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위장 취업 북한 IT 노동자, 민감정보 공개 협박하며 금전 요구

노트북에 새겨진 북한의 디지털 기술 국기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Adobe Stock)

뉴질랜드 대기업에 위장 취업한 북한 IT 노동자가 회사 내부의 민감한 정보를 확보했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뉴질랜드 국가사이버보안센터가 밝혔습니다. 뉴질랜드 당국은 북한 IT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자금이 무기 프로그램의 자금 조달에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질랜드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24일 발표한 ‘2026년 사이버 위협 보고서(Cyber Threat Report 2026)’에서 북한 IT 노동자가 가짜 신분을 사용해 뉴질랜드 기업에 위장취업한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명을 밝히지 않은 뉴질랜드의 한 대기업은 지난해 원격으로 근무하던 IT 노동자의 신원 정보에 의심을 품고 NCSC와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 결과 해당 인물은 북한 국적자로 확인됐습니다.

이 북한 IT 노동자는 취업을 위해 가짜 신분증을 포함한 허위 신원정보를 사용하고, 뉴질랜드 주소를 연락처로 제시했습니다.

또 현지 뉴질랜드 시민을 모집해 회사가 보낸 노트북을 대신 수령하게 한 뒤, 이에 원격으로 접속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사가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즉시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북한 IT 노동자는 회사 내부의 민감한 정보를 확보했다며, 돈을 주지 않으면 해당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입니다.

NCSC는 “북한은 IT 노동자를 해외 기업에 취업시켜 정권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은 제재 대상 무기 프로그램의 자금 조달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일부 북한 IT 노동자는 악성 사이버 활동에도 관여하며, 북한 당국의 관리는 받는 위장회사 소속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NCSC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뉴질랜드 국내법에도 적용된다며, 북한 국적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과 북한에 이익이 되도록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위장 취업을 막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 가능한 한 대면 면접을 실시하고, 해당 직원이 회사의 IT 장비를 직접 수령하도록 해야 한다고 NCSC는 권고했습니다.

이어 암호화폐로 급여 지급 요구, 화상회의 참여 거부, 비정상적인 근무시간 등을 주의해야 할 의심 신호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뉴질랜드 사례에서 실제로 기업의 민감정보가 북한 측으로 유출됐는지, 해당 노동자가 어떤 북한 기관이나 위장회사와 연결돼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IT 노동자들이 신분을 숨기고 해외 기업에 취업하는 수법은 뉴질랜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신원 도용 등을 이용한 유사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습니다.

미 법무부는 올해 4월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 100곳 이상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운 미국인 2명에 대한 선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최소 80명의 미국인 신원이 도용됐고, 북한 측에 500만 달러 이상의 불법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IT 노동자들의 해외 위장 취업과 신원 도용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제사회의 대응과 공조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국과 한국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한 유엔 제재 위반과 회피를 규탄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11개국은 북한의 IT 노동자들이 신분을 속여 해외 기업에 취업하는 수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련 정보 공유와 대응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조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