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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선거 출마 탈북민들 고배..."패배 아닌 값진 경험, 다시 도전할 것"


영국 지방선거에서 덴턴 사우스 지역구의 보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티모시 조씨(왼쪽). 사진=티모시 조.
영국 지방선거에서 덴턴 사우스 지역구의 보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티모시 조씨(왼쪽). 사진=티모시 조.

탈북민 최초로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박지현 씨와 티머시 조 씨가 모두 당선에 실패했습니다. 이들은 북한과 다른 자유 세계에서 값진 민주주의의 경험을 했다며 선출직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6일 실시된 영국 지방선거에서 맨체스터 수도권 지역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탈북민 출신 박지현 씨와 티머시 조 씨가 모두 고배를 마셨습니다.

베리(Bury) 자치구의 무어사이드(Moorside) 구역 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박지현 씨는 7일 최종 개표 결과 984표를 얻어 7명의 후보 중 3위를 차지했습니다.

[녹취: 베리 자치구 선거위원장] “ Ji-Hyun Park, The Conservative Pary candidate 984…”

2명의 구의원을 뽑는 이 지역에서 각각 1천 655표와 1천 434표를 얻은 두 노동당 후보에 밀려 당선 문턱에서 좌절된 겁니다.

탈북민 박지현 후보가 출마한 영국 베리(Bury) 자치구 내 무어사이드(Moorside) 최종 개표 현황
탈북민 박지현 후보가 출마한 영국 베리(Bury) 자치구 내 무어사이드(Moorside) 최종 개표 현황

박 후보는 그러나 7일 VOA에, “패배가 아니라 성공”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후보] “패배가 아니죠. 저는 성공이라고 봅니다. 정말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나라에 와서 지역 주민들한테 제가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뿌듯합니다. 사실 투표라는 것이 지역 주민들한테 인정을 받는 거잖아요. 근데 제가 이렇게 인정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믿어주셨다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합니다.”

베리 구의회 보수당 측은 두 명을 뽑는 무어사이드 구역에서 투표용지에 1명만 기표해 사표 처리된 게 이례적으로 897건에 달한다며, 사표 중 다수가 보수당일 가능성이 커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후보는 그러나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이번 선거를 통해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후보] “아쉬움은 사실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아직 이 사회를 다 모르고요.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진짜 민주주의를 봤습니다. 선거 시작부터 개표 마지막까지 보면서 정말 놀랐습니다. 북한에 있었으면 경험도 못할 일이잖아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을 대표해서 저희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먼저 경험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뿌듯합니다.”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박지현 후보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유세 홍보물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박지현 후보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 유세 홍보물

박 후보는 2년마다 실시되는 영국 지방선거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1년 연기돼 실시된 만큼 내년에 다시 선거가 있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맨체스터 수도권 테임사이드(Tameside) 자치구 내 덴턴 사우스(Denton South) 구역에 역시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던 티머시 조 씨도 2위로 낙선했습니다.

조 후보는 1명을 뽑는 이 지역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유효 투표의 26%인 689표를 받아 65%의 압도적 표를 얻은 노동당 후보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민 티머시 조 씨가 출마한 테임사이드(Tameside) 자치구 내 덴턴 사우스(Denton South) 구역 최종 개표 현황
탈북민 티머시 조 씨가 출마한 테임사이드(Tameside) 자치구 내 덴턴 사우스(Denton South) 구역 최종 개표 현황

조 씨는 7일 VOA에, 당나귀가 노동당 꽃을 달고 나와도 이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동당 강세 지역에서 선전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낙심은 되지만 그래도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한테 정말 고맙고, 이 표를 받을 수 있었다는 자체가 많이 감사하고.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한데, 그래도 2019년 선거와 비교하면 제가 (보수당 후보로) 8%를 끌어올렸습니다.”

조 씨는 특히 “멀리 한반도에서 자신을 응원해준 남북한 동포들에게도 거듭 감사드린다”며 이제 지역 주민과 야당의 입장에서 현직 구의원들의 활동을 잘 감시하며 다시 의원직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게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는 견제와 균형, 국익을 중심에 놓고 가는 게 민주주의의 꽃이고 그게 중심 포인트입니다. 영국은 민주주의 다당제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처럼 당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요. 저희 북한분들은 이런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 그 부분이 없다 보니까 북한이 오늘까지 계속 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거고. 견제할 부분이 없고 모니터링! 체크해줄 부분이 없다 보니 공백이 계속 흑백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죠.”

영국의회 행정관으로 있는 조 씨는 “앞으로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지역 주민들의 힘든 부분을 대변하면서 정치를 계속 배우고 경험해 미래 북한의 변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박지현 씨도 많은 탈북민들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아직 달려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후보] “비록 기대에는 보답하지 못했지만, 저희가 나아가는 길이 앞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고 또 저희가 먼저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앞으로 북한이 변화됐을 때 우리 북한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돼 정말 감사합니다. 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북한 난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본인들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치라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도 우리의 재능을 박탈할 권리를 가진 자가 없기 때문에, 우리를 모두 응원하고 있으니까 모두 힘내고 머리 당당히 들고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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