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북한 영사관.
지난달 20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북한 영사관.

북한이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를 미국과의 교착 국면 장기화에 대비한 중국과의 관계 강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도 미국과의 전략경쟁 과정에서 대북 공조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엔 대외전략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국제문제평론가라는 김명철 개인 명의 글에서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를 맹비난했습니다.

특히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지역’ ‘주변 나라’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미사일 지침 종료가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해보려는 미국의 속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겁니다.

정작 당사자인 중국은 지난달 21일 미-한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가 발표된 이후 이와 관련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양국 동맹 복원이 강조되면서 고민이 깊어진 나라가 중국이라며,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으로선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중국은 공식적이거나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죠. 지금은 중국이 고민하고 있다고 보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확실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시간에 북한이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은 중국으로선 도움이 되는 거죠.”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북한의 의도는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한 대 북-중’의 대결구도를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북한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결국 한국은 중국을 겨냥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 보고 헛된 꿈 꾸지 말고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의미고요, 그 다음에 한-중 관계 개선을 하려는 꿈이 허망하다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하는 거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미-한 미사일 지침 종료가 북한에게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이 때문에 북한이 평소 잘 안 쓰는 ‘주변 지역’ 또는 ‘주변 나라’라는 표현을 쓰면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 이유는 미국과의 교착 국면 장기화와 대북 제재 강화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군사적인 차원에선 이미 한국이 탄두중량 무제한이었기 때문에 미사일 지침 폐지가 북한에게 직접적 위협 증가로 오진 않는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지침 종료의 목적이 한-미 동맹 강화 또 미국 입장에선 한국의 군사 역량을 강화시켜서 중국 문제에도 대처하겠다는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참에 북-중 관계를 강화하는 명분을 삼겠다는 의도는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사일 지침 종료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로 한국을 압박할 경우 한국이 가치에 기반한 미국의 대중견제 네트워크 쪽으로 한층 기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흥규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적대적인 대중 정책을 자제하고 있고, 한국의 미사일 위협이 아직 현실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같은 경제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 강화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도 주목됩니다.

전병곤 박사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국 안보에 완충 역할을 해왔고 이번 논평도 그런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중국 입장에선 나중에 미국과 관계에서 그런 북한을 적절히 활용해서 미국과 협상도 할 수 있고 또는 미국의 대중 견제를 좀 막는 그런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북-중 관계를 긴밀히 끌고 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김흥규 소장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소장은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대중 압박으로 이어지는 부담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카드를 제어하기 위해 북한이 기대하는 수준의 경제 지원 카드를 쉽게 쓰지 않는 게 중국의 대북정책이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문제는 북한이 미-중 관계에 있어서 어떤 변수가 되면서 중국의 대외전략에 부담이 되는 것을 중국은 결코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에 완전히 순종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레버리지가 필요한 거죠. 현재 북한이 원하는 전폭적인 경제 지원이라든가 군수 지원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중국은 대단히 억제하고 있습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한 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지난달 27일 리룡남 북한대사를 만나 “중국 측은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굳건하게 지지한다”며 “힘이 닿는 한 북한 측에 계속해서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신문은 지난달 29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 재개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교역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