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정상회담을 두 차례 개최하고 친서 교환을 하는 등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비핵화와 관련해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4년간 양측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취임 초기 북한 문제는 미국이 직면한 도전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등으로 북한의 무기 역량은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오랜 기간 중단됐던 북한과의 외교는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취임 첫 해 북한을 상대로 ‘화염과 분노’ 등의 발언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정권를 넘겨 받을 당시 북한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2018년에 접어들면서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의용 당시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자 국무장관에 내정됐던 폼페오 장관이 그해 3월31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지난 2018년 3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중간에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측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녹취: 싱가포르 정상회담 현장음]

이 때 미국과 북한은 ‘새로운 미-북 관계 정립'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추구', '유해 송환' 등 총 4개 항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국무장관과 북측 고위급 인사가 이끄는 추가 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열어야 한다는 성명 내용과 달리 후속 비핵화 협상이 바로 시작되지 않았고 북한 측도 협상 카운터파트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폼페오 장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23일 후인 7월6일 방북했지만 기대됐던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마저 실패한 채 돌아왔습니다.

이후 양측은 두 정상의 친서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차원의 만남을 제외하면 비핵화에 대한 실무급 차원의 회동은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듬해 2월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으로 만났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예정됐던 시간보다 일찍 회담을 마쳤습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이견을 노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를 조건으로 한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영변 시설에 더해 추가 양보를 원했고, 또 대북제재에 있어서도 ‘부분적 완화’까지 시사했지만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는 겁니다.

이 때부터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본격적인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후 미국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중심으로 북한 측에 실무협상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두드러졌던 ‘톱 다운’, 즉 정상간 해법이 다시 부각됐습니다.

또 이 자리에선 두 정상이 실무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교착상태에 대한 돌파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당초 2~3주 내에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실무회담은 3개월이 지난 10월에 열렸고, 이마저도 곧바로 결렬로 끝났습니다.

당시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미국과 협상에 나선 북한 측 김명길 순회대사입니다.

[녹취: 김명길 대사]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이후 양측은 추가 실무협상을 하지 못했으며, 두 정상간 친서 외에 이렇다 할 미-북 사이의 대화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은 기자회견장에서 “일을 완수하자”며 북한 측에 공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녹취: 비건 대표] “Let’s get this done. We are here and you know how to reach us.”

미국은 한국에 왔고 북한은 어떻게 미국 측에 연락할지를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대화의 자리로 나오라는 미국의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했던 북한의 ‘비핵화’는 결국 달성되지 못한 채, 북한 문제는 차기 행정부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