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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재: 넷플릭스에서 자동차까지…모든 것이 구독이 되는 미국

시계 방향으로 좌측 상단부터 훌루(Hulu) 로고, 아마존(Amazon) 로고, 애플 TV+ 로고,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등 스트리밍 서비스 캡처 화면.
시계 방향으로 좌측 상단부터 훌루(Hulu) 로고, 아마존(Amazon) 로고, 애플 TV+ 로고,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등 스트리밍 서비스 캡처 화면.

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경제와 스포츠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키워드와 트렌드를 살펴보는 시간인데요.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기자) 혹시 지금 매달 돈을 내고 구독하는 서비스가 몇 개인지 바로 떠오르세요? 요즘 영화 보는 서비스, 음악 듣는 서비스, 휴대전화 사진 저장하는 공간까지 구독하는 서비스가 참 많잖아요.

진행자) 하나씩 떠올려 보면 꽤 될 것 같은데요. 정확히 몇 개인지는 세어 봐야겠네요.

기자) 그렇죠. 처음에는 좋아하는 드라마 하나 보려고 가입했는데, 어느새 다른 서비스도 추가하게 되고요. 사진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조금씩 돈을 내다 보면, 매달 결제되는 항목이 늘어나죠. 그런데 이제는 영화나 음악만 구독하는 게 아닙니다. 자동차의 운전 보조 기능도, 손에 들고 쓰는 휴대전화까지도 매달 돈을 내고 이용하는 상품이 등장했는데요.

오늘은 미국 기업들이 왜 이렇게 소비자를 ‘구독자’로 만들려고 하는지,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이것이 어떤 변화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구독이라는 게 새로운 방식은 아니잖아요. 예전에도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 구독했으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있었죠. 달라진 건 그 대상과 이용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서 집에 꽂아뒀다면, 이제는 음악 서비스에 접속해서 듣는 식인데요. 음반 한 장을 갖는 대신, 구독하는 동안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겁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 넷플릭스입니다. 처음에는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회사였는데, 1999년에 월정액 구독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회원이 정해진 요금을 내면 반납 기한이나 연체료 부담 없이 DVD를 빌려 볼 수 있도록 한 거죠. 이후에는 인터넷으로 영상을 보는 스트리밍으로 이어졌고요.

진행자) 영화를 한 편씩 빌리는 데서, 매달 돈을 내고 골라 보는 방식으로 바뀐 거군요

기자) 네. 소비자가 매번 “이 영화에 돈을 낼까?” 결정하는 대신, “이번 달에도 이 서비스를 계속 쓸까?”를 결정하게 된 거죠.

이런 방식은 일하는 데 쓰는 도구에도 적용됩니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이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어도비가 대표적인데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라는 구독 상품을 통해 프로그램과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필요한 도구를 구독해서 쓰고, 회사는 계속 기능을 개선하면서 이용자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영화나 프로그램은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요, 자동차 기능도 요즘에는 구독한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뜻인가요?

기자) 차 자체는 내 소유여도 특정 기능은 별도 이용료를 내는 겁니다. 테슬라의 ‘FSD 슈퍼바이즈드(Full Self-Driving Supervised)’가 그런 사례인데요. 운전자의 감독 아래 작동하는 첨단 운전 보조 기능입니다. 이름 때문에 완전 자율주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운전자가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하면 즉시 운전해야 하는 기능이고요.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이 기능을 월 99달러에 구독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구독을 취소하면 이미 요금을 낸 이용 기간까지는 쓸 수 있지만, 그 기간이 끝난 뒤에는 해당 구독 기능을 계속 이용할 수 없는 거죠.

진행자) 차를 샀다고 해서 그 차에서 제공하는 모든 기능까지 산 건 아니라는 얘기네요. 휴대전화도 비슷한 건가요?

기자) 휴대전화 사례는 조금 다릅니다. 기능이 아니라 기기 자체를 빌려 쓰는 방식인데요. 애플은 지난 7월 미국에서 금융업체 클라르나가 제공하는 ‘애플 업그레이드’라는 새 기기 리스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아이폰뿐 아니라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 컴퓨터도 대상입니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내고 기기를 사용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반납하거나, 조건에 따라 새 기기로 교체하거나, 별도의 금액을 내고 그 기기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매달 돈을 낸다는 점에서는 할부와 비슷한데, 차이가 있군요.

