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꼽히는 북한 내 기독교인들의 역사를 다룬 책 ‘그루터기’가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저자인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 기독교인들을 7만여 명으로 추산하면서, 혹독한 박해 속에서 신앙을 유지하는 북한의 기독교인들을 기억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김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기자) 책 제목이 ‘그루터기’입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김 교수) 그루터기는 일반적으로 나무의 밑동을 얘기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북한 안에서 과거 37만 명이 됐던 기독교인들이 공산 정권의 탄압으로 교회를 다 떠나고 개별적으로 많이 흩어져 있는데, 박해를 받아 소멸된 이후에 남은 신앙인들을 의미하는 겁니다.

기자) 17년 동안 그런 그루터기 신앙인 가족과 여러 자료를 분석하면서 책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 교수) 한국 교회가 물질주의와 풍요로움 때문에 많이 쇠락해가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박해를 받고, 순교하고, 추방당하고... 정말 고통과 아픔을 너무 많이 겪으며 북한의 신앙인들과 교회가 소멸되어 갔습니다. 우리가 이 소식을 듣는다면 그 아픔에 같이 동참하고 회개하고 변화돼 다시 부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열망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기자) 북한에 과거 기독교인이 37만 명에 달했다고 하셨는데, 북한 당국은 유엔에 1만 5천여 명의 신도가 북한에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신앙인이 급감한 건가요?

김 교수) 북한 정권의 혹독한 압박과 탄압 때문이죠. 주로 세 갈래로 탄압을 했는데, 한 무리는 즉결처형과 투옥, 다수는 추방이었죠. 함경북도 지방으로 대대적인 추방을 했습니다. 또 추방이나 투옥되지 않은 채 감춰진 사람들, 즉 잠적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자) 그런 혹독한 상황에서 남은 신앙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김 교수) 증언을 들으면, 3대에 걸쳐 자녀들에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절대 신앙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녀들에게 신앙 얘기를 했을 때 자녀들이 잘못될 수 있고, 가족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만 신앙을 유지하고 가족에게 한 마디도 전할 수 없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신앙인들이 많이 사라져간 겁니다. 그중에 일부 가정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얘기하는 경우, 몇몇 가정은 어렸을 때 얘기한 가정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 내 기독교인 수를 몇 명으로 추산하십니까?

김 교수) 여러 선교회도 만나고 저 나름대로 평가한 결과 7만 명 정도 있지 않을까? 그냥 추측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근거로 대략적인 추정 자료입니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규모보다는 훨씬 많다고 볼 수 있고, 또 일반 선교회가 주장하는 몇십만 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선교회들의 추정은 인구학적으로 옛 가족들이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전체적으로 추정한 것인데, 최대 70만 명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사라져서 흔적도 찾기 힘듭니다. 제가 말씀드린 7만 명은 북한 안에 현존하는 그루터기의 가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람들입니다.

기자) 탈북한 그루터기 신앙인 가족 10명을 심층 면담하셨는데, 어떤 사람들인가요?

김 교수) 과거 목사 가족 3명, 장로 가족 4명, 평신도 가정 3명을 저희가 인터뷰했습니다. 가족 중에 즉결처형된 분도 있고, 58년도까지 살아계시다가 체포돼 68년도에 감옥에서 사망하신 가족도 있고. 대체적으로 58년도 중앙당의 집중지도 이후 전체 종교인들을 분류한 결과 45만 명이 됐는데 그중에 남은 기독교인들도 20~30만 명이 됐겠죠. 58~60년도 사이에 대대적인 추방(강제이주)이 이뤄졌다는 것도 10가정을 인터뷰하면서 대체적으로 확인한 겁니다.

기자)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연맹과 칠골교회, 봉수교회는 순수 교회가 아닌 대외 선전용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이들도 그루터기의 일부로 보시나요?

김 교수) (그렇습니다.) 인터뷰한 분들 중 과거 북한 정권에 협력했던 가정이 있는데, 손녀의 증언을 들으니까 목사님이셨던 할아버지가 78년~79년까지도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시는 모습, 할머니가 피아노를 치는데 나중에 보니까 찬송가 곡조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런 증언을 보면 북한에서 말하는 지상교회 즉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여기에 동원되는 분들, 또 그쪽에서 일하는 분들의 상황도 달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통제하기 때문에 지상교회는 가짜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럼 북한 당국도 이런 칠골교회, 봉수교회 등 지상교회 신앙인들의 존재를 조작이나 선전이 아니라 실제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건가요?

김 교수)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내부적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교회를 세워서 지상으로 끌어내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지하에서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위험성을 북한 당국이 미리 간파하고 오히려 지상으로 드러내서 통제조직으로 활용도 하면서 또 대외적으로 국가에 필요한 활동도 할 수 있도록 드러냈다는 거죠. 비판적인 사람들은 북한 당국의 정치적 통제 목적 달성을 위해 교회가 존재한다고 보지만, 저는 그것만이 100%는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 내 기독교인들의 역사를 다룬 김병로 교수의 저서 ‘그루터기’.

기자) 하지만 성경책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북한 사회에서 신앙이 제대로 유지·전수될 수 있을까요?

김 교수)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루터기 분들 말고, 대대로 신앙을 2~5대째 내려오는 일반 가정의 신앙을 보면, 믿음이 상당히 약하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주로 이분들이 강조하는 신앙은 ‘하늘 신앙’입니다. 어떻게 보면 예수와 관련된 신앙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랫동안 접촉 없이 내려온 사람들은 하나님이란 말을 북한에서 절대 못 하죠. 그래도 자녀들에게 하늘을 보고 빌어라. 하늘은 다 듣고 있다. 이런 하늘 신앙을 계속 강조하면서 기독교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윤리적 실천을 강조합니다. 남을 도와주라, 술·담배 하지 마라. 그런 것이 가정에 흐르는 윤리적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대북 지원을 하거나 탈북민 돕는 단체들을 보면 기독 신앙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루터기 신앙과도 연관이 있는 겁니까?

김 교수) 예수님 말씀이기 때문이죠. 긍휼히 여기고 어려운 자를 돕고. 그런 것이 신앙의 가치로 내면화돼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니까 찾아가서 먹여주고 영혼을 사랑하니까 복음도 전하고 하는 거겠죠. 특히 기독교인들은 1907년에 평양으로부터 기독교 부흥이 일어나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정말 탄압을 받으면서도 교회가 살아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남쪽에 와서 교회를 부흥시켰으니 우리가 빚진 자 심정에서 북한 주민을 섬기고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한 쪽에 다 있죠.

기자) 한국에는 기독교 1천만 명을 비롯해 다양한 종교인들이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루터기’를 읽는 한국의 신앙인들이 북한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길 기대하십니까?

김 교수) 3대째 다 소멸해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북한의 가족들. 그 가족은 그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아파했을지. 이런 데 대해서 마음을 쏟고, 같이 아파하며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이데올로기에 많이 가려져 있는 것 같아요. 독재체제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그루터기를 어떻게 물을 주어 살리고 싹이 나게 할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종교인들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담은 책 ‘그루터기’를 펴낸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