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올해 3월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에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전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외교공한 형식으로 북한에 3억6천만 달러 손해배상 판결문을 전달했는데, 양국 간 제한적인 외교 채널이 법적 절차에는 여전히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가 외교 문서의 일종인 공한(Diplomatic note)을 통해 북한에 미국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북한에 외교공한을 전달한 사실을 통보하고, 관련 외교공한 사본을 함께 제출했습니다.
국무부가 첨부한 외교공한에는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김동식 목사 납치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수정 판결문과 궐석판결 통지서를 전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문서는 미국 법원 요청에 따른 것이며, 미국 연방법에 규정된 외국정부 송달 절차에 따라 북한에 전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해외시민서비스국의 엘리자베스 그래콘 운영국장은 별도의 확인서를 통해 해당 외교공한이 지난 3월 23일 작성돼, 같은 달 26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됐다고 인증했습니다.
북한대표부 측이 이 외교공한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법원 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국 간 제한적인 외교 경로가 법적 절차에는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과거 미국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사이에는 비공식 소통 창구인 이른바 '뉴욕채널'이 운영됐지만, 미북 대화가 중단된 이후에는 사실상 의미 있는 외교적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번에 북한에 전달된 문건은 김동식 목사 납치 사건과 관련해 미국 법원이 지난해 내린 손해배상 판결문입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해 11월 김 목사의 부인인 김영화 씨에게 2천500만 달러, 딸 다니 버틀러 씨와 아들 김춘국 씨에게 각각 2천50만 달러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원고들에게 총 3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해, 전체 배상액은 3억6천6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김영화 씨와 두 자녀는 지난 2020년 9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동식 목사는 2000년 1월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던 중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돼 이후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김 목사의 아들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석 씨도 2009년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을 거친 끝에 2015년 북한이 약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VOA는 이번 판결문 송달과 관련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미국 정부의 외교공한 전달과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으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