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의 국내 건조와 저농축우라늄 사용을 추진하는 가운데, 연료 확보 방식이 미국과의 협력 범위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해외에서 농축우라늄을 들여와 국내에서 연료를 만들지, 연료가 든 추진장치를 공급받을지에 따라 한국의 개발 부담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연료 사용 기간과 원자로 점검 주기도 주요 과제로 꼽았습니다.
“건조 승인, 연료는 미정”
지난해 11월 미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습니다. 연료에 대해서는 조달 방안을 함께 찾기로 했습니다. 미국이 직접 공급할지, 공급한다면 어떤 형태로 제공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토비 달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은 VOA에 “설계와 연료, 핵잠수함 사업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 구상 사이의 관계, 미국이 어디까지 참여할지에 관해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비 달튼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 “But there remain important unanswered questions about designs, fuel, the relationship of the SSN program with aspirations for a uranium enrichment program, and of course the extent of US involvement in all of these.”
한국 국방부는 잠수함을 국내에서 개발·건조하고 저농축우라늄을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연료 교체를 최소화해 2030년대 중반 첫 함정을 진수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연료를 어디서 농축하고 누가 잠수함용으로 만들지는 미국과의 협의에서 풀어야 합니다.
“농축우라늄부터 밀봉 추진장치까지”
호주는 자국에서 건조할 차세대 핵잠수함의 밀봉 추진장치를 영국에서 공급받을 계획입니다. 브라질은 원자로와 잠수함용 연료를 자체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국내 개발·건조를 추진하지만, 연료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달튼 공동소장은 “한국의 기술 개발과 해외 협력은 호주와 브라질의 방식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세 나라가 핵잠수함을 추진하는 이유와 향후 운용 방식, 사업 여건이 서로 달라 어느 한 나라의 방식을 다른 나라가 따를 ‘모델’로 보기는 조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비 달튼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 “It seems quite likely that South Korea will take a technology and partnership approach to its nuclear-propelled submarine program somewhere between those by Australia and Brazil. […] I hesitate to say this will be a ‘model’ any more than AUKUS or Brazil are models, given the unique circumstances for each of those approaches to building SSNs. There are also quite important differences in strategic rationale for all three programs and how they could be operationalized that are important to acknowledge.”
한 가지 가능성은 농축우라늄을 해외에서 공급받아 한국에서 잠수함용 연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달튼 공동소장은 “외국 공급국이 농축도 19.75%의 우라늄을 원료로 제공하고 한국이 이를 잠수함용 연료로 만들 수 있다”며 “미국도 앞으로 군사용 저농축우라늄 공급망을 갖춘다면 공급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비 달튼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 “It is possible that a foreign supplier (plausibly the US in the future, if it builds up a military HALEU supply chain) could provide 19.75% enriched uranium as an input material that Korea fabricates into SSN fuel.”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도 “한국은 가압경수로 연료를 제조하는 역량이 있어, 농축도가 높은 저농축우라늄을 수입해 잠수함용 연료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 전 IAEA 안전조치 담당 사무차장] “Fuel fabrication using imported HALEU could take place in Korea, which already has established capabilities for manufacturing fuel for pressurized light-water reactors.”
달튼 공동소장은 한국의 국내 개발 계획과는 다른 경우도 가정했습니다. 호주처럼 연료가 들어 있는 밀봉 추진장치를 해외에서 공급받는 방식입니다. 그는 “이 경우 잠수함 원자로와 매우 비슷한 설비에서 연료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원자로의 설계와 성능을 놓고도 공급국과 폭넓게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비 달튼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 “If, however, the agreement calls for a foreign supplier to provide a sealed power unit (as in the Australia case), it would require a lengthy process of testing and qualifying fuel in something very similar to the SSN reactor (e.g., in a land-based prototype) before it could be manufactured and delivered by the foreign supplier. There would need to be extensive discussions about reactor design and performance as part of this cooperation.”
제이미 퀑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연구원은 VOA에 “고농축우라늄은 그 자체로 핵확산에 더 민감하다”면서도 “호주는 연료가 들어 있는 밀봉 추진장치를 공급받고 잠수함 운용 기간에는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운용자들이 추진장치에 정기적으로 접근할 일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이미 퀑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연구원] “HEU in and of itself is more proliferation sensitive, but the fact that Australia's partners will provide that fuel in welded power units should mean that Australian operators won't have and won't need regular access to the power units since they won't require refueling during the submarines' service lives.”
“연료를 오래 써도 원자로는 점검”
한국 정부는 잠수함의 연료 교체를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저농축우라늄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연료를 몇 년마다 교체할지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프랭크 폰 히펠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VOA에 “현재 내가 파악한 수준에서는 한국이 연구용 원자로를 위해 개발한 것과 같은 고밀도 연료를 쓰면, 연료가 들어가는 원자로심의 크기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잠수함 운용 기간 내내 연료를 교체하지 않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폰 히펠 /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But, at my current level of understanding, a high fuel density fuel such as South Korea has developed for research reactors might make even lifetime cores possible without a great increase in core size.”
