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 태클 대신 깃발을 뺏는다…미국서 인기 얻는 플래그 풋볼

2026년 8월 16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플래그 풋볼 월드 챔피언십 여성부 결승전 캐나다 대 미국 경기 중 미국의 이사벨라 제라치 선수와 캐나다의 로잘리 랜드리 선수가 공을 다투고 있다.

진행자) 미국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매주 화요일에는 미국의 스포츠 이야기 전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도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할 미국의 스포츠는 무엇인가요?

기자) 오늘은 ‘플래그 풋볼’에 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조금은 낯선 종목일 텐데요. 미식축구와 비슷하지만, 상대 선수를 몸으로 넘어뜨리는 태클 대신, 허리에 달린 깃발을 뽑아 공격을 저지하는 스포츠입니다. 최근 미국 청소년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오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진행자) 플래그 풋볼, 이름 그대로 깃발을 사용하는 풋볼이군요. 경기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선수들은 양쪽 허리에 길쭉한 깃발이 달린 벨트를 착용합니다. 공격 선수가 공을 들고 달릴 때 수비 선수가 그 깃발을 뽑으면 태클이 성공한 것으로 인정되고, 그 자리에서 공격이 끝납니다. 미식축구에서는 상대 선수를 붙잡거나 몸으로 밀어 넘어뜨려야 하지만, 플래그 풋볼에서는 그런 강한 신체 접촉이 금지됩니다. 공격 선수가 손이나 팔로 자신의 깃발을 가리는 행위도 반칙입니다. 몸싸움보다는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빠른 판단, 정확한 패스가 중요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공의 모양이나 득점 방식은 미식축구와 비슷한가요?

기자) 네. 타원형 공을 사용하고, 상대편 엔드존까지 공을 운반하거나 패스를 받아 터치다운을 하면 6점을 얻는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다만 참가하는 리그에 따라 세부 규칙은 조금씩 다른데요. 오는 2028년 올림픽에서는 한 팀에서 다섯 명이 경기에 출전하는 5인제 방식이 사용됩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20분이고요. 공격팀은 네 차례의 공격 기회 안에 경기장 중앙선을 넘어야 합니다. 중앙선을 넘으면 다시 네 차례의 기회를 얻고, 그 안에 터치다운을 시도합니다.

진행자) 일반 미식축구와 비교하면 경기장의 크기도 작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림픽에서 적용될 국제 규격의 경우 골라인과 골라인 사이가 50야드(약 46미터)이고 양쪽에 각각 엔드존이 붙어 있습니다. 폭은 25야드(약 23미터)입니다. 미국 프로풋볼, NFL 경기장보다 상당히 작습니다. 선수 수도 적고 공격과 수비가 빠르게 교대하기 때문에 경기 전개가 무척 빠른 편입니다. 공격팀 선수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달리며 패스를 받고, 수비수들은 패스의 방향을 읽거나 공을 가진 선수의 깃발을 뽑아야 합니다.

진행자) 보호 장비도 미식축구만큼 많이 필요하지는 않겠어요.

기자) 네. 미식축구를 떠올리면 헬멧과 어깨 보호대, 각종 패드가 먼저 생각나는데요. 플래그 풋볼에는 이런 장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과 깃발 벨트, 마우스가드 정도가 있으면 경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 팀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선수 수도 적습니다. 넓은 미식축구 전용 경기장이 없어도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경기를 할 수 있고요. 이런 낮은 진입 장벽이 플래그 풋볼의 확산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진행자) 사실, 미식축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과격한 태클로 인한 부상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일부 반대하거나, 걱정의 목소리도 높지 않습니까? 플래그 풋볼처럼 태클이 없다면 부상 위험도 줄어들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강한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플래그 풋볼의 가장 큰 장점인데요. 미식축구에서는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부딪치거나 상대를 넘어뜨리기 때문에 머리와 목, 어깨 등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플래그 풋볼은 태클과 블로킹을 금지하고 깃발을 뽑는 것으로 수비를 대신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훨씬 적은데요. 물론 달리다가 선수끼리 우연히 충돌하거나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전혀 없는 스포츠는 아닙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몸싸움을 최소화하면서 미식축구의 패스와 전술, 득점의 재미는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와 학교의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됐나요?

기자) 사실 태클을 하지 않는 형태의 풋볼은 오래전부터 여러 지역에서 즐겨왔습니다. 특히 현재 미국 청소년 플래그 풋볼의 성장에는 NFL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는데요. NFL은 1990년대부터 청소년 대상 풋볼 캠프와 플래그 풋볼 프로그램을 확대했습니다. 지금은 NFL FLAG라는 공식 청소년 프로그램이 미국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 리그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 사회단체도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미식축구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이 플래그 풋볼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즉,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풋볼을 더 많이, 잘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도 위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인 셈이죠.

진행자) 그럼 플래그 풋볼이 미식축구에 입문하는 단계로 활용되는 겁니까?

기자) 그런 역할도 합니다. 공을 던지고 받는 방법, 공격 경로를 만드는 방법, 수비 위치를 잡는 방법 등 미식축구의 기본 원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집이 크거나 힘이 센 선수만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달리는 속도와 민첩성, 공을 잡는 능력과 경기 흐름을 읽는 판단력이 중요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플래그 풋볼을 단순히 태클 풋볼을 배우기 위한 입문 단계로만 보지 않습니다. 자체적인 경기 규칙과 선수 육성 체계를 갖춘 독립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고등학교 체육을 관할하는 전국고등학교체육연맹(NFHS)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년에서 2026년 시즌 여자 고교 플래그 풋볼 참가자는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한 시즌 전보다 약 49% 늘었습니다.

2021년에서 2022년 시즌만 해도 참가자가 1만 5천여 명이었는데 불과 4년 만에 6배 이상으로 증가한 겁니다. 참가 학교도 약 4천 곳에 이르면서 여자 고교 스포츠 가운데 참가 규모 상위 10개 종목에 처음 진입했습니다.

진행자)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미국에서 전통적인 미식축구는 오랫동안 남학생 중심의 스포츠였습니다. 여학생이 학교 풋볼팀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참가 기회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플래그 풋볼은 남녀 모두 같은 기본 규칙으로 즐길 수 있고, 여성 선수들만을 위한 학교 대표팀과 리그도 만들기 쉽습니다. 축구나 농구, 육상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빠른 발과 민첩성을 살려 플래그 풋볼에 도전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진행자) 대학에서는 어떤가요?

기자) 역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 가운데 하나인 NAIA는 2021년 여자 플래그 풋볼의 공식 대학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참여 대학이 늘면서 플래그 풋볼은 NAIA의 정식 챔피언십 종목으로 발전했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플래그 풋볼 선수를 모집하고 장학금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에서 경기를 하더라도 졸업 이후 갈 곳이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학과 국가대표까지 이어지는 선수 경력의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가대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플래그 풋볼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열리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23년 플래그 풋볼을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추가 종목으로 채택했습니다. 남녀 경기가 각각 열리고, 남녀 각 6개 나라가 출전합니다.

각 나라의 선수 명단에는 10명이 들어가고 그중 다섯 명이 경기장에 나섭니다. 플래그 풋볼이 올림픽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LA 대회가 처음입니다. 미국에서 성장한 스포츠가 국제 종목으로 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태클 대신 깃발을 뽑는 스포츠, 플래그 풋볼의 성장과 올림픽 데뷔 준비를 살펴봤습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