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K-드라마 열풍 속에 한국 창작진들은 글로벌 시장과 해외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 클라플린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의 주혜정 교수는 "현장 연출자들은 글로벌 기준을 좇기보다 철저히 국내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면서, 글로벌 맞춤형 기획이 아닌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혜정 교수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앵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국의 TV 드라마는 어떻게 아시아의 지역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적인 주류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보십니까?
주혜정 교수) 저는 점진적으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그 트렌드가 동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그리고 아시아 전역으로요. 그리고 마침내 넷플릭스와 같은 최대 규모의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한국 드라마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실질적으로 크게 기여했지요.
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국가로 처음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무렵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은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고 새로 확장하고 있는 위성 채널들을 커버해야 했습니다. 위성 채널들이 너무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자신들의 채널을 채울 콘텐츠가 필요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 콘텐츠가 모든 곳에서 원하던 주요 콘텐츠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비쌌고, 일부 콘텐츠는 아시아 시청자들, 특히 중국 시청자에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다른 콘텐츠를 찾고 있었습니다. 한국 콘텐츠, 특히 K-드라마는 미국 콘텐츠를 대체할 좋은 대안이었습니다. 그 이후 일본과 타이완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 콘텐츠의 품질을 확인했고, 동시에 판권 구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으며, 공유된 문화적 가치 덕분에 훨씬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여 자국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인기를 얻어감에 따라 전반적인 기술의 발전이 온라인, 특히 유튜브와 다른 스트리밍 채널을 통한 많은 다양한 콘텐츠의 유통을 이끌었습니다. 팬들이 이런 플랫폼들에 더 많은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엔터테인먼트 장르로서 초국가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앵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언급해 주셨는데요. 특히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시나요?
주혜정 교수) 글로벌 플렛폼들의 역할이 글로벌 규모에서 한국 드라마 제작과 유통에 매우 결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넷플릭스는 가장 거대한 글로벌 스트리머 중 하나이며, 전 세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가장 큰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와 협력하고 있는 한국 제작 산업은 비영어권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글로벌 톱 5에 속합니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작품의 완성도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그리고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입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적으로 미국 콘텐츠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역별 특화 콘텐츠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미국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재 가입자의 상당수가 미국 외 지역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비영어권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한국의 제작진은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역 콘텐츠 거점 중 하나입니다. 초국가적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신선한 서사를 요구하고,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해온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업계의 트렌드가 바뀔지, 혹은 넷플릭스가 결국 한국 내 투자 규모를 재평가하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협력 관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공고합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급격한 확장을 지탱하는 주요한 재정적 기둥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없어서는 안 될 글로벌 유통 파이프라인 역할을 합니다. 정기 구독자가 아닌 시청자들조차도 넷플릭스가 독점적이고 세간의 이목을 끄는 한국 시리즈를 공개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시청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는 K-드라마를 위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스트리밍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앵커) 로맨스와 스릴러, 웹툰 원작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텔링과 서사 구조가 서구 드라마와 비교해서 어떤 다른 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주혜정 교수) 제 연구에서 여러 측면을 살펴보고 있습니다만, 우선 스토리텔링 구조 자체가 미국이나 서구 TV 스타일과는 뚜렷하게 다릅니다. 한국 작품들은 공감하기 쉬운 일상적인 전제를 취하면서도 단일한 드라마 안에서 여러 장르적 관습을 혼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시리즈가 단순히 로맨스에만 머무르는 경우는 드물며, 스릴러적 역동성이나 미스터리, 또는 법정 수사물 요소를 매끄럽게 통합합니다. 이런 다양한 장르적 스타일이 하나의 전체적인 서사 안에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한국 텔레비전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시청자들도 흥미진진한 진입점을 쉽게 찾고 계속해서 한국 작품을 찾게 됩니다. 이런 장르 혼합 능력은 한국 드라마 제작의 가장 강력한 자산 중 하나입니다.
둘째로, 주제의 폭이 극적으로 다양해졌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이전의 서사는 주로 전형적인 로맨스와 가족 멜로드라마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막대한 외국인 투자가 더해지자, 한국 창작자들은 보다 과감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창작적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제작사들은 국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한국 텔레비전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참신한 테마를 적극적으로 모색했습니다.
오늘날의 주제는 내밀한 로맨스부터 냉혹한 범죄 수사물, 그리고 시급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으며, 이는 현대의 초국가적 시청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 창작자들은 글로벌 시장의 요구와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주혜정 교수) 몇몇 현직 드라마 연출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지닌 글로벌 인지도를 인정하고 초기 기획 단계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집필과 연출에 있어서는 해외 시청자의 반응을 예상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고려 사항이 아닙니다. 그들은 한국 드라마가 반드시 현지 한국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국내 시청자를 직접 겨냥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국내라는 맥락 속에서 살아가는 시청자들을 깊이 있게 설득하고 감동시키지 못하는 이야기라면 해외에서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보편적인 미적 매력을 지닌 영화 같은 비주얼과 시각적으로 멋진 촬영지에 많은 투자를 하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묘사는 서구적 기준이나 글로벌 시장의 템플릿에 맞추기보다는 철저하게 현지의 문화적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향후 5년에서 10년 뒤, 한국 텔레비전과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주혜정 교수)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업계에서 직접 일한다면 더 명확히 내다볼 수 있겠지만, 학자적 관점과 업계 현장 사이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약간의 시각차가 존재합니다. 다만 향후 5년 동안은 한국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소비될 만한 강력한 문화적, 상업적 가치를 충분히 지닐 것이라고 봅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제작 역량을 핵심에 두고 아시아 지역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으며, 앞으로 최소 3~4년 이상은 한국 제작사들과의 협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또 현재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서 넷플릭스만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구독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국내 토종 플랫폼들은 글로벌 공룡들에 맞서 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한국에서 1년에 최소 7~8편 이상의 시리즈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이는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를 본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할 것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한국 드라마 제작의 가장 큰 투자자로 남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제작사들이 신선함과 차별화된 완성도를 계속해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소 시장 위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창작 매체는 고점과 저점이라는 자연스러운 시장 순환 주기를 거칩니다.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서구 시청자들은 잘 만들어지고 감정적 울림을 주는 한국의 이야기에 여전히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관점에서 볼 때, 향후 전망에는 탄탄한 기회와 함께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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