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지난 10년간 여러 측면에서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하며 인권 유린 가해자 처벌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해체, 사형 집행 유예와 함께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 정권에게 “국제인권법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국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침해를 포함해 인권 침해 가해자들을 조사·기소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자행된 범죄와 인권 침해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인권 침해 가해자,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현재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제81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1일 공개된 이 보고서는 2025년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1년간 북한의 인권과 제반 상황을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13가지 권고사항을 담고 있는데, 가해자 기소와 처벌 외에도 모든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정치적 견해·출신 성분을 이유로 한 자의적 체포 중단, 사형 집행 유예와 조속한 폐지, 고문과 가혹행위 즉각 중단 등이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석탄 광산과 건설 현장의 ‘청년돌격대’와 해외 파견 노동 등 국제법상 금지된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종식하고, 이산가족 간 전화·화상통화·서신 교환 허용, 납북자와 강제실종자 생사 확인과 유해 송환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전반적인 인권 상황 여러 측면에서 악화”
보고서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10년을 평가한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일부 극히 제한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전반적인 인권 상황이 여러 측면에서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법적·제도적 통제 장치 강화와 함께 첨단 감시 기술의 도입에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보고서] “The expansion of digital technologies, including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has further enhanced State monitoring and surveillance capabilities to collect and analyse data on individuals' social and economic activities, with potentially significant implications on the enjoyment of human rights. According to media reports, the Government is installing high-performing surveillance cameras with facial recognition capabilities, including at workplaces. Other reports detail how mobile phones are extensively monitored, including by taking regular screenshots, raising concerns about the right to privacy.”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국가의 감시와 사찰 역량을 한층 강화됐으며, 이는 인권 향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생활 권리 침해 우려 제기돼”
그러면서 정부는 직장을 포함한 여러 장소에 안면 인식 기능을 갖춘 고성능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화면 캡처 등을 통해 휴대전화가 광범위하게 감시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있다며, 이에 따라 사생활의 권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26년 2월 열린 조선로동당 제9차 대회에서 한국을 ‘적대 국가’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공식화하고 국방·핵 프로그램 우선순위를 재확인한 점을 언급하며, 국가 자원이 군비로 쏠리면서 주민들의 건강, 식량, 교육 등 기본적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2025년 주요 곡물 작황이 전반적으로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식량난이 지속되고 있는 모순된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토대로 “기상 호조로 2025년 주요 곡물 수확량은 긍정적이었지만, 북한 원화 가치 급락, 식량 가격 폭등, 사적 경제 활동에 대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 식량 유통·분배의 절대적 국가 통제로 인해 일반 주민들의 실질적인 식량 접근권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규모는 코로나 이전의 약 20% 수준인 연간 약 200명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2025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170명 중 대다수인 151명이 중국 내 인신매매나 강제결혼 피해 여성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 철저히 준수해야”
특히 중국 등 경유국에서 체포될 경우 북한으로 송환돼 고문과 자의적 구금에 처해질 위험이 크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이 ‘강제송환 금지 원칙(non-refoulement)’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 내 처벌 공백 속에서 피해자들이 제3국 법원을 통해 배상을 요구하는 사법적 진전도 새롭게 담겼습니다.
보고서는 “2026년 1월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와 2026년 5월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며 피해자 중심의 정의 실현을 주요 사례로 명시했습니다.
유엔총회는 매년 말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으며, 올해도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