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 호와 'New Konk'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Vifine' 호와 'New Konk' 호는 등록 회사가 달랐지만, 확인 결과 두 회사의 주소는 같았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해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 호와 'New Konk'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Vifine' 호와 'New Konk' 호는 등록 회사가 달랐지만, 확인 결과 두 회사의 주소는 같았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북한의 심각한 대북 제재 위반 실태가 유엔 보고서를 통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불법 거래에 연루된 은행을 노출시키고 금지된 북한 화물을 입항시킨 항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20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불법 거래를 막는 보다 정밀하고 혁신적인 압박 방안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례를 밟도록 유도하는 것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인 와츠 전 위원은 해상 안보와 해적 퇴치 전략, 대량살상무기 전문가로 현재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KCL)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여전히 국제사회의 제재를 어기고 있는 정황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주요 조력자로 등장하네요.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닐 와츠)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두 나라는 북한이 핵무기에서 손을 떼도록 만들 방법이 없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례를 따르도록 하려는 듯합니다. 게다가 무역 전쟁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계속되는 한 제재 이행은 우선순위가 계속 떨어질 겁니다. 당국의 관심이 더욱 시급한 문제에 쏠릴 테니까요. 가령 항구에서는 화물 처리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받으면서 사람의 움직임을 통제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유엔 보고서 내용만 보면 제재가 과연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데요.

닐 와츠) 전문가 패널의 지난 2개의 보고서를 보면, 가속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대북 제재로 수출입이 금지된 정제유 제품 등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으니까요. 최대 압박 캠페인에 탄력이 붙어 한때 이런 움직임이 줄어드는 추세였고 이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뛰어들었는데 말이죠.

기자) 북한의 제재 회피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닐 와츠) 북한은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국경 이남 한국 사람들도 삼성 제품을 비롯해 놀라운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인들도 상당히 혁신적인 방안을 고안해 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이 그런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기자)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대북 제제의 일부 해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해 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의도가 깔렸다고 보시나요?

닐 와츠) 수출입 품목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일종의 공생관계를 갖고 있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두 나라가 거래 금지 품목들에 더욱 자유롭게 접근하려는 겁니다. 특히 북한 석탄이 그렇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한 데다 유황 함유량도 적어 중국의 경우 공해를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 대외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석탄 수출 등을 허용해 북한 경제를 지탱하게끔 하려는 건데, 그래야 북한이 석유 수입 대금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거래가 금지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수입 대금을 치를 현금을 확보하게끔 말이죠.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제재 회피에 직접 연루돼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닐 와츠) 국가 차원에서 공모하고 있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제재 이행을 엄중히 단속하지 않음으로써 당국이 다른 우선순위에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는 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불법 행위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을 식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으로선 그런 조력자나 개인과 공모하기가 매우 쉬워지죠. 상당한 정보가 드러나도 해당 회사와 개인을 조사하거나 징계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기자) 북한의 선박 간 불법 환적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가 벌인 해상 단속 활동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겁니까?

닐 와츠) 어떤 결과가 ‘효과적’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는 사안입니다. 각국의 해상 작전의 목적은 북한의 불법 행위를 널리 알리려는 데 있습니다. 환적 현장을 촬영해 가담자를 적발하고 노출시키려는 것입니다. 이들을 식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적을 감추거나 선박명을 지우고 무선 신호를 바꾸는 등 갖은 수법을 사용해 해상 감시를 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상 감시 활동을 통해 이 같은 불법 행위의 규모와 범위를 노출시켰고 가담자 또한 식별해 각국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기자) 해상 작전이 선박 간 환적 장면을 촬영하는 데 그칠 뿐 해당 선박에 모종의 조치를 취할 권한은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닐 와츠) 해상 감시가 사진을 찍는 것까지만 가능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선박의 동선, 위성 사진 정보 등과 함께 수집해 이들의 항해 기록과 수법을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와 언론이 누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에 이런 정보가 잘 나와 있습니다.

기자) 불법 행위 정황이 분명하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동의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해당 선박을 억류할 수 있지 않나요?

닐 와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들은 억류할 수 있지만, ‘항해의 자유’라는 오랜 관습법을 고려해야 하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특히 공해 상에서의 억류는 매우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언제든 보복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선례를 남기는데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영국령 지브롤터 해역에서 영국 해군이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자 이란이 보복성 억류를 실행했던 예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공해가 아니라) 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의 영해에서 적발된 배들은 압류 조치됐습니다.

기자) 대북 제재의 더욱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어떤 조치들을 제안하시겠습니까?

닐 와츠) 가장 쉬운 단계의 조치에서부터 정밀하고 더욱 혁신적인 제재 강화 방안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위반 행위에 연루된 선박들을 더 많이 제재 대상에 올리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엔 대북제재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포함된 선박과 기업, 개인들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법 거래에 연루된 은행들을 노출시키는 것인데, 더욱 복잡한 일이고 더 많은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금지된 북한 화물을 입항시킨 항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선박의 판매와 폐기도 검증과 실사, 보고 차원에서 심각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영역입니다.

기자) 그런 제재가 철저히 이행될 경우 실제로 북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십니까?

닐 와츠) 북한 주민들은 어려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정권 교체까지 생각한다면 상당한 내부 압박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제재를 더욱 강력히 이행한다면 북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북한의 거의 모든 상품이 바닷길을 통해 선박으로 운송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섬과 다름없는 북한의 북쪽 국경까지 막아 버린다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겁니다. 하지만 그런 조치는 인접국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데, 유엔 결의안 초안에서 봤듯이 중국과 러시아는 그냥 넘어가려고 하고, 대북 제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국면 속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닐 와츠) 감염증 확산을 이용하려는 기회주의적 행동이거나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인도주의 면제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인식 부족 때문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유엔은 인도주의 노력과 관련 물자를 북한에 보내도록 승인할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자) 해군 대령으로 복무한 해상 작전과 무기 전문가로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닐 와츠) 북한의 무기 개발을 막기에는 기술이 너무 크게 진전된 상태라는 지적도 있지만, 저는 미사일 사거리와 정확도 측면에서 북한이 여전히 개발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봅니다. 북한이 계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사일 기체 제작과 관련해 더 강력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사거리를 늘리는 일이 남았고 미사일 역량의 핵심인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유도 장치를 개선시키는 작업도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으로부터 대북 제재 위반 실태와 효과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