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과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역사적 첫 만남이었던 2018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이번 주로 2주년을 맞습니다. VOA는 오늘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세기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되돌아 보는 특집보도를 전해 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던 당시 상황이 어떻게 정상회담으로 급반전될 수 있었는지 그 배경과 의미를 전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입니다.

2018년 3월 8일 저녁 백악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에게 중대 발표를 합니다.

[녹취: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 "He expressed his eagerness to meet President Trump as soon as possible.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속한 만남’을 원했다고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이를 수락하고 5월 안에 만나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석 달 뒤 미-북 정상 간 세기의 만남이 이뤄지는 전환점이 된 발표였습니다.

미-북 두 정상이 매우 거친 말로 공방을 벌이며 전쟁 위기설까지 나돌던 몇 달 전 상황에서 대반전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 완성을 강조하며 2017년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등 탄도미사일 20발을 시험발사하고, 핵실험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유세 때 김 위원장과의 햄버거 회동 등 대화 의지를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강하게 반응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y will be met with fire, fury and frankly power the likes of which this world has never seen before."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미국과 동맹 보호를 위해서라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경고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2018년 신년사에서는 ‘핵 단추’까지 거론하며 맞받아치면서 위기는 더욱 고조됐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응수하며 ‘핵 단추’ 설전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분위기가 정상회담으로 급반전 된 겁니다 

이에 대해 각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전례 없는 최대 압박이 북한을 협상으로 돌아서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펜스 부통령] ““And after month months of steadfast American leadership, strong words and actions, things began to change. North Korea participated in the Olympics,”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지도력과 강력한 발언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북한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VOA에, 중국까지 제재에 적극 동참하게 만든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심각해진 북한 수뇌부의 자금 상황을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the international sanctions imposed on North Korea are different from the past. The sanctions now have a serious impact on North Korea's economy,”

특히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미치광이(광인) 전략’과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가 겹쳐지면서, 정권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 수뇌부의 셈법을 바꾸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한 ‘핵무력’ 완성을 지렛대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경제발전을 위해 협상에 나선 것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미-북 관계를 개선하며 `정상국가’화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아울러 당시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임자들이 해결하지 못한 북 핵 문제를 해결해 외교적 성과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도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8년 2월 한국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왼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가운데)과 악수하고 있다.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더해지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남측의 대북특사단 파견으로 미-북 정상회담은 추동력을 받았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특사단의 백악관 브리핑 뒤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를 평양으로 보내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정상회담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이어 폼페오 장관이 5월 초 재방북해 북한에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하며 역사적인 미-북 첫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에 동의하면 체제 보장과 번영을 약속한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계속 보냈습니다. 

그러나 순풍이 불던 분위기는 회담을 20여 일 앞두고 큰 위기를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4일,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겁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ased on recent statements of North Korea, I’ve decided to terminate the planed summit,”

발단은 회담이 가까워 오면서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에서 비롯됐습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비핵화 뒤 보상하는 방식의 리비아식 핵 포기를 언급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게다가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북한의 비핵화에 의구심을 나타낸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로 지칭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비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정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런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볼 때,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연락하라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 좌초 위기는 북한이 다음날 빠르게 유화적 자세로 돌아서면서 관성열차(롤러코스터)처럼 재추진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워장 등 북한 대표단과의 면담을 마친 후 대표단을 배웅하기 위해 백악관 밖으로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이후 미-북은 판문점 등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협의를 재개했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방문한 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are meeting with the chairman on June 12th, and I think it’s probably going to be very successful.”

하지만 충분한 실무 협의 없이 ‘톱다운’ 방식으로 빠르게 진전되는 정상회담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제기됐습니다.

VOA가 6월 초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등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모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며 충분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답한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 have all been through this experience before, so it is very hard to take Kim Jong Un seriously,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감을 보이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관심이 있으며, 그가 결단하면 “북한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곳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싱가포르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자신은 “평화의 임무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ll be on a mission of peace and we will carry in really-in my heart, we're going to be carrying the hearts of millions of people. People from all over the world.”

2018년 6월 12일,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대립과 반목을 계속했던 두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보내 드리는 특집보도, 내일은 두 번째 순서로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의의와 문제점에 대해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