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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3년…"복구 정황 없지만 가능성 열려 있어"


북한은 지난 2018년 5월 외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5월 외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서는 제한적인 움직임만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 폐기된 증거가 없다며 복구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2018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전격 폭파했습니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 사이 총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한 이 시설을 비핵화 조치의 일환이라며 폭파해 폐기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보름 남짓 앞두고 전격적으로 실행한 비핵화 선제 조치의 일환이었습니다.

이후 약 3년간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간간히 병력과 물자의 이동이 포착됐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핵실험장 복구로 해석될 만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는 9일 보고서에서 최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지난 6개월간 풍계리 일대에 일부 인원이 남아있다는 증거 외에 주요 활동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해 가을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 유실 피해가 있었지만 이를 복구하거나 추후 홍수에 대비하는 등의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부 다른 도로가 복구되긴 했지만 여전히 서쪽 갱도의 무너진 잔해 인근에만 접근할 수 있을 뿐 북쪽과 동쪽 갱도는 도보로만 통행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38 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영구 폐기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해석을 내렸습니다.

정식 장비와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인 검증단의 사찰이 허용되기 전까진 이 실험장의 복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앞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당시 핵 전문가는 제외하고 전 세계 기자단만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1차 미-북 정상회담 약 4개월 뒤인 2018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에게 풍계리 핵실험장에 검증단을 초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언제든 복구 가능한 상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이 영구 폐기됐다는 북한의 주장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My understanding is that the North Koreans could open up and have an operation within a few months…”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대부분 갱도 바깥쪽, 즉 입구 근처에서 이뤄져 안쪽 터널 내부까지 무너졌다는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따라서 북한이 수 개월이면 시설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35년 동안 미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 재직하며 여러 나라의 핵무기와 생물학무기 해체 과정에 관여했던 셰릴 로퍼 씨도 이날 VOA에 당시 북한이 핵실험장 입구 부근만 폭파한 것으로 보였다며, 재가동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It looked to me back when they were closing the tunnels, like they were only closing the tunnels near the opening…”

드릴 작업을 통해 무너진 입구에 다시 구멍을 내 기존 갱도를 사용하거나, 인근에 새로운 갱도를 뚫는 방식으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로퍼 씨는 핵실험장의 폐기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증단이 현장에 있는 것이지만, 입구가 무너진 현 상태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다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북한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수소폭탄’을 터뜨렸던 6차 핵실험을 끝으로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며, 따라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원할 이유도 없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로퍼 씨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 그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선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Well, it's hard to tell because it depends on what their goal is and if they reached it…”

로퍼 씨는 마지막 핵실험이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폭탄 실험이었고 폭발물이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크기도 작다고 전제한다면 북한이 핵탄두 생산에 곧바로 돌입할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핵실험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길 원하는지 등 여전히 우리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며 상황에 따라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지 여부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과거 핵실험으로 얻은 지식에 대해 지난 몇 년간 분석작업을 해왔을 것이라며, 새로운 핵실험을 통해서도 분명 가치 있는 무언가를 습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f they did decide to do a test, they would probably design it to maximize learning certain things…”

올브라이트 소장은 만일 북한이 새로운 실험을 한다면 중요한 특정 정보 습득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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