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개막했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개막했다.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이자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어제(5일) 개막했습니다. 앞으로 사나흘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 대회에서 북한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대미, 대남 노선 등이 어떻게 제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회사와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8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기존 경제발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한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이 같은 사실을 거듭 강조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새 5개년 계획에 따라 국가경제를 한 계단 추켜세우기 위한 사업을 전개할 것에 대해 언급했고 금속과 화학, 전력, 석탄 등 인민경제 기간공업 부문의 발전 과업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평양에서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연설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난해 8월 8차 당 대회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할 때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고 그래서 8차 당 대회를 통해서 새로운 경제계획을 내겠다고 얘기를 했으니까 그것이 가장 앞으로 나온 것은 맞다고 판단을 하고요.”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가 시작됐음을 전하면서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전진을 위한 주된 투쟁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 그리고 조국통일 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대외관계 진전을 위한 문제들을 다룬다고 한 것으로 미뤄 이번 당 대회에서 대미, 대남 노선과 정책이 제시될 것임을 암시했다는 관측입니다.

6일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한 평양의 4.25문화회관.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불분명한데다 출범 전이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에 대해선 새로운 정책노선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에 파격적 제안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점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최근 북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고 또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기후변화 협력에 대한 세계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논조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어려운 환경 돌파를 위해선 대외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극할 이유가 없고요. 미국에는 자극도 안하고 파격적 제안도 없겠지만 대남 관계는 경우에 따라서 파격적 제안까지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 때 양복을 입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인민복 차림으로 “현존하는 난관들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복장이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경제정책이 내부 개혁이나 대외 개방 보다는 주민 노력 동원을 통한 자력갱생이라는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미 지난해 말 포착된 평양 김일성광장 카드섹션에서 글귀를 보면 결사옹위라는 글씨가 식별됐거든요. 그리고 인민복을 입고 나왔다는 것은 개방보다는 사회주의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파격적인 개혁개방 조치보다는 우리식 사회주의 정면돌파전의 시즌2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당 대회를 이끄는 집행부는 7차 당 대회와 비교해 39명의 총원은 그대로지만 75%인 29명이 교체됐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집행부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 모두 정치국 후보위원입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 핵심 인사 10명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박사는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이른바 ‘백두혈통’의 권력 공고화 차원의 인사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성렬 박사] “김정은이 두 번째 당 대회를 치르면서 본인이 확고하게 권력을 장악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대원수 칭호가 들어갈 것 같고, 김여정 같은 경우도 당 제1부부장이긴 한데 실질적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이기 때문에 아마 정위원으로 승격을 해서 역할에 맞는 지위격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이런 정도는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 영도체제인 북한에서 당 대회는 북한의 공식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입니다. 국가 노선과 전략, 정책 수립 등 모든 국정운영의 방향이 당 대회를 통해 결정됩니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당 대회가 사나흘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 대회에선 당 중앙위 사업총화와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이 진행됩니다.

한편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번 당 대회에는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각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천750명, 방청자 2천 명 등 7천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 전원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한 칸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회 규모는 7차 때보다 오히려 커졌다며, 신종 코로나 방역 성공과 난관 정면돌파 의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