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주민 40% 이상 영양부족… 인도적 위기 장기화”

황해남도 해주시의 한 병원에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북한 영유아들 (자료사진)

북한 인구의 40% 이상이 영양부족을 겪는 등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유엔이 지적했습니다.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 취약한 보건 체계, 자연재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겁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서유럽지역정보센터(UNRIC)가 18일 북한 주민 약 1천70만 명,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UNRIC는 이날 주요 뉴스에서 잘 다루지 않는 현안을 소개하는 코너, 이른바 ‘파 프럼 더 헤드라인즈’(Far from the Headlines)에서 이같이 전하고,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의 영양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북한 내 5세 미만 어린이 가운데 약 18%가 장기간의 영양 부족으로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받는 발육부진 상태라는 겁니다.

또 북한은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 취약한 보건 체계, 자연재해와 경제적 고립, 심각한 인권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적인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는 단순한 식량 부족 문제가 아니라 빈곤과 고립, 취약한 공공서비스, 반복되는 기후 재해, 고도로 억압적인 정치 체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WFP 자료를 인용해 제한된 경작지와 비료·농기계 부족에 더해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 태풍과 폭염 등으로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국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주민들이 충분한 단백질과 지방뿐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겁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이 단순히 불리한 농업 환경 때문만은 아니라며 북한 당국의 경제·농업 정책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브라운 연구원은 북한이 1950년대 농업을 집단화하면서 농민들의 토지 소유를 없앴고, 이후 낮은 농업 생산성이 지속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원

윌리엄 브라운 /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원
“북한 당국은 농업 전체를 집단화해 주민들이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이후 기근과 식량 부족, 생산 부족과 무역 부족이 이어졌죠. 사회주의 체제의 문제입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추구합니다.”

브라운 연구원은 특히 북한처럼 경작 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는 일반적으로 무역을 통해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지만, 북한 당국은 풍부한 광물자원을 수출하고 필요한 식량을 수입하는 방식의 무역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서유럽지역정보센터(UNRIC)는 또한 북한의 식량 불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당국의 정책을 꼽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이 계속 침해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 정책이 기아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UNRIC는 북한의 인도주의 문제를 인권 상황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며,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이 지난 10년 동안 악화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주민에 대한 감시와 정보 접근 제한, 강제노동과 가혹한 처벌이 강화됐으며, 이동과 정보의 자유 제한과 정치범수용소, 해결되지 않은 강제실종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UNRIC는 북한의 보건 체계가 의약품과 의료 장비, 진단용품과 기반시설 부족을 겪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 장기간의 국경 봉쇄로 이런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유니세프가 북한에 지난 2024년 어린이와 임산부 약 100만 명을 대상으로 각종 백신을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UNRIC는 그러면서 이를 북한의 예방접종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또 북한 내 많은 지역에서 안전한 식수와 적절한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이 충분하지 않으며,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농작물과 주택, 기반시설에 반복적으로 피해를 주면서 식량 안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평양에서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 소장을 지낸 제롬 소바쥬 씨는 20일 VOA의 통화에서 국제 구호요원들의 북한 복귀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제롬 소바쥬 / 전 UNDP 평양소장
“이번 내용은 북한의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유엔 국제기구 직원들이 북한에 다시 들어가서 상황을 파악해 봐야 합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역시 현지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뒷받침돼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