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러, 사이버범죄 대응 협력 합의…국제사회 우려 속 ‘역설적 공조’

북한과 러시아가 검찰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조직범죄와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고, 정보 교류와 검사 교육도 확대하기로 했다.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조진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조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입니까?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검찰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국제 조직범죄와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고, 정보 교류와 검사 교육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대규모 가상자산 탈취와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고, 러시아 역시 국가 연계 해킹 활동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사이버 위협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두 나라가 사이버범죄 대응을 위해 손을 잡은 건데요. 양국의 사이버 활동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러 양측이 이번에 정확히 어떤 협력을 약속한 겁니까?

기자) 러시아 연방 검찰총장실은 지난 21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구찬 러시아 검찰총장이 김철원 북한 최고검찰소장과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검찰총장실에 따르면 양측은 국제 테러리즘과 초국가적 조직범죄, 무기와 마약의 불법 거래, 사이버범죄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또한 전문가 간 직접 접촉과 정보 교류를 확대하고, 러시아 검찰 교육기관에서 북한 검사들을 교육하는 방안도 다뤘습니다.

회담은 양국 검찰 기관 간 협력 협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다만 공개된 발표에는 사이버범죄와 관련해 어떤 사건을 공동 수사할지, 또 어떤 정보를 교환할지 등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양국이 사이버범죄 대응을 주요 협력 분야로 내세운 점이 눈에 띄는데요. 북한은 그동안 가상자산 탈취나 해외 정보기술(IT) 인력을 통한 외화 획득 등 불법 사이버 활동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북한의 사이버 활동은 어느 정도 규모이고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대표적인 활동은 가상자산 탈취, 자금 세탁, 해외 IT 인력을 활용한 외화 획득, 그리고 군사·산업 정보를 노린 사이버 첩보 활동입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약 28억 4천만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 가운데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의 탈취 규모만 약 16억 5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또한 북한의 해외 IT 인력이 최소 8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상당 부분이 북한으로 송금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MSMT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과 해외 IT 인력 활용이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북한의 사이버 활동은 단순한 시스템 침입을 넘어 정권의 외화 확보와 제재 회피, 군사력 강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판단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러시아의 사이버 활동은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북한과 비슷한 점이 있나요?

기자) 두 나라의 사이버 활동을 동일한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가상자산 탈취와 위장 취업을 통한 외화 획득 등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활동이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물론 군사·기술 정보를 수집하는 사이버 첩보 활동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에는 국가와 연계된 사이버 작전과 민간 범죄 조직의 활동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사이버 보안 당국 및 민간업체들은 러시아 국가 연계 해킹 조직들이 정부 기관과 주요 기반시설, 기업 등을 겨냥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시스템을 교란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한편 러시아의 범죄 조직들은 랜섬웨어를 이용해 컴퓨터 파일을 암호화한 뒤 금전을 요구하거나, 탈취한 정보를 가지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 해커들이 러시아 랜섬웨어 조직과 직접 협력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부분이 북러 사이버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대목입니다. MSMT 보고서는 북한의 사이버 조직들이 러시아 범죄 조직과 접촉하고 협력한 정황을 제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은 러시아 기반 랜섬웨어 조직인 ‘킬린(Qilin)’의 공격 도구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범죄 조직이 직접 개발한 도구를 다른 공격자에게 빌려주고 이용료나 수익을 나누는 이른바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방식인데요. 북한 해커들이 이런 도구를 활용하면 자체적으로 모든 공격 수단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기존 범죄 조직의 기술과 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범죄 조직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도구를 제공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가상자산 탈취가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공조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등 각국 정부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연루된 개인과 기관을 제재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에는 북한 해커들의 공격과 위장 취업에 주의하도록 경고를 발령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사이버 활동은 여러 국가의 인터넷 기반시설과 가상자산 거래소, 금융망을 복잡하게 경유하며 신원을 숨기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한 국가의 단독 대응만으로는 차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국제사회의 긴밀한 정보 공유와 수사 공조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지금까지 조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