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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납북 KAL기 탑승객 황원 ‘자의적 구금’ 피해자”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가 지난 2018년 5월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가 지난 2018년 5월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엔이 50년 전 발생한 한국의 대한한공 여객기 납북으로 아직도 북한에 있는 황원 씨에 대해 ‘자의적 구금’ 피해자라고 판정했습니다. 북한이 법적 근거 없이 황원 씨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했다는 겁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은 1969년 12월 북한이 납치한 대한항공 KAL 여객기에 탑승했던 황원 씨가 북한에 의한 ‘자의적 구금’ 피해자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지난 2일 발표한 결정문에서, 11월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의견을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의적 구금이란 개인이 범죄를 자행했다는 증거나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는 것을 뜻합니다.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피해 당사자와 가족, 인권단체들의 청원을 받아 국제 인권규범에 맞지 않는 구금 사례를 조사하고, 자의적 구금 여부를 판단해 필요한 권고를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무그룹은 이번 결정문에서 1969년 12월 11일 한국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10여 분 만에 북한 공작원에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술했습니다.

북한이 납치된 50명의 승무원과 승객 가운데 이듬해 39명을 송환했지만 나머지 11명은 여전히 돌려보내지 않고 있으며, 그 중 한 명이 납치 당시 강릉에서MBC방송국 PD로 일하던 황원 씨라는 겁니다.

실무그룹은 황원 씨의 신체자유 박탈이 법적 근거나 정당성이 없다면서, 가택연금 등 법적 근거가 없는 황원 씨의 계속된 구금은 세계인권선언 제9조와 자유권규약 9조 1항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부가 북한에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구금된 사람이 없다며 적대세력의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는 등 ‘자의적 구금’ 의혹 사건들에 대해 계속해서 회피로 일관하는 것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실무그룹은 황원 씨가 납치된 이후 신체 자유를 계속 박탈돼 왔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 주장와 달리 황원 씨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북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11명의 진정한 의사 확인 요청 제안을 북한이 거부한 데서도 그 점이 입증된다는 겁니다.

또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 최종보고서에서도 이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하였다고 언급했습니다.

실무그룹은 황원 씨를 즉각 석방하고 국제법에 따라 배상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 구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황원 씨 구금에 대해 북한 정부가 완전하고 전면, 독립 수사를 보장하고 책임자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모든 국가들이 실무그룹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 점도 상기시켰습니다.

이번 실무그룹의 결정문은 황원 씨의 아들이자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의 대표인 황인철 씨가 아버지의 납북을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북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을 통해 실무그룹에 제출한지 약 1년 만에 공개된 겁니다.

50명 피랍자 중 39명이 귀환된 지 50년이 된 지난 2월에도 황인철 대표는 아버지의 송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황인철 / 1969년 대한항공 납치피해자 가족회 대표] “50년간 아무런 이유 없이 북한에 강제 억류된 우리 가족들이 아직도 송환되지 않았음을 알리며 국제사회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송환을 이룰 수 있도록 요구합니다.”

지난 2월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11명의 송환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강제 실종된 11명의 가족들이 사랑하는 이들에 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불확실성 속에 50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렸다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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