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정원 “김정은 심장 시술·수술 안 받아…‘코로나’로 공개 활동 역대 최소”

지난 2일 한국 서울 시청역 대기실에 설치된 TV에 잠적한 지 20일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심장 관련 시술이나 수술을 받지 않았다며 ‘건강 이상설’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역대 최소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적어도 심장 관련 시술이나 수술 등을 받은 것은 없고 공개 활동을 안 할 때도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현안 보고 직후 기자들에게 이 같은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20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때 ‘위중설’ 또는 ‘사망설’까지 나돌았다가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가한 모습이 지난 2일 공개돼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켰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심장 시술 또는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이어졌습니다.

한국 내 일부 언론에선 김 위원장이 재등장한 사진에서 오른쪽 손목 안쪽에 검은색 점 자국이 있다며 심혈관 시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적어도 심장 관련된 건강 이상은 없다”며 “만약 그 정도라면 아무리 가벼운 수술이라도 북한 지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4∼5주 정도는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또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횟수가 5월 6일 현재 17차례로, 예년 같은 기간 평균 횟수인 50회와 비교해 66% 감소한 역대 최소 수준”이라고 밝혔다고 김병기 의원이 전했습니다.

[녹취: 김병기 의원] “이는 김정은이 군 전력과 당정회의를 직접 챙기는 등 내부 전열 재정비에 집중한데다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공개 활동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올해 첫 현지 지도를 했던 순천인비료공장의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주민들에게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자력갱생의 자신감을 주입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코로나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최대 현안인 코로나 방역과 물가 대책 수립, 군기 확립을 지시했다”며 “북한이 지금까지 코로나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1월 말 국경 봉쇄 전에 북-중 간 인적 교류가 활발했다는 점에서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확진 진단 장비와 시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초기부터 국경 봉쇄와 해외 입국자 격리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판단한다”며 “조미료와 설탕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달러 가치도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올해 1분기 북-중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2억3천만 달러고, 3월 한 달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1천800여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장마당 개장률도 감소하는 등 상거래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평양에선 생필품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병기 의원] “수입식료품 가격 일시 급등 등에 따른 물가 불안 심리로 평양 주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백화점과 상점에 인파가 몰리고 줄서기 현상까지 발생했으며 북한 내각과 보안성을 중심으로 식료품 긴급 수입, 매점매석 단속 등 다양한 물가 안정화 조치를 시행해서 물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합니다.”

국가정보원은 이와 함께 북한이 대외 결제 기준 통화를 달러로 환원한 사실도 밝혔습니다.

북한은 앞서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비하고 유럽과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대외 결제 기준 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 당국의 환원 조치에 대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체제와 질서 정돈을 강조한 데에 대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백화점과 장마당 내 상거래와 대외 금융거래시 달러화를 주로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동향과 관련해선 포착된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김병기 의원은 전했습니다.

[녹취: 김병기 의원]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는 2018년 말 이후 가동 중단 상태이고 재처리 시설 가동 준비 징후는 식별되지 않고 있으며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특이동향이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서는 고래급 잠수함과 수중사출 장비가 지속적으로 식별되고 있다”며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의 진수 관련 준비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