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갈색 베레모를 쓴 ‘레인저(Ranger)’는 미군 엘리트 병력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근·현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어렵고 까다로운 주요 군사작전들마다 선봉에 들어가 전세를 유리하게 이끈 정예 요원들이기 때문인데요. 레인저가 무엇이고, 어떻게 조직돼 어떤 활동을 하는지 ‘미국 군사· 안보 백브리핑’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앞서 이 시간에 적갈색 ‘머룬 베레’를 쓰는 공수요원들을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레인저’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기자) 네. 1980년대 이후, 근래 50년간 미군이 세계 곳곳에서 수행한 군사작전들 가운데, 특히 중요하고 까다로운 현장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레인저(Ranger)’ 요원들입니다. 1983년 그레나다에서 벌인 ‘어전트 퓨리(Urgent Fury)’ 작전, 1989년 파나마에서 수행한 ‘저스트 커즈(Just Cause)’ 작전, 그리고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 등을 ‘제75 레인저 연대’가 이끌었는데요. 특히 모가디슈 전투는, 저희가 이전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블랙호크 다운(Black Hawk Down·2001년작)’을 비롯해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될 정도로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 뒤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중요한 작전에 레인저들이 선봉에 섰습니다.
앵커) 레인저 부대의 임무는 뭐고, 지난 번에 다뤘던 특전사 소속 ‘그린 베레(Green Beret)’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기자) 제75 레인저 연대는 미 육군 편제에서 ‘직접 타격 습격(direct action raid) 부대’로 지정돼 있습니다. 전략시설 장악, 표적 인물 습격, 인질 구출 같은 임무를 맡는데요. 모든 연대원이 공수요원 자격을 갖추고 있어서, 공중 투입으로 거점을 확보하는 임무에 특히 능합니다. 정리하면, 레인저는 대규모 작전(large scale operations)에서 초기 성패를 좌우할 직접 타격 습격 임무를 맡아 수행하는 겁니다. 그래서, 주요 군사작전마다 초기에 레인저가 투입되는 겁니다. 반면, 그린베레는 비정규전(unconventional warfare)에 특화된 병력이고요. 규모가 작은 특별 임무를 맡아, 조용히 수행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레인저가 수행하는 ‘직접 타격 습격’이라는 게,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기자) 조금 전에 영화 블랙 호크 다운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모가디슈 전투에서 고립된 미군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돼 치열한 시가전을 벌인 장병들이 바로 제75 레인저 연대원들이었습니다. 또한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초기에도 야간 공습과 테러리스트 소굴 급습 작전에 최선봉으로 투입돼 수많은 핵심 전과를 올렸는데요. 말하자면, 대규모 공식 군사작전의 초기에 나서, 전체 흐름을 좌우할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게 레인저 대원들입니다.
앵커) 레인저는 대규모 공식 군사작전이 벌어지면 선봉에 서는 병력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레인저 최상위 부대인 제75 레인저 연대의 구호가 “레인저가 앞장선다(Rangers Lead the Way)”이거든요. 이 구호는 미 육군 장병이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미 육군의 ‘10대 군가’라 할 수 있는 곡 중에 ‘에어본 레인저(Airborne Ranger)’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이 곡을 제창하다 보면 절정 부분에서 “레인저가 앞장 선다”라는 가사를 힘줘서 외칩니다. 미 육군 장병들은 어깨에 ‘RANGER’라고 영문 대문자로 쓴 탭을 단 사람을 보면 ‘배드애스(Badass)’라고 하는데요. ‘거칠고 공격적인 녀석’, 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군인으로서 최고의 찬사에 해당합니다.
앵커) 군인들 중에서도 선망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저희가 이 시간에 전해드린 이야기 가운데, 애리조나주의 신혼부부가 동시 입대한 사연 기억하실텐데요. 그 중에 남편이 이런 말을 했었죠? “정예부대인 ‘제75 레인저연대’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고요. 그만큼 레인저는 미군 장병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군인 중의 군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깨에 레인저 탭을 달았다면, 평범한 군인은 아닌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육군에서 ‘레인저’라는 단어는 ‘특공대’를 가리키는데요. 레인저 탭은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밀도 높은 야전 교육훈련 과정인 ‘레인저 스쿨(Ranger School)’를 졸업해야 합니다. 병과를 막론하고, 육군 전체에서 탁월한 임무수행 역량과 리더십을 증명한 사람만 레인저 스쿨에 갈 수 있습니다.
