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9절을 맞아 행한 연설에서 “애국심과 헌신적 기여”를 강조한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9절을 맞아 연설을 했군요?
기자) 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일 평양의사당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8주년 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 모임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해외 군사작전에 참전하고 있는 우리 군대 지휘관, 병사들에게도 특별한 감사와 숭고한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어 "나라의 번영을 기원한 모든 공민들의 애국심과 자각적 노력, 헌신적 기여에 의해 우리의 이상실현은 계속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며 그를 향해 전진하는 우리의 투쟁력 또한 격증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행사 이름이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 모임’인데, 중앙선서란 뭔가요?
기자) 중앙선서란 9·9절처럼 국가의 중요한 기념일에 당과 정부, 군의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와 체제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의식입니다. 이번 9·9절 행사에서는 인민군 명예위병들이 인공기를 게양했고, 이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붉은색 머플러를 손에 들고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선서를 했습니다. 지난해 9·9절에도 똑같이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 모임’이라는 행사가 열린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나씩 짚어보죠.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대목이 눈에 띄던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여기서 말하는 ‘해외 군사작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북한군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국가적 애국행위와 영웅적 군사활동으로 선전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2024년 말 이후 러시아에 1만 4천~1만 5천 명 규모의 북한군을 파병했고 전투 과정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는 것은 북한군의 희생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 아닐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26년 2월 기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 가운데 약 6천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2024년 말부터 약 1만 4천~1만 5천 명을 러시아에 파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파병 병력이 1만 4천 명인데, 사망 또는 부상자가 약 6천 명에 달한다면 전체 병력의 40% 이상이 희생된 겁니다. 상당한 희생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도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전사한 북한군을 기리는 기념관을 세우지 않았나요?
기자) 네, 북한 당국은 평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전사한 북한군을 기리는 기념관과 묘역을 조성했습니다. 2026년 4월 평양에서 ‘해외 군사작전 전투위훈 기념관’이 문을 열었는데요. 이 시설은 쿠르스크 전투 등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북한군을 기리는 전쟁기념관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개관식에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파병됐다가 사망 또는 부상당한 사람이 6천 명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인데, 내부적으로 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나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1만 4천여 명의 파병 인원 중 40%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것은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나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것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인명 피해 규모를 제대로 알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 당국은 파병된 장병들의 가족에게조차 비밀유지 서약을 강요하거나 통신을 차단하고 있어 일반 주민들은 대규모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소문과 장마당 유언비어를 통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김정은 위원장 연설을 보면 새로운 내용, 즉 ‘알맹이’가 없다는 느낌입니다.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식량 가격 상승을 비롯한 경제 문제입니다. 그런데 연설에서 ‘애국심과 헌신적 기여’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요?
기자) 현재 북한은 고물가-고환율 시대입니다. 몇 년 전에 1달러에 8천 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금 7만 원이 됐습니다. 또 과거 1kg에 5천 원이었던 쌀값은 4만 원을 넘었습니다. 여기에 만성적인 전력난과 대북 제재까지 겹쳐 정권 차원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북한 수뇌부가 구체적인 물가 안정이나 식량 공급책을 제시할 수 없다 보니,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조해 주민들의 불만을 덮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올해가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 78주년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에도 연설을 했나요?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2025년) 정권 수립 77주년 9·9절에도 연설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에는 “77년간의 강국 건설 위업으로 획득한 비상한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와 핵무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올해는 핵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고 '애국심과 헌신' 그리고 '러시아 파병군 감사’를 언급해 내부 결속과 주민 충성심 유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오늘은 김정은 위원장이 9·9절을 맞아 행한 연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