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르는 은퇴 로봇들이 어떻게 까다로운 뉴욕 브로드웨이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을까요? 토니상을 석권한 K-뮤지컬의 신화 ‘어쩌면 해피엔딩’이 사상 최초의 전미 순회공연으로 미국 전역의 무대를 달구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인간다운 온기와 깊은 정을 전하고 있는 두 주역, 스티븐 윈과 클레어 권 배우를 VOA가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앵커) 오늘은 토니상 수상에 빛나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첫 북미 순회공연을 이끌고 있는 두 분의 배우, 스티븐 윈과 클레어 권을 모셨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티븐) 물론이죠, 저희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클레어) 네, 저희를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앵커) 먼저 이 작품 <어쩌면 해피엔딩>이 어떤 이야기인지, 그리고 두 분이 맡으신 '올리버'와 '클레어'는 각각 어떤 캐릭터인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스티븐) 네, 물론이죠.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한국 서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우리가 헬퍼봇이라고 부르는 휴머노이드 조수를 두는 것이 어떨지 상상해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같은 피조물들입니다. 우리가 생활하고, 움직이고, 요리하고,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든 돕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올리버와 클레어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들은 두 대의 은퇴한 헬퍼봇들입니다. 올리버는 모델 3여서 조금 더 구형이고 , 클레어는 모델 5여서 그보다는 조금 더 신형이지만 둘 다 은퇴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헬퍼봇 야드라고 불리는 장소에서 그 둘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헬퍼봇들을 위해 마련한 은퇴 커뮤니티 센터 같은 곳입니다. 헬퍼봇들이 은퇴 생활 속에서 여생을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을 남겨두는 그냥 좋은 작은 장소라고 할 수 있죠. 그 둘이 만나게 되는 건 클레어의 충전기가 고장이 났고, 그녀가 올리버의 문을 두드리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그 둘이 만나게 되고, 그리고 그 만남 때문에, 그들은 올리버의 옛 주인을 찾아 나서고,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발견하기 위해 환상적인 모험을 떠나게 되지요.
앵커) 완벽한 소개였네요, 그렇죠? 클레어 배우님, 덧붙이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클레어) 아니요, 이분이 설명을 정말 잘하세요!
앵커) 그러니까 스티븐 배우가 설명해 주신 것처럼, 올리버는 조금 낡은 구형 모델이고 클레어는 그보다 신형 로봇이잖아요. 로봇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특유의 어색한 움직임이나 로봇다운 특징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연습하시거나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클레어) 우리가 서로 이야기했던 건, 비록 이들이 로봇이기는 하지만 관객인 인간들 또한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연극적 경험이라는 점입니다. 저희가 마음에 새겨두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요, 헬퍼봇 3가 조금 더 경직돼 있고, 의도적으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그래서 예를 들어 컵 하나를 집어 올리기 위해 움직일 때도 로봇은 컵 하나를 들어올려도 관절들이 인간과는 조금 다르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반면에 헬퍼봇 5는 조금 더 발전됐고 움직임이 직선 보다는 곡선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묘사하곤 합니다. 그래서 헬퍼봇 5는 조금 더 인간처럼 보일 수도 있고, 더 많은 유연성과 우아함을 지닌 채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스티븐 배우의 부분을 대신해서 설명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저는 몸 중심을 잡는데 많은 집중을 합니다. 그러니까 몸의 중심부에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죠. 인간이 장기들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헬퍼봇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신체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것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인간에 가까운 우아함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식입니다.
스티븐) 거기에 덧붙이자면, 제 개인적으로 올리버에게는 경직성과 구조, 동작의 효율성이 존재한다고 봐요. ‘터미네이터 2’, 혹은 ‘아이, 로봇’, 혹은 ‘로보캅’ 같은 우리가 영감을 끌어올 수 있는 로봇 관련 예전 영화들에 나온 모든 로봇들에게는 일종의 경직된 구조 같은 것이 존재하며, 그리고 모든 움직임이 의도적이고 날카롭죠. 그리고 때때로 반동을 주는 느낌 것도 존재하는데요. 그것이 올리버라는 존재의 핵심 기반이 되면서, 동시에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있는 그가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했죠.
앵커) 배경도 미래의 서울이고 올리버의 화분(HwaBoon)이나 제주도 여행 같은 한국적인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외로움이나 사랑 같은 감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이런 한국적인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미국 전역의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 쓰나요?
스티븐) 저는 뛰어난 작가들인 윌 애런슨과 박천휴가 함께 창작해 낸 작품을 존중하고 그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글과 음악을 신뢰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클레어 배우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 소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제가 실제로 하는 일은 많지 않은 셈입니다. 마치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 멋진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이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죠. 그리고 비록 이 작품이 뚜렷하게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지라도, 그 주제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보편적이죠. 그리고 사랑, 상실, 슬픔, 설렘, 경이로움, 모험, 그리고 우리를 아름답게,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그 모든 감정들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삶의 어느 단계에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이 뮤지컬과 공감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공연을 하는게 정말 쉽게 느껴져요. 저희 자신을 그저 쏟아부을 수 있는 놀라운 작품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죠. 모든 요소가 이미 이 작품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클레어)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공연의 디자인 또한 브로드웨이에서 그리고 순회공연에서도, 적어도 제게는, 일종의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언어와 의상, 디자인에서 매우 유기적이고, 거기에 많은 우아함이 존재한다고 느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희 창작자들과 소재 그 자체의 힘 덕분에 작품 속에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적인 요소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것을 신뢰하고, 저희 자신이 그 배경 안에 그저 온전히 존재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까요?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함으로써 저희 일이 수월해지는 셈이 거든요.
스티븐) 맞아요.