폰 히펠 교수는 프랑스를 사례로 들며 정기 점검의 필요성도 짚었습니다. 그는 “핵잠수함은 비용이 많이 들고, 원자력 계통을 30년가량 점검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도 원자로와 냉각 계통을 10년마다 안전 점검하고 연료를 신속히 교체하며, 농축도 6%의 연료를 쓰는 프랑스 방식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폰 히펠 /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Nuclear submarines are costly and not inspecting a nuclear system for 30 years or so may not be a good way to start. South Korea might want to consider the French approach, which involves safety inspections of the reactor and cooling system every ten years, rapid refueling and a fuel enrichment of only 6 percent.”
연료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설계라면 잠수함이 정박해 있는 동안 이를 어떻게 확인할지도 논의해야 합니다. 퀑 연구원은 “저농축우라늄은 확산에 덜 민감하지만, 잠수함의 정기적인 연료 교체는 안전조치상 문제를 제기한다”며 “연료 교체 전과 진행 중, 이후에 IAEA 사찰관이 잠수함에 어느 정도 접근해야 하는지가 한 예”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이미 퀑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연구원] “LEU is less proliferation sensitive, but the need for the boats' periodic refueling will certainly raise safeguards questions. For example, what level of access will IAEA inspectors need to the submarines before and/or during and/or after the docked, refueling process so that they can continue to meet their technical safeguards objectives?”
“민간 원자력협정과 핵잠 연료”
위성락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22일 뉴욕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이 핵잠수함 연료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연료 공급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군축·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핵심 정책 쟁점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연료에 쓸 우라늄을 직접 농축할지 여부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백악관 군축·대량살상무기 조정관] “I think the big policy question is whether ROK enriches uranium for its nuclear submarine fuel.”
민간용 농축·재처리 문제에는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걸려 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제공된 핵물질과 기술은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협정 적용 대상 핵물질을 한국에서 농축하거나 재처리하려면 미국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미국이 잠수함용 연료나 군사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려면 협력 내용에 맞는 별도 합의와 미국 법에 따른 절차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미한 공동 팩트시트도 현행 협정과 미국 법률을 전제로 민간용 농축·재처리로 이어질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힌 뒤, 별도 항목에서 핵잠수함 건조 승인과 연료 조달 방안에 관한 협력을 명시했습니다.
달튼 공동소장은 “비확산 관점에서 가장 큰 기술적 문제는 한국이 추진하려는 우라늄 농축 사업과 핵잠수함 연료가 연결될 가능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컨대 한국이 민간용 연료를 생산할 때만 우라늄을 농축하고 농축도를 5% 이하로 제한하며, 잠수함 연료는 다른 나라에서 공급받는다면 비확산에 중요한 기술적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비 달튼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 “For me the biggest technical issue from a nonproliferation standpoint is the potential linkage between the desired enrichment program and SSN fuel. For instance, if in the context of its enrichment program ROK indicates it will not enrich above, say, 5% and will only use that program for commercial fuel production (vs for military uses – SSN fuel would be provided by other countries), then I think that could create a technical barrier that would have important nonproliferation significance.”
사용한 연료를 누가 맡을지도 공급 협상과 관계가 있습니다. 달튼 공동소장은 “사용한 연료가 한국에 남을지, 공급국에 돌려보낼지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훗날 재처리 시설을 갖춘다면 그 연료에 남은 농축우라늄을 재활용할 수 있을지도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비 달튼 /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공동소장] “There is also the question of what happens to the fuel after it is used in the reactor – Does it stay in Korea? Is it returned to the supplier? If ROK established a reprocessing facility, could this fuel be reprocessed in order to recycle the remaining enriched uranium? In addition to the safeguards approach, these ‘back end’ questions will also be relevant to whatever agreement Korea negotiates with a foreign supplier.”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사용후연료를 실제로 어떻게 처리할지는 사업의 훨씬 뒤 단계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에서 재처리할지, 해외로 옮겨 관리하거나 처분할지가 남아 있다는 설명입니다.
[올리 하이노넨 / 전 IAEA 안전조치 담당 사무차장] “One of the remaining questions concerns the ultimate disposition of spent submarine-reactor fuel. This raises the issue of whether such fuel would be reprocessed in Korea or transferred abroad for management or disposal. However, that question is likely to arise at a much later stage of the programme.”
한국은 잠수함을 국내에서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미국은 건조를 승인했습니다. 한국이 연료 제작을 어디까지 맡고 미국이 조달에 어떻게 참여할지는 후속 협상에서 가려질 전망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