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단 3대뿐인 미 공군의 최정예 탄도미사일 추적 정찰기 ‘코브라볼’과 해상초계기 ‘포세이돈’ 등 미군 핵심 정찰자산 3대가 한반도와 인근 상공에 동시에 출격했습니다. 특히 바다가 아닌 내륙 상공을 훑은 해상초계기의 이례적인 항적과 장시간 이어진 탄도미사일 추적기의 동해 전개가 겹쳐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군의 핵심 공중 감시 자산 3대가 비슷한 시간대 한반도 동해와 내륙, 군사분계선 일대에 동시 전개돼 입체적인 대북 정찰 활동을 펼쳤습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미 공군의 특수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한반도 시각 17일 오전 5시경 일본 도호쿠 아키타 인근 앞바다 동해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미 공군의 특수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한반도 시각 17일 일본 인근 앞바다에서 정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료=Flightradar24
코브라볼은 이후 해당 해역에서 남북을 오가는 긴 타원형 선회 궤적을 수차례 그리며 집중 감시 활동을 벌였습니다. 비행 중간 미 공군 공중급유기의 지원까지 받은 코브라볼은 약 6시간 만인 오후 1시 20분경 작전 구역을 벗어났습니다.
전 세계에 단 3대만 존재하는 코브라볼은 첨단 전자·광학 관측 장비를 통해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고, 발사 직후 비행 궤적과 탄두 재진입 데이터를 정밀 추적하는 미 공군의 핵심 전략 자산입니다.
해상초계기가 한반도 내륙 상공을 횡단하는 이례적인 비행도 포착됐습니다.
미 해군의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은 17일 0시 7분경 인천 앞바다 상공에 갑자기 위치 신호를 드러낸 뒤 곧바로 내륙으로 진입했습니다. 이후 한국 중부 지역 내륙 상공을 수차례 왕복 선회한 뒤, 오전 3시 13분경 한반도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빠져나갔습니다.
주로 해상 잠수함을 탐색·격멸하는 포세이돈이 바다가 아닌 내륙 지역을 비행한 것입니다.
군사분계선 일대를 정밀 감시하는 미 육군의 다목적 정찰기도 한반도 상공에 나타났습니다.
미군 정찰·전자전 항공기 ‘아레스’ 는 16일 오후 11시 45분경 경기 평택 인근에서 이륙해 17일 오전 7시경까지 군사분계선(DMZ) 라인을 따라 서해와 동해 바다 멀리까지 깊숙이 진출하며 동서 방향으로 장시간 왕복 비행을 지속했습니다.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 궤적을 쫓는 코브라볼과 해상 표적을 정밀 탐지하는 포세이돈의 이례적 내륙 정찰, 그리고 전방을 훑는 아레스까지 미군 정찰자산 3대가 동시에 감시망을 좁힌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에 따라 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특이 동향을 포착하고 대비 태세에 나선 것은 아닌지 주목됩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전후로 미군 정찰자산의 활동이 집중 포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6일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에도 ‘아레스’가 동해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고, 8월 12일 탄도미사일 발사 때는 미군의 MQ-9B ‘씨가디언’ 무인기가 일본 인근 해상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또 8월 20일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하기 수 시간 전에도 ‘아레스’와 ‘씨가디언’ 등 미군 정찰자산의 항적이 동해 인근에서 잇따라 포착됐습니다.
코브라볼 역시 과거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한반도 주변에 전개돼 왔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직전 동해 상공에서 비행 항적을 남겼으며, 2024년에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1호' 발사체를 쏘아 올리기 전 중국 칭다오 동쪽과 한국 신안 서쪽 해상에서 장시간 선회 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해역은 북한 발사체의 1단 추진체 낙하 예상 구역과 일치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군 정찰기들은 종종 항공기의 위치 신호를 지상 레이더와 민간 서비스에 전송하는 트랜스폰더(위치발신장치)를 켠 채 비행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 이처럼 위치 정보를 외부에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감시망을 가동하는 것을 두고,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고도의 정찰 역량을 과시하는 전략적 메시지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