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9절 78주년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지난 15년을 평가해 보겠습니다.
진행자) 올해 9·9절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보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9·9절을 하루 앞두고 노동당과 정부의 고위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박태성 내각총리와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를 비롯한 당·정·군 간부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 명의의 꽃바구니가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시가행진과 경축야회가 열렸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 정상도 축전을 보냈죠?
기자) 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푸틴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축전들은 북한 노동신문 1면에 나란히 실렸습니다.
진행자) 이제부터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15년을 평가해 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에 북한 주민들을 잘살게 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첫 공개 연설을 했는데요. 당시 김 위원장은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 개혁과 주민 생활 향상을 약속한 겁니다.
하지만 실제 행보는 전혀 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민생 대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모든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4차 핵실험, 2016년 9월 5차 핵실험, 그리고 2017년 9월 6차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을 잘살게 하겠다는 말은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거센 규탄과 대북제재 등으로 결국 ‘빈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 집권 15년 중 가장 주목 받았던 일을 꼽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꼽아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로는 최초로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역사상 첫 정상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당시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을 약속한 합의문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고,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진행자) 남북 관계 변화도 극적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그후 180도 돌아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중재국을 자임했던 한국 정부에게 그 책임을 돌리며 돌변했습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6월 개성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이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민족과 통일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그 결과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단절된 기간이 6년째에 접어든 상황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은 그후 러시아 파병으로 돌파구를 열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이 막히고 국제적 고립이 깊어지자, 김정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잡아 난국을 돌파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2024년 6월 평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실상 냉전 시절의 군사동맹을 복원한 것입니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 전쟁에 1만 명 이상의 북한군을 파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수천 명이 사망 또는 부상하면서 북한은 참혹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지금도 추가 파병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흥미로운 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화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미·한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19일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자가 올해 후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만날 것이다(Yeah, I will be)”라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손짓에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반응을 보인 것은 없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는 훌륭하다”면서도, 미국이 미·한 동맹과 제재 기조를 유지하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미국에 더 큰 양보를 압박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를 볼 때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내놨지만 이것을 거부 의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 입에서 의사 표시가 없거든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도 손해 볼 상황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핵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진행자)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5년간 권력 세습과 핵무력을 다졌다고 볼 수 있는데,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권은 개선된 부분이 있습니까?
기자)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권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보다 더 악화했습니다. 국가 자원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으면서 주민들은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시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준비 안 된 지도자로서 초기에 많은 불안정 예측을 뒤엎고 권력 기반을 안정화시켰다. 다만 인민 생활은 개선된 것이 없다. 평양에 건물은 올라가지만 전기, 수도, 가스, 도로 이런 인프라는 전혀 진전이 없다. 환율도 높고, 식량 가격도 3~4배 올랐고. 본인 권력을 강화하고 북·러, 북·중 밀착하고 있지만 그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 집권 15년 동안 국제사회가 거세게 규탄하고 있는 핵무기, 즉 정권 유지를 위한 핵무기는 늘어났을지 몰라도, 정작 주민들의 자유와 삶의 질은 더욱 참혹해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오늘은 9·9절을 맞아 김정은 정권의 지난 15년을 평가해 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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