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푸에블로호 나포 53주년…반환 시 "미북관계 돌파구 계기" vs "좋은 제스처 불과"

북한은 지난 1968년 공해상에서 나포한 미 해군함 푸에블로호를 평양 대동강 변에 전시해 놓았다.

북한이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 호를 나포한 지 53년이 지났습니다.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미-북간 오랜 대립의 상징인 푸에블로 호를 북한이 미국에 반환할 경우 미-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53년 전인 1968년 1월 23일, 미 해군 함정 푸에블로 호는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미그기와 초계정 등을 동원한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미국은 그 해 12월 북한 영해 침범에 대해 사과하는 문서에 서명했고, 북한은 나포 당시 사망한 시신 한 구와 82명의 승조원을 송환했지만 푸에블로 호는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53년 전 이 날을 기억하며 미 하원에는 최근 지난 회기에 이어 또다시 북한에 푸에블로 호 반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습니다.

결의안은 이달 초 출범한 117대 의회 새 회기에 발의된 한반도 관련 첫 안건입니다.

결의안에도 명시됐듯이 미국은 푸에블로 호가 국제법상 공해상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던 도중 북한에 불법으로 나포됐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북한은 푸에블로 호를 평양에 전시해 반미 상징물인 전리품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푸에블로 호 반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푸에블로 시가 있는 콜로라도주를 중심으로 간간히 제기됐었습니다.

특히 콜로라도주를 지역구로 하는 연방 하원의원들은 2018년 미-북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과 2019년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에 푸에블로 호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각각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보냈고, 결의안도 발의했습니다.

북한이 푸에블로 호를 반환한다면 미국에 선의를 입증하는 상징적 제스처로서 양국 간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입니다.

북한이 나포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내부에 승조원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푸에블로 호 반환이 미-북 관계 돌파구 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 전직 관리들의 견해는 엇갈립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22일 VOA에 “신뢰 구축 조치는 양자 혹은 다자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의 푸에블로 호 반환과 같은 제스처는 대북 관계에서 미국과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are…”

반면,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훔친 물건을 돌려주기로 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If they decide to return…”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푸에블로 호 반환은 “좋은 제스처일 테지만 전 세계, 특히 미-북간 문제는 제스처 이상의 것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갈루치 전 특사] “I think it would be a nice gesture…”

북한이 푸에블로 호를 반환하기로 한다면 미국에 선의를 보여주는 것이 되겠지만 이것이 성공적인 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은 과장된 해석이라는 겁니다.

푸에블로 호 반환에 대한 미-북 간 논의는 과거에도 비공식 차원에서 간간히 이뤄졌지만, 북한이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을 요구해 미국이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힐 전 대사는 “북한이 푸에블로 호 반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며 “두 번째는 미국이 국가 재산에 두 번 돈을 지불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03년 북한을 방문해 푸에블로 호 반환을 제안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는 북한의 푸에블로 호 반환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그레그 전 대사] “I think they would not accomplish…”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단계일 것”이라며, 푸에블로 호 반환 제안을 미-북 관계 개선 방안의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