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3대 세습 정당’ 노동당 규약…‘김일성·김정일주의 표현’ 삭제

지난 2024년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최근 공개된 북한 노동당 규약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노동당 규약이란 무엇인지 좀 소개해 주시죠.

기자) 노동당 규약은 북한을 80년간 통치해 온 조선노동당의 ‘헌법’에 해당하는 문서입니다. 노동당의 목표와 최고지도자의 권한, 그리고 당 조직의 운영 방식 등을 규정합니다. 특히 북한은 국가의 모든 활동이 노동당의 영도 아래 진행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당 우위’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 규약이 바뀌었다는 것은 북한의 통치 방식과 국가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제9차 노동당대회는 지난 2월에 열렸는데, 왜 7개월이 지난 지금 전문이 공개된 겁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제9차 당대회는 지난 2월에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노동당 규약을 개정했다는 사실과 일부 내용만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이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전문을 3일 공개한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가장 큰 변화는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표현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2021년 노동당 규약에는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선대 수령들을 높이 모신다는 표현 등이 있었는데, 이번 개정에서는 이런 내용이 삭제됐습니다. 그러니까 노동당이 선대인 김일성·김정일 중심에서 김정은 총비서 중심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한마디로 노동당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3대에 걸쳐 세습됐다는 얘기인데, 이런 것은 봉건 군주제도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러 정파 간의 경쟁, 그리고 주기적이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고 또 정당의 구조를 바꿉니다. 그러나 노동당의 경우는 3대 세습을 했습니다. 따라서 노동당은 민주주의에 기초한 정당이 아니라 김정은 일가의 개인당, 사당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여기서 북한 전문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결국 노동당 권력이 대를 이어서 3대 세습이 되면서 한층 사당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총비서의 권한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기자) 개정된 노동당 규약 제24조를 보면 노동당 총비서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요. 총비서가 정치국 회의와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하고 간부를 직접 임명할 수 있습니다. 또 공민을 직접 당원으로 입당시키고, 당원을 출당시킬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당의 규율을 위반한 당 조직은 해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김정은 총비서의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당 규약에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 규약에서 통일과 남북관계 관련 개념은 완전히 지워지고 '적대적 두 국가' 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전까지 당 규약 서문에는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한다"거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인다"는 등의 통일 및 민족 관련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으나, 이번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이런 내용이 전면 삭제되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통일은 북한 주민들의 오래된 소망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의 뜻과 달리 일방적으로 ‘2개 국가론’을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80년간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살면서 북한의 최종적인 목표는 통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가 갑자기 ‘2개 국가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 주민들은 대놓고 얘기는 못 하지만 내심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다시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열의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0년간 북한이 계속 통일을 지향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2개 국가론은 주민들이 생각해 왔던 통일, 또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마저도 완전히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는 흔히 노동당을 ‘어머니 당’이라고 부르는데, 노동당이 당 규약 개정을 계기로 주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기자) 현재 북한 주민들은 노동당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수령과 당을 향해 충성을 다짐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의 통제를 피하며 장마당과 개인의 생계에 집중하는 이중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일단 노동당 정치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져야 하는데, 김정은 집권 15년간 노동당은 주민들의 삶을 오히려 이전만도 못하게 만든, 민생을 외면하는 당이 됐습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면서 대북 제재를 자초했고, 국제적 고립은 더욱 강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 정권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했다고는 해도 세습의 폐단과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진행자)북한 노동당 규약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