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2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에서 한국 원형준 감독과 북한 음악가 김송미 씨가 함께 공연했다.
지난해 5월 12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에서 한국 원형준 감독과 북한 음악가 김송미 씨가 함께 공연했다.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남북한의 클래식 음악가가 한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었습니다. 수년 간 한반도 평화를 목적으로 활동한 단체의 성과였는데요, 장양희 기자가 이 단체의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라디오
[뉴스풍경] 음악 외교 통한 한반도 평화

지난 15일, 워싱턴의 민간단체 외교정책포커스 주최로 ‘한반도 평화 대담’이 열렸습니다.

비대면 형식의 이 행사의 주제는 ‘음악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로, 한국의 민간단체 린덴바움의 원형준 음악감독과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대담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한 특별한 연주회를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5월 12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이 행사는 한국과 북한 출신 클래식 음악가들이 해외에서 협연한 전례없는 행사였습니다.

당시 한국의 원형준 감독과 북한의 음악가 김송미 씨가 함께 공연했습니다.

김송미 씨는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 대리인, 조선 장애자연맹 문화 이사, 베이징 만수대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북한 최고 음악 인재들을 양성하는 평양음대에서 공부했고 들어가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유학했으며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시 공연은 중국 교향악단 ‘상하이 시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미국과 한국 언론들이 남과 북 클래식 음악가의 매우 드문 협연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린덴바움에 따르면 이날 연주는 원 감독과 김송미 씨의 독주와 협연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송미 씨는 ‘아리랑’과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불렀고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를 협연했습니다.

원형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10년 간 노력의 성과였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원형준] “Well, it took 10 years. Then there were there. As you see, music, increases content, between people. And it can bring them closer together, fostering understanding and empathy. I call this my mission to bridge the gap between the two Koreas…”

음악은 상호간 관계를 가깝게 하고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도구이며 음악을 통해 남북한 두 나라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겁니다.

원형준 감독은 지난 2009년 ‘남북통일 오케스트라’결성 추진을 위해 린덴바움 페스티발이라는 단체를 설립했고, 이 단체는 현재 ‘음악으로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고, 음악을 매개로 민간외교의 리더가 된다’는 목표아래 한국과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원 감독은 VOA에 단체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원형준] “할아버지께서 한국전쟁때 개성에 계셨는데, 남한으로 오시면서 어머니, 저한테 증조 할머님이 되시는 거죠. 헤어지고 (남으로)내려오신 거에요.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증조 할머니는 개성에서 돌아가셨죠.

할아버지는 남한에 정착하시면서 어머니의 고무신을 두고 그리워하신 이야기를 (제가) 기억하고 있거든요. 어떻게보면 저도 이산가족이죠. 증조 할머니의 묘가 개성에 있으니까..”

이산가족의 그리움과 아픔을 보며 자랐던 원 감독은 미국 뉴욕에 있는 명문 예술대학인 줄리어드대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전문 음악인이 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찾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원형준] “다니엘 바렌보임이라고 1999년에 그분이 이스트 웨스트 디반 오케스트라라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서, 전 세계를 다니는 연주회 단체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영감을 받아서 동서도 하는데 남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2009년에 린덴바움 페스티발을 창단하면서 본격적으로 남북한 청소년들이 같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해 그때부터 통일부 또는 북한 채널을 만나려고 시작을 한 계기가 됐죠..”

탈북민 청년이 아닌 북한과 남한 국적의 청소년이 협연할 목적으로 단체를 설립한 만큼 한반도 정치 상황은 늘 변수가 됐었다고, 원 감독은 회고합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 2010년 북한의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5.24조치를 내놓는 등 남북한 경색국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원 감독은 민간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북한 채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원형준]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죠. 통일부와 접촉이 어려워 주한 벨기에, 스위스 대사님들이 평양을 왔다갔다 하셨기 때문에 그분들 통해서 (그분들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 식으로 시작했죠..”

그러다 2011년 유엔 북한대표부와 연결돼면서 공식 채널을 통해 남북한 정부의 ‘남북한 협연’에 대한 승인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같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하면서 추진됐던 음악회가 연기됐고 이후에도 여러차례 협연이 추진되다 번번이 무산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녹취: 원형준] “그게 JSA이거든요, 판문점. 경계선을 두고 제안했는데 그때는 정말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 DMZ에서 목함지뢰 사건이 터지면서 남쪽 오케스트라 단원은 통일대교를 못넘었죠. 평화콘서트 취소됐다고. 그러면서 2015년을 마지막으로 기획을 안했어요. 아 이게 정말 힘든 거구나. 심지어 양쪽 정부가 승인을 하더라도, 이런 일들이.. 아직 우리가 전쟁중이잖아요..”

원 감독은 하버드, 예일 등 미국 대학과 워싱턴의 강연 활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민간 외교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알려왔는데, 그러던 중 도움의 손길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원형준] “중국 상하이 심포니 지휘자가 카오펭이라고 중국의 전설적인 지휘자로 90세가 넘으셨고, 그분 따님이 상하이 대학의 음대 교수인데, 내가 이런

걸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우리가 한 번 기획해볼께. 초청하는 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식으로 주변분들의 도움으로..”

원 감독은 이에 앞선 2018년 베이징에서 김송미 씨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남북합동연주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중국 상하이 공연에 이어 9월 22일에는 스웨덴 외교부의 초청으로 스톡홀름에서 두 번째 협연을 하게 됩니다.

원 감독은 그러나 상하이 공연이 있기 직전 북한이 두 차례 미사일을 쏘아 올려 공연이 취소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송미 씨는 훌륭한 무대 매너와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원형준] “음악적인 스타일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게 이건 그냥 가수가 아니라 정말 퍼스트 클래스로 그렇게 준비를 하시고 옷 입는 것부터가 벌써 그게 모스크바 국립유학을 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이게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북한의 클래식 레벨은 상당히 높다..”

3회의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는 원 감독은 음악인으로서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며, 민간외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 의미는 깊다고 강조합니다.

[녹취: 원형준] “이렇게 음악회 같이 한다고 해서 통일이 오는 것도 아니고,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북미간 핵 합의에 성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간단하고 인간적인 만남 조차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종전 선언을 하고 어떻게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고 큰 핵 협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까..”

원 감독은 정치적인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에 의미를 둔다며, 공감대 형성 없이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상식적인 차원의 접근이 민간 외교라고 말했습니다.

15일 한반도 평화 대담에 참여한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원 감독의 음악을 통한 한반도 평화 노력에 대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접근하는 노력에 놀랐다며 의미를 뒀습니다.

그러면서 과거가 미래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평화의 부재속에서 한반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창조적인 음악 외교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We mustn't allow the past to rule the future. Um, you know, music is a creative, a creative art. One that is constantly new, even when playing and reimagining the old..”

원 감독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으로 알려진 자누지 대표에게 미국의 차기 정부에서 음악을 통한 민간 외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