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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전 정전 67주년] 2. 진전 없는 평화체제 논의...“북 비핵화 관건”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어제(27일)로 체결 67주년을 맞았습니다.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이 협정으로 일단 전쟁은 멈췄지만,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는 수 십 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VOA는 67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을 돌아보는 두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평화체제에 대한 미-북 간 입장 차이와 앞으로의 전망을 전해 드립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s historically important. The ending of the Korean War. Can you believe we’re talking about ending of the Korean War? You’re talking about 70 years.”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70년이 된 한국전쟁의 종전을 논의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느냐?”고 말하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문서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열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문이 채택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발굴과 송환 등 4개항이 담긴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채택되면서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도 합의된 것으로, 종전 선언으로 시작해 평화협정 체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말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했다.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평화만 별도로 논의할 수 없어”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넘게 지나도록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미-북 비핵화 협상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며 결렬됐습니다.

이후 미-북 간 싱가포르 합의 이행은 전면 중단된 상황입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We made no progress on the denuclearization front. They go hand in hand, denuclearization effort and peace process efforts. So it’s impossible to really get to peace until we make some progress on the denuclearization front.”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노력과 평화체제 구축 노력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어느 정도 비핵화 진전을 낼 때까지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현재 비핵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합의도 없는 상태라며, 비핵화와 별도로 평화체제만 논의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채택할 때 미국과 북한이 상대의 의도를 섣부르게 추측하고 성명 문구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이후 실질적인 협상 과정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과 관련한 진전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평양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미 장기전 체제'를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평양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미 장기전 체제'를 언급했다.

미국과 북한이 정의하는 ‘평화체제’ 달라

특히 평화체제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당시 이를 가볍게 넘긴 점이 근본적인 패착으로 지목됐습니다.

우선 북한이 생각하는 평화체제는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포함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If you talk about a peace regime that also includes an end-of-war declaration, a peace treaty, an end to sanctions, an end to strategic and nuclear assets to the peninsula, and end to US military exercises… if you’re talking about all the steps that the U.S. would take to end what N Korea sees as a hostile U.S. policy, North Korea was absolutely interested in a peace regime.”

미 평화연구소 USIP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종전 선언, 평화협정, 제재 해제, 한반도 내 전략 핵자산 철수, 미-한 군사훈련 중단 등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끝내기 위한 조치들을 모두 포함하는 평화체제에 무척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생각하는 평화체제는 미국이 더 이상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북한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평화적인 상대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presume that for Pyongyang, it means that the United State truly no longer would be in a position to engage in any warfare against N Korea, that the U.S. would truly be a neutral or peaceful party.”

실제로 북한은 지난 2년 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줄곧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해왔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이 생각하는 평화체제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probably been more open and willing to consider establishing a peace process than any other U.S. administration. But it had to be in conjunction with a denuclearization process.”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 보다도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을 고려하는 데 열린 마음과 의지를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평화체제 논의는 비핵화 과정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은 데탕트, 즉 관계개선 만을 원했고, 미국은 비핵화와 관계 개선을 교환하는 것을 고려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애틀란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포괄적인 비핵화 과정 안에서 미국은 병행적으로 평화 절차도 연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김여정의 7월 10일 담화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현재 핵무기 포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닝 연구원] “If there is a comprehensive denuclearization process, the U.S. would likely be prepared to link it in parallel movement to a peace process... But as Kim Yo Jong made clear in her July 10 statement, the DPRK has no interest in giving up its nuclear weapons at present.”

이달 초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합의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달 초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합의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연말까지 비핵화.평화체제 논의 가능성은?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은 지난해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 협상이 결렬로 끝난 이후 장기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는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올해 안에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평화 구축 문제까지 논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In the absence of any sign of possible denuclearization, perhaps the best we can hope for an ‘exploratory talks’ aimed at discovering whether there is any common ground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In that kind of discussion, a peace treaty will remain a distant and elusive topic.”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조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북한 간 공통분모를 찾는 ‘탐색적 대화’일 것”이라며, “그런 토론에서 평화조약은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한 주제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도 미국 대선 직전의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경우 종전 선언을 맺을 수 있겠지만,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프랭크 엄 연구원은 “앞으로 6개월 사이에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온다면 미-북 간 평화체제에 대한 잠정합의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Maybe it could help momentum by happening in the beginning. It can’t be just an end of war declaration but also thing like a freeze on nuclear missile testing partial sanctions relief, liaison offices humanitarian assistance.”

특히 “협상 초반에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은 협상에 동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종전 선언에 더해 핵.미사일 실험 동결, 일부 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등 ‘스몰 딜’에 합의한다면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도 종전 선언은 “대단한 조치가 아니고 미국과 한국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며, 어느 때나 쓸 수 있는 ‘협상용 카드’”라면서, “사실 지금보다 더 일찍 ‘종전 선언 카드’를 미국이 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1일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1일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vs. 바이든, 향후 협상에 영향은?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I think whoever is elected President in November will want to reduce the tensions with North Korea, will want to take steps toward denuclearization. I think this is a card that they can play.”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11월에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북한과 긴장을 낮추고 비핵화 조치를 취하길 원할 것”이라며 종전 선언은 “신임 미국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신임 대통령이 누가 됐든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추진하는 회담의 형식이 다를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very clearly President Donald Trump is prepared to continue with the high level summit to include himself and Chairman Kim Jong Un. Whether President Biden would want to start out at that level, or would want to see like we did with the George W. Bush administration and then six-party talks… it may be a question of the process one would pursue. But I think the ultimate objective obviously is the same.”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자신과 김 위원장이 직접 정상회담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에도 정상회담을 이어갈지 실무회담부터 시작할지는 선호하는 절차의 문제일 뿐,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스나이더 연구원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거듭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 왔다며, 북한이 미국을 ‘영원한 적’으로 보는 한 ‘평화조약’을 맺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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