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경공업의 현주소…전력난·기술 부족에 품질 개선 한계

  • 최원기

북한 평양의 한 신발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계기로 북한의 경공업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공업 제품 전시회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이 경공업 제품 전시회장을 찾아 지방공업 공장의 생산 성과를 부각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9일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둘러봤습니다. 전시회에는 270여 개 생산 단위에서 30여 종의 의류 7만 700여 점과 신발 60여 종 17만여 켤레가 출품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경공업 부문에서 “제품의 도안을 선행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왜 경공업을 강조하는 것일까요?

기자) 그것은 경공업이 주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미사일이나 핵무기 같은 군사 분야와 달리 옷, 신발, 식품, 가방, 생활용품은 주민들이 매일 사용하고 평가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2024년부터 추진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공업은 중요합니다. 이 정책은 매년 20개 지방 시·군에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지방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들 공장에서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의류, 간장, 된장, 과자 등 경공업 제품입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도 새로 건설한 지방 공장들이 만든 제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진행자) 또 가발 같은 경공업 제품이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 아닌가요?

기자) 네. 가발과 인조 속눈썹은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가발과 인조 속눈썹 등을 2억 576만 달러어치 수출해 전체 수출액의 43.9%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머리카락 등 원자재를 수입해 자체 노동력으로 가공한 뒤 다시 중국에 수출하는 임가공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고 있는데요. 석탄과 철광석 등 전통적인 수출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막히면서 이런 경공업 제품이 새로운 외화 수입원이 된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에는 옷과 신발 같은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몇 개나 있을까요?

기자)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EI)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북한의 경공업 기업은 1천565개입니다. 이 가운데 음식료품 및 담배업이 718개로 가장 많고, 이어 섬유·의류·신발업이 493개, 가구·목재·종이 및 기타 업종이 354개입니다. 지역별로는 평양과 평안남도, 함경남도, 황해북도 순으로 분포해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경공업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품질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의 산업연구원(KEI)이 북한의 국수, 술, 과자, 분말 제품 등을 직접 구입해 품질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제품의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말 제품의 경우 제조 공정상의 문제로 분말의 균질도 등이 심각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수 역시 품질이 나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알사탕과 과자는 씹었을 때 식감이 딱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제조 기술이 불량한 데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또 북한산 ‘배단물’과 ‘들쭉술’에는 비타민이 포함돼 있다고 표시돼 있지만, 분석 결과 비타민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제품 포장의 인쇄 상태도 불량했고, 병에 들어 있는 제품은 병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거나 쉽게 파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도 과거 북한산 화장품의 품질에 불만을 표한 적이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하면서 화장품의 품질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외국산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북한산 제품은 “하품만 하더라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스카라가 눈물이나 물기에 번져 눈 주변이 검게 변하는 문제를 꼬집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샤넬과 랑콤, 크리스찬 디올, 시세이도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언급하며 이들 제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품질을 높이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북한의 경공업 공장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기자)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만성적인 전력난입니다.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식품 생산 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평양의 룡성식료공장, 금컵체육인종합식료품공장, 대성은하식료공장, 경흥식료공장은 북한의 유명한 식품 공장이지만, 이들 공장에도 전기가 하루 5~8시간만 공급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식품 생산 설비를 석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식품을 반자동 또는 수동으로 생산하는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 밖에 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기자) 낡은 기계와 설비가 문제라고 산업연구원은 지적합니다. 새로운 기계와 설비, 부품을 도입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자금 부족과 대북 제재 등으로 필요한 설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술도 부족합니다. 생산 설비가 낡은 데다 최신 생산 기술을 도입하기도 쉽지 않아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 설비와 원자재를 구입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전력난과 낡은 설비, 기술 부족, 자금난이 서로 맞물리면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의류나 신발 같은 경공업을 발전시키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설비 현대화, 기술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북한의 경공업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