서 감염자들이 급격히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관영매체가 해외 사례를 거론하면서 북한 당국의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모습입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달 27일 보도를 통해 “비상방역 상황의 장기화는 국가 비상방역 사업에서의 최대 각성, 강한 규율 준수 기풍의 장기화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경 봉쇄 등으로 경제난과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봉쇄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방침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으로 번지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경을 전면 차단하는 등 고강도 제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녹취:조선중앙방송] “해당 부문에서는 국경.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해 비루스가 침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적으로 완전히 차단해야 하며…”

이로 인해 대외무역뿐 아니라 외교관계도 사실상 단절하다시피 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교역액은 5억 3천 905만 달러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약 80% 줄었습니다.

올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4월 농사철 필수품목 수입으로 북-중 교역 규모가 일시 증가했지만 5월은 전달보다 89% 감소해 100만 달러 수준인 1, 2월 상황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해 평양 주재 영국, 스웨덴, 독일 등 서방국가의 대사관들이 철수한 데 이어 올해는 체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대사관도 줄줄이 평양을 떠났습니다. 

북한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던 국제기구 직원들도 지난 3월을 기해 모두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들어 한 때 북-중 최대 교역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교역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로 인해 정확한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25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주간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까지 총 3만 1천 83명이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확진자는 없다고 WHO에 보고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팬데믹 초기 미국과 한국 등 외부 지원을 거부한 데 이어 백신 확보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은 탄자니아, 아이티, 에리트리아, 부룬디 등과 함께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5개국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백신 공동배분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에 백신 지원을 요청했고, 코백스는 당초 5월 말까지 북한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 회 분을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필요한 7개 행정절차 중 현재 2개만 완료했고, 외국인 구호요원들의 방북도 거부해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습니다. 

북한 매체도 세계적인 코로나 동향에 대해 상세히 전하고 있지만 백신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5월 해외에서 백신 접종 이후에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거나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백신 만능론’을 비판하고, “우리식 방역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접경 지역에서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국내에서는 이동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북한식 방역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전염병·역학 전문가인 미 워싱턴대학 조나단 메이어 명예교수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북한에서 코로나가 얼마가 심각한지 알 수 없지만 면역을 형성하는 백신 접종만이 효과적이고 결정적인 방역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메이어 교수] “They seem to be having a significant problem in North Korea with COVID, but nobody seems to know exactly how severe it is. But the only way that is really effective to prevent is vaccination. Vaccination is, really the definitive answer. The vaccination is important because it conveys immunity. Immunity means that if somebody is exposed to the virus…”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을 언급하며 간부들을 크게 질책한 가운데, 이것이 백신을 포함해 외부 지원을 수용하기 위한 포석인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중국 외교부도 최근 북한이 필요하다면 지원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코백스를 통해 북한을 포함한 중저소득 국가 92개국에 백신 5억 회 분 지원 계획을 공개했지만 북한에 대한 직접 지원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