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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스타' 나이지리아인, 북한 해커 돈세탁 '공모'


지난해 6월 두바이 경찰이 나이지리아 국적의 30대 남성 라몬 올롤룬와 아바스 씨 일당을 체포했다며 공개한 영상 중 일부. 사진=Dubai Media Office / Twitter.
지난해 6월 두바이 경찰이 나이지리아 국적의 30대 남성 라몬 올롤룬와 아바스 씨 일당을 체포했다며 공개한 영상 중 일부. 사진=Dubai Media Office / Twitter.

미국 법무부는 최근 13억 달러의 현금과 가상화폐 탈취를 계획했던 북한인 해커 3명을 기소하면서 한 나이지리아 남성이 이들과 공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남성은 전문적으로 '이메일 피싱' 등을 통해 수 억 달러를 탈취하려 한 혐의로 이미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영문으로 '허쉬퍼피'(HUSH PUPPI)라고 쓰인 보라빛 고급 가운을 걸친 흑인 남성이 대 당 가격이 수 십만 달러에 달하는 고급 자동차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또 다른 사진에서는 전용기에 올라타 명품 타월을 두르고 잡지를 읽고 있습니다.

모두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허쉬퍼피'라는 계정으로 올라온 사진들입니다.

이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은 모두 540개로, 모든 사진엔 이 남성이 사용하는 의류와 시계, 자동차 등 명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이 계정을 받아보는 사람은 무려 250만 명에 달합니다.

이 인물은 나이지리아 국적의 30대 남성 라몬 올롤룬와 아바스 씨로, 그가 자랑했던 부는 모두 범죄자금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7일 미 법무부가 북한인 해커 3명을 기소하며 이들과 돈세탁을 공모한 다른 인물들도 함께 거론했는데, 아바스 씨 역시 북한 해커들의 돈세탁에 연루된 것이 드러난 겁니다.

법무부는 아바스 씨가 2019년 2월 북한 해커가 몰타 은행에서 사이버범죄로 훔친 자금 세탁을 공모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바스 씨의 혐의는 북한 해커의 자금세탁을 도운 것 뿐만이 아니며, 그는 이미 지난해 6월 다른 혐의로 두바이 경찰에 체포돼 미 검찰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지난해 6월 두바이 경찰은 아바스 씨 일당을 체포한 영상을 공개하며 수 개월 동안의 조사와 감시를 통해 두바이 경찰이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사기 활동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두바이 경찰 공개 '허쉬퍼피' 체포 영상 중 일부] "After months of investigating and hours of monitoring the gang's social media accounts, a team of highly trained Dubai police officers were able to confirm the gang's whereabouts and fraudulent activities."

특히 이들이 기업의 이메일을 해킹한 뒤 송금을 요청하는 허위 메시지를 보내고 실제 이체 시 돈을 자신들의 계좌로 보내도록 하는 범죄 수법에 특화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두바이 경찰 공개 '허쉬퍼피' 체포 영상 중 일부] 'Dubai police have also found the gang specialize in hacking corporate emails and sending fake messages to clients in order to redirect financial transfers and people's bank details to their own accounts."

캘리포니아 검찰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기소장엔 두바이 경찰이 강조한 아바스 씨의 범행 특징인 기업 이메일 침해(Business Email Compromise), BEC 활동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BEC란 특정 기업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한 뒤 허위로 기업 간 송금을 요청해 상대방에게 특정 계좌번호를 알려줘 돈을 보내게 한 뒤 이를 편취하는 수법입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아바스 씨는 2019년 10월 공모자 2명과 미국 뉴욕주의 한 법률사무소 직원에게 고객을 사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자금 중 92만 3천 달러를 알려주는 계좌로 보내라는 겁니다.

이메일뿐 아니라 팩스까지 받은 이 법률사무소 직원은 의심없이 해당 계좌로 돈을 보냈고, 아바스 씨 일당은 이를 가로채 해외로 빼돌렸습니다.

아바스 씨 일당은 또 한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1천 470만 달러를 빼돌린 뒤 세탁하려 했고, 심지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한 팀으로부터도 1억 4천만 달러를 빼돌리려 시도했습니다.

캘리포니아 검찰은 해당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아바스 씨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연방 교도소에 수감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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