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이버 보안기업 "북한 IT 인력 급여, 러시아 전쟁 지원 자금으로 유입”

북한 IT 인력들이 전 세계 기업에서 받은 급여가 제재 대상 기업들을 거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자금으로까지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이버 보안 업체의 추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Adobe stock)

북한 IT 인력들이 전 세계 기업에서 받은 급여가 제재 대상 기업들을 거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자금으로까지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이버 보안 업체의 추적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 '디텍스(DTEX)'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 IT 인력 급여 체계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4월 가상화폐 거래 흐름을 추적하는 독립 조사관 '자크 XBT'에 의해 유출된 북한 내부 급여 서버 데이터를 바탕으로 390개의 해외 IT 인력 계정과 채팅 기록,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분석했다면서, 이를 통해 자금 흐름을 실제 북한의 기관과 조직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북한 내부 서버를 통해 처리된 해외 IT 인력의 급여액은 284만 달러를 넘었으며, 이 돈은 수십 개 조직으로 분산됐습니다.

특히 197만 달러가 북한 군사 프로그램 무기 조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제재 대상 기업 '고려룡봉총회사'를 직접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소백수, 새날, 송광 등 미국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오른 다른 기업들도 같은 자금 흐름 안에서 확인됐습니다.

자금은 'PC-1234'라는 단일 관리자 계정을 통해 집중 관리됐습니다. 채팅 기록에 따르면 각 지역 팀과 개인 운영자들이 급여 수령 사실을 이 계정에 보고하면 관리자가 확인 후 다음 단계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 IT 인력들이 신분을 위장해 전 세계 기업에 취업한 뒤 받은 급여가 단순히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더 넓은 자금 흐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가 러시아 전쟁 자금 유입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이 자금의 최종 도달지입니다.

IT 인력 급여는 PC-1234 계정을 통해 고려룡봉총회사로 흘러들어가는데, 이 기업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군사 장비 연구·개발·생산을 총괄하는 군수공업부 산하 전선 기업들과 같은 자금 흐름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무기 생산 체계를 통해 2023년부터 러시아에 포탄과 무기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병력 최대 1만 5천 명을 파견했습니다.

즉 서방 기업들이 북한 IT 인력에게 지급한 급여가 무기 조달과 생산으로 이어지고, 그 무기가 러시아 전쟁 수행에 투입되는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반하트 디텍스 수석 연구원은 "IT 인력 수익 흐름은 이력서 사기나 급여 착취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제재 대상 기관과 북한 내 각종 국가 사업, 그리고 북한의 무기와 군사 지원을 총동원하고 있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까지 지원하는 더 큰 체계로 이어진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IT 인력들이 신분 위장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조력자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지목했습니다.

파키스탄 위조업자들이 가상화폐를 받고 위조 여권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브로커들이 인증된 계정과 노트북, 가짜 신원 패키지를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조력자 네트워크는 나이지리아, 인도, 이란, 중남미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반하트 연구원은 "북한은 위에서 아래로 자금을 내려보내는 체계가 아니라 아래서 위로 돈을 올리는 구조"라며 "서방 기업들이 북한 IT 인력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무기 제조와 조달, 나아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전쟁 수행까지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