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고인민회의 직전 박격포 훈련 지도…“내부 결속 다지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박격포병구분대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박격포 사격훈련 지도에 나섰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으로 내부 결속을 위한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 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훈련 지도가 이뤄진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통상 하루 뒤 보도를 해온 관행을 감안하면 9일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달 21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을 지도한 이후 약 3주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마지막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던 지난달 29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현장에는 참관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28일 인민군 확대타격훈련 지도로 올해 첫 군사행보를 개시한 이후 단거리 발사체 발사, 포병훈련 지도를 이어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훈련 자체는 통상적인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10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직전에 포 사격훈련 지도에 나선 배경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현장 사진에 따르면 베이지색 사냥용 모자와 흰색 상의와 겉옷을 입고 군 간부들을 지도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입니다.

국민대 전현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힘든 시기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위해 또다시 이미지 정치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교수] “김일성 흉내내기죠. 지금 여러 가지로 위기잖아요 북한도. 경제 제재도 계속되고 국내적으론 코로나도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수령님이 했던 식으로 돌파하겠다, 그러면 이 문제를 돌파하는 데 소위 빨치산식 돌파를 해야되는 거에요.”

김 위원장은 이전에도 김일성 주석을 연상하게 하는 옷차림이나 안경 등을 종종 착용하며 체제 정통성 과시와 내부 결속에 이를 활용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물론 수행 간부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 현장 사진엔 수행 간부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가 지난달 21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전술지대지미사일 시험사격을 지도할 때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 겁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는 북한이 세계보건기구, WHO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한 보고 내용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연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제는 단지 북한이 ‘신종 코로나’ 안전지대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보다 방역 대응에서 리더십이 앞섰다고 선전하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북한이 얼마나 방역 부분이 우수한지 그 다음에 인민과 관련해 사망자나 의심환자가 없다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대비되는 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포병중시, 포병강화의 구호를 내들고 포병싸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본인이 포병부대 출신이잖아요.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포병에 대해선 예전부터 애착을 가져왔고 자신이 뭔가 군 시찰을 하더라도 포병부대를 갈 경우엔 상당히 구체적인 과업지시를 한다거나 지적을 한다거나 이런 것을 해왔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기가 많이 아는 것에 대한 관심, 또 한편에선 그것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도 있는 거고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과의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저강도 군사행보를 지속할 뜻을 또 다시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