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제15차 교원대회로 본 북한 교육의 빛과 그림자

  • 최원기

북한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평양에서 열린 제15차 전국교원대회를 계기로 북한 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전국교원대회가 열렸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나요?

기자) 참석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일 평양에서 열린 제15차 전국교원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교육은 국가적인 중대사라며 “교육자들은 그 누구보다 높이 떠받들려야 한다”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진행자) 북한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인데, 어떤 문제가 논의됐나요?

기자) 박태성 내각 총리가 교육 부문에 대한 총화를 했는데요. 박 총리는 올해 초 열린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제시한 교육의 현대화와 정보화 문제,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수준 차이를 줄이는 등 교육 토대를 현대적으로 완비하는 데 필요한 과업들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내각 총리가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수준 차이를 언급할 정도면 평양과 지방의 교육 환경이 크게 다른 모양이죠?

기자) 탈북민들에 따르면 평양과 농촌 간의 교육 격차는 하늘과 땅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 TV에 나오는 평양의 학교나 외국어학원 등은 디지털 장비와 상대적으로 세련된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지방 농촌 학교들은 기본적인 물적·인적 기반 자체가 허물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진행자) 하나씩 짚어보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현대적인 학교 건물과 위생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기자) 탈북민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통일부의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대부분의 학교는 기초적인 식수와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북한 전체 학교의 56%만 수도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재래식 화장실이 학교 건물 외부에 있고 손 씻는 시설이 없는 등 위생시설이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세식 실내 화장실과 손 씻는 시설은 평양 등 도시 일부 학교에만 있다고 합니다. 또 교실에 조명과 전기시설이 있지만 평양을 제외하고는 전기 공급이 잘 안되고,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교육의 현대화와 정보화’는 컴퓨터 교육을 의미하는데, 컴퓨터는 충분히 보급돼 있나요?

기자) 북한은 2009년부터 전국 소학교 3학년부터 컴퓨터 과목을 정규교육에 포함시켰습니다. 다만 컴퓨터 보급률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평양에 거주했었던 한 탈북민은 2019년에 평양 학교에 컴퓨터와 TV 시설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반면 황해남도에서 살았던 탈북민은 2016년까지 학교 컴퓨터실에 컴퓨터가 8대 있었는데 그중 3~4대만 작동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컴퓨터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탈북민들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교과서가 부족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습니까?

기자) 과거에 비하면 북한 당국이 교과서 보급과 교육환경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지난 2024년에 탈북한 한 탈북민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와 교복을 보장해 준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교원은 상당히 중요한 직업으로 여겨지는데, 실제 교원들의 처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교원은 사회적으로는 중요한 직업으로 평가받지만 경제난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국가의 지원과 배급이 줄어들면서 교원들의 생활 여건도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월급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서 부업이나 장사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학부모들이 졸업이나 명절 때 돈을 걷어 교원들에게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은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을 표방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기자) 탈북민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각종 명목으로 잡부금과 물품을 학교에 내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꾸리기’ 비용이 필요하다며 돈을 걷거나, 시설 보수비, 심지어 파지나 폐철을 모아 바치는 이른바 ‘지원 사업’ 비용까지 모두 학부모 호주머니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또 납부금이나 물품을 내지 못한 학생은 교사로부터 폭언과 인격 모독을 경험한 사례도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학생들은 또 각종 농촌 작업에 동원되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 학생들에게 학교는 단지 글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갖가지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봄철 모내기철과 가을 수확기가 되면 초급·고급 중학교 학생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농촌 현장에 투입됩니다. 이 기간에는 정상적인 수업이 완전히 중단됩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꽤 있다는데, 실제로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네, 주로 지방의 경우 집안 형편이 어려우면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안일과 생계 유지입니다. 학생들은 부모님을 도와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거나, 산에 가서 땔감을 줍고, 나물을 뜯어 장터에 팔아야 합니다. 당장 오늘 먹고살 일이 급하다 보니 수업을 듣는 것보다 한 끼 식량을 구하는 게 더 시급한 현실입니다. 한 탈북민은 황해남도의 경우 학교에 낼 물품이 없어서 결석을 하거나, 또는 신발이 없어서 학교에 못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출석률이 낮을 때는 50~60% 정도일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전국교원대회까지 열고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 교육 환경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자) 북한 당국이 교육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교육 환경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육 환경이 좋아지려면 정부 당국이 막대한 재정을 꾸준히 투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수뇌부의 1순위 목표는 핵과 미사일 개발이며, 여기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교육 환경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오늘은 북한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