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북한 평양 주민들이 미-북 2차 정상회담 기사가 실린 로동신문을 읽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회담 직후 내용을 전하면서 합의 결렬 사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과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연 지 이번 주로 1년을 맞습니다. 이 회담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미-북 양측은 지난 1년 간 협상은 커녕 만남 조차 거의 없었고, 북한은 사실상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VOA는 하노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미-북 협상의 현 주소와 향후 진전 방안을 살펴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달라진 북한의 태도와 대미 접근법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지다겸 기자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4천500km의 먼 거리를 60시간 동안 열차로 달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2차 미-북 정상회담은 결렬로 끝났습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핵심 참모역을 수행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김 위원장이 미-북 협상에 대해 의욕을 잃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선희 부상]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는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선임 정책국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보여준 것은 기본적으로 대미 접근법에 대한 재평가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퍼 정책국장] “It also shows something of a problem with the capacity level in North Korea. But this then gave him pause. And so what we've seen in the year since is basically a reevaluation of the approach.” 

김 위원장은 회담 한 달여 뒤인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연말 시한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제재 해제 때문에 정상회담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김 위원장이 4월 시정연설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이 가고자 했던 새로운 대미 정책 방향의 윤곽을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do think that there was a serious evaluation. But then, Kim Jong Un's speech in April, I think, provided the outlines of what turned out to be the new direction for North Korea over the rest of the year.” 

시정연설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고, 이는 변화된 대미 정책 방향의 예고편과도 같았습니다.  

첫째, 김 위원장은 4월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사격”을 시작으로 신형 무기 시험을 잇따라 진행했습니다. 

이어 5월부터 11월까지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 4종 세트 등을 13차례에 거쳐 시험했습니다.

둘째, 김 위원장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4월 하순 첫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고, 6월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5차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외교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6월 중순 북한 관영매체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보도했고, 일주일 후인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시였습니다.”

하지만 판문점 회동 이후 정상외교에 대한 북한의 실망감은 더 커졌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7월 중순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6월 판문점 회동에서도 “거듭 확약”했다며, 8월 미-한 연합훈련은 약속 파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기로 한 약속을 깰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조슈아 폴락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판문점 회동 이후 정상외교에 기반한 미-북 협상이 한계에 달해, 진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락 선임연구원] “I think at that point they concluded that Trump cannot make his own bureaucracy. He cannot make decisions and have them stick. At that point, he is sort of no useful negotiating partner. So when the combined exercises took place, they seem to take that as the end of the road.”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행정부 관료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설득하지도 못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형 잠수함 건조 시설 방문 소식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7월 중순부터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된 8월까지 약 40일 간 7차례 신형무기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7월에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돌아보면서 군사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미-북은 당초 예정보다 늦은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습니다. 

북한 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김명길 순회대사]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애초부터 협상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스톡홀름 협상의 결렬은 미-북 간 긴장 완화, 이른바 데탕트 시대가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표시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I think the failure of talks this fall in Stockholm was the marker that the beginning of the end of detente was coming… I think it is pretty clear that North Koreans went into that meeting to basically blow it up on purpose to essentially gain back a little bit of leverage and for Kim to look strong back home.”

북한이 대미 관계에서 지렛대를 되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협상을 파국으로 몰아갔고, 이를 통해 국내적으로 김 위원장이 강한 지도자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연말 시한이 다가오자 대미 메시지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11월 중순 예정된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해 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또 이례적으로 10월 24일부터 12월 14일까지 약 50일 간 고위급 인사들 명의로 무려 14차례 대미 메시지를 발표하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12월 7일과 13일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 유럽연구소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학 석좌교수는 북한이 장기적 관점에서 핵 협상에 접근하는 전략을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다른 종류의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며, 장기전에 대비한 “역량을 최대한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대미 협상의 장기화를 예고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의 “대미 정책적 입장을 천명”하고, 미국과의 장기 교착 상태에 대비한 정치∙외교∙군사 안보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재 해제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무기 개발 사업도 “더 활기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퍼 국장은 북한이 연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지난 2년에 걸친 미국과의 실험적인 협상을 끝내고, 제재 체제 하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는 장기적인 투쟁에 대비한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핵 협상에 임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경제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김 위원장이 결국 제재 완화를 위해 협상장에 돌아 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파체코 파르도 교수] “We can describe North Korea as having taken a wait and see approach. In my view, it is obvious that they want an agreement because of the need for economic development.”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북한이 현재 미국의 적절한 제안(right offer)을 기다리고 있다며,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비핵화 협상의 타결을 원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1년을 맞아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내일(27일)은 미-북 협상에서 대선을 포함한 미국 국내정치 변수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