기자) 네. 할부 구매는 물건값을 나눠 내는 것이고, 리스는 계약 기간 동안 물건을 사용하는 대가를 내는 겁니다. 그래서 리스료를 다 냈다고 해서 기기가 자동으로 내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또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구독과 달리 기기 리스에는 정해진 계약 기간과 반납 조건이 있습니다. 매달 돈을 낸다고 모두 같은 계약은 아닌 거죠. 다만 소비 흐름에서 공통점은 있습니다. 처음부터 물건값 전부를 내기보다, 일정 금액씩 내면서 이용하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행자) 기업들은 왜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걸까요? 한 번에 돈을 받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기자) 구독 사업에서는 고객이 계속 남아 있는 동안 반복해서 매출이 발생한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물건을 한 번 팔면 다음 구매가 언제일지 알기 어렵지만, 구독은 현재 이용자 수와 요금을 바탕으로 앞으로 들어올 돈을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쉽죠. 그만큼 인력이나 서비스 개발에 얼마를 쓸지 계획하기도 수월해집니다.

결제업체 스트라이프도 구독 사업의 주요 장점으로 예측 가능한 수입과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꼽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기업의 관심도 달라집니다. “이번에 얼마나 팔았나”와 함께 “가입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나”가 중요해지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기업도 소비자가 계속 구독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야겠네요.

기자) 그렇죠. 영상 서비스는 보고 싶은 작품을 계속 내놓아야 하고, 프로그램 회사는 돈을 낼 만한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반복 매출이라고 해서 저절로 보장되는 돈은 아니니까요.

소비자에게도 장점은 분명합니다. 많은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구매할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상품에 따라 초기 비용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혜택은 얼마나 자주 쓰는지, 계약 조건이 어떤지에 달려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와 가입만 해놓고 거의 열어보지 않는 서비스는 같은 월정액이라도 가치가 전혀 다르겠죠.

진행자) 하나씩 보면 얼마 안 하는 것 같은데, 합치면 부담이 되는 것도 문제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가령 월 10달러짜리 서비스를 다섯 개 구독한다고 해보죠. 하나씩 볼 때는 작은 금액이지만, 합치면 한 달에 50달러, 1년이면 600달러입니다. 실제 평균 지출이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계산인데요. 여기에 무료 체험으로 시작한 서비스까지 유료로 전환되면,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무료 체험의 종료일과 결제 조건을 확인하고, 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라고 안내합니다. 이용하지 않아도 직접 해지하기 전까지 요금이 계속 나가는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돈을 계속 내는데도 내 것이 남지 않는다는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어떤 구독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정기 배송받는 구독은 받은 물건이 내 것이 되죠. 반면 영상이나 음악 서비스는 구독 기간에 이용할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구독을 모두 손해라고 할 수도 없고, 월 이용료가 낮다고 무조건 저렴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기기를 오래 쓰려는 사람이라면 구매해서 사용하는 총비용과 리스 비용을 비교해 볼 수 있겠죠. 서비스도 월 요금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이용할지, 중간에 해지할 수 있는지 함께 봐야 하고요. ‘매달 결제’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연간 계약의 요금을 나눠 내는 상품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돈을 계속 내는데도 내 것이 남지 않는다는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맞습니다. 구독은 필요한 것을 편리하게 이용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매달 유지할 지출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업은 우리가 다음 달에도 남아 있기를 바라겠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달에 얼마 안 하니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이걸 실제로 얼마나 쓰고 있나?”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소프트웨어로, 자동차 기능과 전자기기 이용 방식으로까지 이어진 변화인데요. 미국의 구독경제는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과 소비자가 돈을 쓰는 기준을 함께 바꾸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구석구석 USA’, 오늘은 미국 생활 곳곳으로 확대되는 구독경제에 관해 조상진 기자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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