앵커) 레인저 스쿨에선 어떤 교육을 하나요?
기자) 기간은 약 2개월, 정확히는 61일 동안 진행되는데요. 조지아주의 늪지대와 산악 지역, 플로리다주의 해안 정글 등을 차례로 거칩니다. 미 육군에서 가장 힘들고 혹독한 교육으로 꼽히는데요. 극한 환경에 몰렸을 때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를 익히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것이 바로 ‘수면 박탈’과 ‘극심한 칼로리 부족’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 못 자고 극도로 제한된 식량만 먹으면서, 전술 훈련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생들의 체중이 평균 10~15kg씩 빠지는 게 부지기수이고요. 탈진하거나 환각·환청을 경험하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앵커) 어떤 사람이 레인저 스쿨에 가는 겁니까?
기자) 레인저 스쿨은 미 육군의 장교나 부사관들이 현장 전투 지도자로서 극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입소하는 과정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레인저 부대에 배속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레인저 탭을 달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레인저 스쿨을 졸업한 뒤 탭을 달고 원 소속 부대로 복귀하는 겁니다. 이 탭 하나가 미 육군 장교와 부사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전투 지휘관’이라는 명예의 훈장처럼 여겨집니다. 뉴스 화면에 나오는 장성들의 정복이나 전투복 어깨를 보면 대개 레인저 탭이 붙어 있는데요. 그 사람이 야전에서 얼마나 검증된 지휘관인지 알 수 있는 겁니다.
앵커) 어깨에 레인저 탭을 다는 것과, 특공대 임무를 수행하는 레인저 요원이 되는 것은 별개인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제75 레인저 연대에 들어가서 실제 특공대 임무를 수행하려면, 레인저 스쿨 졸업 후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합니다. 별도로 ‘레인저 평가·선발 과정(RASP)’을 통과해야 하는 건데요. 그러고나서 공식적으로 제75 레인저 연대에 배속되면, 드디어 머리에 황갈색 베레모, 영어로 ‘탠(Tan) 베레’를 쓰게 됩니다.
앵커) 황갈색 탠 베레를 쓰기 위한 ‘레인저 평가·선발 과정(RASP)’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무척 어려운 과정입니다. 체력, 정신력, 소부대 전술 능력을 종합적으로 시험하는데요. 통과하면 레인저 연대원이 되기 위한 전문 병과 교육을 추가로 받고, 낙하산 교육을 받기 위해 공수학교도 가야 합니다. 공중 침투 임무가 레인저 연대원의 모든 활동에 필수적이기 때문인데요. 이 모든 과정은 두 갈래입니다. ‘RASP 1’은 병장 이하 초급 병사를 위한 8주 과정이고, ‘RASP 2’는 하사 이상 부사관과 장교를 위한 21일, 3주 과정인데요. 간부들의 경우, 아까 말씀 드린 레인저 스쿨 두 달여, 그리고 RASP 2를 거치는 3주 과정까지, 석달 가까운 시간동안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 뒤 비로소 탠 베레를 쓸 수 있는 겁니다. 기수에 따라 다르지만 RASP 과정의 탈락율이 보통 70~80%에 달합니다.
앵커) 제75 레인저 연대의 부대원이 된다는 것 자체가, 고도의 신체적·정신적 도전을 이겨낸 결과물인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신체적인 도전이 크다보니, 제75 레인저 연대의 상징인 탠 베레는 남성 군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요. 몇 년 전부터 여군 간부들 가운데 RASP 수료가 이어지면서 성별의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셰이나 코스 대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레인저 중대원들을 이끌면서 최초의 여성 레인저 보병 지휘관으로 기록됐는데요. 당시 미군 전체에서 굉장히 큰 뉴스였을 뿐 아니라, 주요 민간 방송과 신문에서도 크게 다뤘습니다.
앵커) 제75 레인저 연대는 평상시 어디에 주둔하고 있습니까?
기자) 대대별로 나뉘어 있는데요, 3개 대대가 조지아주 두 곳과 워싱턴주에 각각 주둔하고, 사령부는 조지아주 포트무어에 있습니다. 한 곳에 몰려 있지 않고, 미국 본토 동서에 나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어느 방향으로든 유사시 신속히 투입하기 위한 배치입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늘은 대규모 공식 군사작전이 벌어지면 선봉에 투입 돼, 전체적인 전세를 좌우할 직접 타격 습격 임무를 수행하는 제75 레인저 연대와 레인저들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