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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역외가공 대중수출 급감…전문가들 “경제 전반에 부정적”


북한의 방직 공장. (자료사진)
북한의 방직 공장. (자료사진)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올해 북한의 대중 무역이 급감한 가운데,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으로 되파는 형태의 ‘역외가공’ 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내 산업에 여러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역외가공’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북한이 주력해 온 대중 수출 형태입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에서 ‘역외가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40%로 올라설 정도로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역외가공은 중국이 북한과 같은 나라의 인력과 생산시설을 이용해 물품을 생산한 뒤, 이 물품을 다시 중국으로 옮기는 형태의 무역을 의미합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북한과의 무역을 기록할 때 역외가공을 비롯한 각 무역 종류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전체 비중이 크게 늘어났던 ‘역외가공’이 올해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북한의 대중 수출은 ‘국경무역’이 97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역외가공’은 885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올해 북한의 역외가공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5천116만 달러의 17%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던 올해 초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했는데, 이 때 역외가공을 비롯한 기존의 산업들을 통한 수출도 상당 부분 줄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역외가공 분야의 수출 감소가 북한 경제의 여러 분야에 타격을 입히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화물차가 중국 단둥에서 중조우의교를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하고 있다.
화물차가 중국 단둥에서 중조우의교를 건너 북한 신의주로 향하고 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장 북한 노동자들의 수입이 끊겼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at would be pretty effective way to employ a lot of North Korean workers…”

브라운 교수는 중국의 물품을 대신 생산해 판매하는 역외가공 방식의 수출은 북한 입장에선 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역외가공 분야에서의 수출이 줄어든 건 그만큼 북한 내 공장이 운용되지 못했다는 의미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 같은 수출 형태가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원료비 등을 감안할 때 북한 정권에 큰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이득이 있었다는 추정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북한 내 실업률이 높아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Definitely whoever was making these things is out of a job for now…”

누구든 해당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현재 직장을 잃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과거 대북 제재로 섬유 등의 수출이 중단됐을 때도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이 역외가공 방식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은 모두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의 대중 수출 목록 상위권에는 손목시계와 가발, 속눈썹, 장난감, 신발, 가죽류 제품 등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들은 유엔 안보리가 금수품으로 지정한 품목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본격적으로 제재가 가시화된 2018년부터 이들 품목에 대한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017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부인 리설주(오른쪽)가 평양 류원신발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017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부인 리설주(오른쪽)가 평양 류원신발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가령 신발의 경우 2016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21만 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약 500만 달러로 2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역외가공 방식의 수출이 외화벌이는 물론 북한의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By importing components of watches and wigs, that they then produced for the domestic market…”

북한이 손목시계나 가발 등의 재료를 수입을 하면서 내수시장용 물품도 동시에 생산할 수 있고, 이는 해외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비용을 아끼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단순히 북한의 역외가공 상품의 수출을 중단한 것뿐 아니라 내수에 필요한 물품의 재료 수입까지 줄이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뱁슨 전 고문은 주장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제재 이전에도 ‘역외가공’을 통한 외화벌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표적인 ‘역외가공’ 품목이었던 의류가 ‘섬유 수출’을 조항으로 담은 안보리 결의로 막히면서 손목시계와 신발 등 비제재 품으로 대체된 겁니다.

다만, 이들 대체품들이 섬유를 통한 수출액을 채우기엔 여전히 역부족입니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섬유를 들여와 완성된 옷 형태로 중국으로 재수출했는데, 2016년까지만 해도 이를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이 7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대북 제재로 역외가공 비중을 늘렸지만, 비중만 늘었을 뿐 여전히 제재로 인한 수입 급감 현상은 해소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해당 분야 수출이 계속 성장세에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is could be a big growing industry for North Korea. And that in the future you might look out five or 10 years from now…”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주춤하긴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입장에선 이 분야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앞으로 5년 혹은 10년 뒤엔 이 같은 조립 방식의 산업이 북한 전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며, 이는 과거 동남아시아 국가나 한국, 타이완 등이 성장한 방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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