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순항 이어 탄도 미사일 발사…전문가들 "미 대북정책 압박 본격화"

25일 한국 수서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쏜 지 나흘만에 동해상에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쏨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차츰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5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한반도 동해상에 쏜 것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지 나흘만의 일입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1일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지 않지만, 탄도미사일은 저촉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무력시위의 강도를 차츰 높여가면서 탄도미사일을 동원한 본격 도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존재감 부각 차원에서 순항미사일을 쐈는데 미국과 한국의 반응이 생각보다 약하다고 판단하고 무력시위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순항미사일 발사로 일단은 의도했던 이슈화가 덜 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요. 왜냐하면 미국도 한국도 합참에서 보도를 안 했으니까요. 그래서 좀 더 고강도로 높여서 수위를 조절했고, 지금도 아마 미국의 반응을 볼 것 같고 상황이 악화되느냐 진정되느냐, 이 상황에서 상호 탐색전이 계속되느냐는 미국의 반응에 달렸다고 봐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 중이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정책이 공식화하기 전에 이를 바꾸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는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단을 요구했던 미-한 연합훈련이 실시됐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방한해 북한 인권문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점, 미 사법당국의 요청에 따라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국적자를 불법 돈세탁 혐의로 미측에 인도한 사건, 미국의 공동제안국 참여 속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일련의 상황들이 북한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신범철 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도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그냥 원칙적인 내용만 담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이렇게 판단을 한 것 같고, 그걸 바꾸기 위해선 북한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미-한-일 세 나라 안보실장이 다음주 회의를 열고 마지막 검토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한-일 세 나라 안보실장 회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미국이) 대북정책 리뷰를 했고 다음주에 한-미-일 안보실장 만난다는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게 나온 다음에 하는 것 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강수를 하나 선제적으로 해주는 게, 그러면 아무래도 미국이 다시 또 생각하게끔 해주는 측면이 있잖아요. 그런 걸 감안해서 한 것 같아요.”

북한의 도발 배경에는 미-중 갈등 고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양국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됐고 이어 북-중 최고 지도자간 친서 교환을 통해 양국 관계 강화 의지를 천명한 흐름 속에서 북한이 도발에 나섰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관계없이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만, 지금껏 단거리 발사를 두고 국제사회가 유엔 차원에서 대응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향후 도발 수위를 더 높이더라도 중국이 추가 제재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을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결정적인 변수는 결국 미-중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18일 앵커리지 회담을 보고 나서 확신을 좀 가진 부분이 있는 거죠. 그리고 시진핑과의 친서가 오고 갔고, 왜냐하면 탄도미사일을 쏘게 되면 안보리로 갖고 갑니다. 트럼프는 안 그랬지만 바이든은 갖고 가거든요. 사실 단거리 미사일로 추가 제재는 된 적은 없어요.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강경 대응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고 그런데 중국이 거기에 대해서 거부하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까지도 북한이 1차적으로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기에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4월 중 발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 도발은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따라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일단은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연속으로 쏜 것은 북한이 그들에게 익숙한 벼랑 끝 전술로 돌아섰다고 볼 여지가 있고요. 앞으로 아마 중요한 시기가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될 겁니다. 그건 의미있는 날이니까 나름대로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날을 전후해서 강도 높은 도발의 가능성도 있죠.”

신범철 센터장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향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전략도발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며, 다만 지금은 자신들의 불만을 각인시키기 위해 미-한-일 안보실장 회의를 앞두고 또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