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 구호단체 대북 제재 면제 승인…재활 장비 10만7천 달러 상당

미국 구호단체 ‘이그니스 커뮤니티(IGNIS Community)’가 지원하는 평양 척추·소아행동발달장애치료 연구소가 완공됐다. 사진 제공: 이그니스 커뮤니티.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미국 구호단체의 대북 의료·재활 장비 반입을 승인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별도 의료장비 지원 계획에 반발한 가운데 나온 조치로, 승인 대상은 북한 아동의 발달장애 치료와 재활에 쓰일 125개 품목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미국 구호단체 ‘이그니스 커뮤니티(IGNIS Community)’가 북한에 의료·재활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를 승인했습니다.

승인 대상은 북한 라선의 의료기관에서 소아 환자의 발달장애 치료와 재활에 사용할 장비와 치료용 물품으로, 총 125개 품목, 약 10만6천751달러 상당입니다.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이그니스 커뮤니티가 신청한 물품의 북한 반입을 승인했습니다. 신청은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을 통해 전달됐으며, 해당 물품은 라선의과대학병원 내 척추 및 소아 행동·발달장애 재활센터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승인 목록에는 아동의 신체 기능과 운동 능력 회복을 위한 재활 장비뿐 아니라 발달 상태를 평가하고 감각 자극과 운동 치료를 지원하는 다양한 도구가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치료용 그네와 감각 통합 장비, 운동용 공과 매트, 균형 훈련 도구, 보행 보조기 등이 포함됐습니다. 아동의 발달 상태와 운동 능력, 시각·운동 협응 능력 등을 평가하는 표준화 검사 도구와 보조기 제작에 필요한 열가소성 재료∙부목 관련 도구도 승인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이 밖에 전기 자극 장비와 초음파 치료기, 적외선 램프, 온열 치료 장비 등 물리치료에 사용되는 장비와 평행봉, 자세 교정∙보행 훈련 장비도 포함됐습니다.

유엔 문서에 따르면 이번 승인 대상 물품의 구매 원산지는 모두 중국입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승인일로부터 9개월 이내에 해당 물품을 북한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다만 제재 면제 승인이 실제 선적이나 북한 내 반입이 완료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2018년부터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물품에 대해 요건을 검토한 뒤 개별적으로 제재 면제를 승인하고 있습니다.

이그니스 커뮤니티는 북한 아동을 대상으로 의료·보건·교육 지원 활동을 하는 미국 비영리단체로, 과거에도 북한에 의료·재활 장비를 보내기 위한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적 있습니다.

이번 승인은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둘러싼 북한의 반발이 나온 가운데 이뤄져 주목됩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평양 인근 강동군병원에 의료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를 승인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지원 계획에는 의료장비 166종, 1천431개가 포함됐으며, 지원 규모는 약 93억원입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지원 계획을 “우리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제재 면제 신청서에서 북한의 의료장비 부족과 보건 상황 악화를 언급한 점을 문제 삼으며, 지원 물품을 “너절한 물건짝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여정은 또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번 이그니스 커뮤니티의 대북 의료·재활 장비 반입 승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