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한 북한 IT 노동자들을 겨냥해 미국 수사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생활고를 겪는 미국인을 끌어들이고 살해 위협까지 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고 당국은 경고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법무부가 북한 원격 정보기술(IT) 노동자 사기와 관련해 14명을 기소하고 2명을 체포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텍사스주에서 이른바 '노트북 농장' 40여 곳을 수색해 컴퓨터 장비 약 187대를 압수했습니다. FBI는 또 북한 IT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국인을 조력자로 끌어들이고, 해고되면 살해 위협까지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70여 개 기업 피해…수익은 북한 제재 기관으로
오하이오 북부연방지검에 따르면 피고인은 미국인 2명과 중국 국적자 10명,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2명입니다. 중국 국적자 상당수는 북한과 접한 랴오닝성 단둥 출신입니다. 이들은 북한 IT 노동자들이 훔치거나 위조한 신분으로 미국 기업에 원격 취업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70개 이상 미국 기업이 피해를 봤으며, 약 300만 달러의 수익이 북한이 통제하는 제재 대상 기관으로 보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기업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텍사스 '론스타 라운드업' 작전
노트북 농장은 피해 기업이 지급한 업무용 노트북을 미국 내 조력자의 집에 모아두고, 북한 IT 노동자가 해외에서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든 거점입니다. 북한 노동자가 마치 미국 안에서 일하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습니다.
'론스타 라운드업'은 FBI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텍사스주에서 벌인 노트북 농장 단속 작전입니다. '론스타'는 텍사스주의 별칭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FBI는 노트북 농장으로 확인됐거나 의심되는 주택 40여 곳을 수색해 노트북과 KVM 장비 약 187대를 압수했습니다. KVM은 키보드와 화면, 마우스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앞서 밝힌 14명 기소와 2명 체포는 이 작전과 별개인 오하이오 사건에서 나온 것입니다.
라이언 레이볼드 텍사스 북부연방지검장은 “이번 작전이 미국의 적들이 미국 기업을 악용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작전을 도운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 북한 조직을 '페이머스 천리마(Famous Chollima)'로 부르며, 이번 작전이 이 조직의 미국 내 기반을 해체하기 위한 더 큰 단속의 시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북한 요원들은 노트북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해 교체 장비를 노트북 농장 주소로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업체는 단속 효과가 해당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의 활동 비용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소장에 드러난 수법…대역 배우까지
기소장에 따르면 해외 공모자들은 오하이오주의 한 미국인 조력자에게 대역 배우를 고용해 대면 면접을 보게 하고, 훔친 신용카드로 배우 모집 광고를 내도록 지시했습니다. 화상 카메라를 피하려고 '심리학자' 서명이 담긴 서류를 낸 가짜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 조력자는 텍사스에 가짜 회사를 등록하라는 지시를 받고 "돈세탁처럼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조력자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FBI "대리 면접·소변검사까지 돈 주고 맡겨"
FBI는 같은 날 낸 공익 경보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겪는 미국인에게 돈을 주고 화상 면접이나 소변검사, 지문 제출을 대신하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고된 뒤 전 관리자와 가족에게 살해 위협을 하며 돈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FBI는 전했습니다. FBI는 북한 정부가 이들 수익의 약 85~90%를 가져가며, 이들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기관은 조선노동당 군수공업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