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서울에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회담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서울에서 최종건 한국 외교부 1차관과 회담했다.

미국 하원에 발의됐던 한국 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이 하원 임기 종료로 새달 초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지만 한국 정부는 종전 선언이 북한 비핵화에 긍정적 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종전선언 추진이 더 까다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하원 의원 52명의 서명으로 한국 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발의된 시점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직전이었습니다.

북핵 협상의 새로운 전기가 될만한 합의를 기대했던 당시 분위기를 업고 발의됐지만 미-북 관계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 결의안은 하원 본회의는 물론이고 외교위원회 정식 안건으로도 채택되지 않은 채 새로 선출된 하원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달 3일이면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해 온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종전선언 결의안 자동폐기와 관련해 “미 의회 내 움직임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입장은 없다”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 때 “한반도에서 전쟁은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0월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미-한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거듭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미-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대북적대시 정책 폐기를 내걸면서 한국 정부가 교착상황의 돌파 카드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게 됐고 그 입장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지금 한국정부 입장에선 어쨌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되는 게 북미협상의 시작을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고, 김여정 담화에서 북한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폐기해야 대화를 하겠다고 만들어놨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미국이 어떻게든 수용하게 만들어서 그 카드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게재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인 것 같아요.”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결의안이 외교위원회 안건 채택도 되지 않은 채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 의회 내 부정적 기류를 확인해 준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결의안 통과를 위해 나름대로의 외교적 노력을 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종전선언을 하기에 앞서서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해야 된다, 최소한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보이고 그 과정 안에서 종전선언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정도의 수준이지 종전선언을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맨 앞으로 끄집어 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거기에 대해선 상당히 부정적인 의회 기류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대화 재개를 위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의 첫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 전 수석은 평화협정을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연계시켜 논의하자는 게 그동안 미-북간 협상의 기본 전제였던 만큼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평화협정 체결 프로세스라는 것은 비핵화 진도와 서로 연계가 되도록 합의가 돼 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미-북간 모든 합의의 대전제거든요.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게 아니라 핵을 더 열심히 만들고 거꾸로 가고 있는데 미국이 핵을 열심히 만드는 만큼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게 맞지 핵을 열심히 만드는 데 대해 보상을 미국이 준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거죠.”

미국에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종전선언이 한층 더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현욱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한 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에 동맹을 약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는 종전선언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종전선언이 현실화하면 북한이 이를 구실로 미-한 합동군사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우려라는 설명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종전선언 결의안이 미 의회에 재차 발의될 가능성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간 대화 진전 여부가 진행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이번엔 결의안이 폐기되지만 미 의회에서 생소한 종전선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능은 했다고 봐요. 이제 다음 회기에서 이것이 재추진될까 여부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되고 북한과 대화가 재개될 것인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아가면서 빨리 진행될 수도 있고 아니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아직은 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봐야겠죠.”

박원곤 교수는 첫 종전선언 결의안 발의가 바이든 당선인의 소속정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이뤄졌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결의안 재발의에 신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