클레어) 저희는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고, 그러한 주제들을 공유하는 것에 열린 자세로 있기만 하면 되요.
앵커) 한국 뮤지컬 특유의 잔잔한 서정성이나 애틋한 '정' 같은 감정선이 돋보이는데요. 대본이나 노래에서 이런 미묘한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기존 브로드웨이 작품들과는 좀 다르게 느껴진 부분들이 있었나요?
클레어) 분명히 있어요. 저는 한국계 미국인인데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라는 걸 알았죠. 이전의 어떤 뮤지컬 과도 달랐죠. 대본을 읽고 ‘이건 너무 한국적이야’라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애수의 감정, 맞죠? 그리고 일종의 ‘정’, 혹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서로를 향한 일종의 의무감, 혹은 심지어 여러분이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알기를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그러한 방식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요. 한국적 정서에서 그것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공연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일종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 부분들이 바로 그 수많은, 아름다운 고요와 침묵의 순간들이라고 보는데요. 왜냐하면 관객들은 저희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이야말로 모든 시각적인 요소들에 더해진 진정한 볼거리예요.
스티븐) 클레어 배우가 대단히 훌륭하게 표현해서 저는 거기에 덧붙일 말이 전혀 없습니다.
앵커) 윌 애런슨과 박천휴 작가의 음악은 따뜻한 재즈 선율에 한국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이 깊게 녹아있잖아요. 무대에서 직접 부르시거나 뒤에서 들으실 때 가장 마음에 와닿는 '최애곡'은 무엇이고, 그 곡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티븐) 공연 전체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웨어 유 빌롱(Where You Belong·그대가 있어야 할 곳 / 한국곡 제목: 고맙다, 올리버)’입니다. 올리버가 옛 주인인 제임스를 놀라게 해주고 마침내 그와 다시 함께 있게 된다는 것이 어떨지 상상하고 있는 부분에서 나오는데요.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며 서로를 위해 항상 곁에 있어 줄 것을 맹세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상상 장면입니다. 저는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면서 올리버와 제임스 역을 둘 다 했었기 때문에, 브로드웨이 극단에 있을 때 두 파트를 모두 불렀던 저로서는 그저 믿기 힘든 여정이었고, 제가 데뷔했을 때 이곳이 바로 제가 속한 곳이라는 훌륭한 일깨움을 주는 곡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이 곳에 대해 항상 이런 감정과 진심 어린 간절함이 존재해요.
앵커) 클레어 배우는 어떠신가요?
클레어) ‘웬 유어 인 러브(When You're in Love·사랑에 빠졌을 때 / 한국곡 제목: 사랑이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데요. 단순함 속의 복잡성이라는 개념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거나 혹은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감정을 이해할 거예요. 그저 평범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하루가 저물어갈 때 곁에 가만히 앉아 있고, 한나절 자동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생각만 해도 감정이 복받쳐 오르죠. 왜냐하면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와, 이게 삶이구나. 내 곁에 이 사람이 있어서 나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라고 깨닫는 순간들이기 때문이죠.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단히 깊은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봐요. 그리고 그런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리고 너무나도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미국 전역을 도는 대형 내셔널 투어에서 아시아계 배우 두 분이 남녀 주연으로 로맨스 서사를 완전히 이끌어가는 건 여전히 보기 드문 특별한 순간이잖아요. 전국의 무대에서 이 작품과 커뮤니티를 대표하게 된 것에 대해 두 분은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스티븐) 저희를 이런 순간으로 이끌어준 공동체에 일종의 보답을 할 수 있는 이번 공연이 얼마나 큰 영광이자 기회인지에 대해 생각해요. 말씀드렸다시피, 뮤지컬과 관련한 저의 첫 경험은 브로드웨이와 전미 순회공연을 통해서였고요. 그런 경험에서 제 스스로 영감을 받고요.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영감을 줄 수 있는 차례를 얻어 다음 세대의 예술가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제가 결코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부분이죠. 커다란 책임이자 영광이며, 클레어 배우와 함께, 그리고 저희 전체 극단과 함께 이것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죠.
클레어) 스티븐 배우가 말한 모든 것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그리고 저희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주신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계시고요. 저희 공연 중에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너는 상상이나 했었니?’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그리고 그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우리는 그 대사를 말 그대로 고스란히 느껴요. 저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끔 사람들의 마음과 인식을 활짝 열어주신 아시아계 미국인 선구자들과 전반적인 예술가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죠. 그래서 저희가 이 안에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건 정말 좋은 느낌이에요..
앵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가장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시나요?
스티븐) 희망과 유대감의 감정입니다. 제게 올리버는 다른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대단히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그는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죠. 그리고 그것은 제가 올리버를 통해 많이 배운 부분이고요. 그래서 저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떠나실 때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들에게 소중한 의미를 지닌 누군가에게 베풀고자 하는 유대감의 감정을 품기를 바래요. 그것이 파트너를 이전보다 조금 더 가까이 끌어안는 것이든,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친구에게 연락을 건네는 것이든 간에, 우리가 인간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생각합니다.
클레어) 네. 저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보고 ‘두 대의 로봇이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었다고? 정말 놀라워!’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래요. 저희가 느끼는 것들을 객석의 제 앞에 앉은 사람도 똑같이 느끼길 바래요. 그리고 저는 이 유대감을 조금 더 오래 붙들고, 어쩌면 그것을 인식하고, 관찰하며, 전날보다 더 많은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하곤 하죠. 아, 그리고 더 울고 웃는 것도 중요해요!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우리는 함께 이 안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삶은 완벽하지 않고, 삶은 고단하며, 우리가 가진 전부는 서로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 더 오래 서로를 안아주곤 해야하죠.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