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헨 전 부차관보] "인권 빠진 핵협상 성공 전례 없어...한국, 북한 비위 맞추지 말아야"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 사진=Brookings Institution.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이견이 미-한 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핵합의가 성사된 전례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첫 고위급 방한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배경은 뭘까요?

코헨 전 부차관보) 블링컨 장관은 미-한 동맹이 그저 군사 관계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한 동맹은 가치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고요. 한국과 미국 모두 민주주의 체제이고, 동북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증진할 공동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동맹은 연합 군사훈련을 통해서만 강화되는 게 아니며, 안보와 인권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평화는 군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욱 열린 사회와 인권 존중이 담보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그런 인식이 수사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지려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초기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블링컨 장관은 이미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할 것으로 봅니다. 가치에 기반을 둔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첫 번째 조치가 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인권 관련 대화나 조치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인권특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입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는 목적은 인권 존중 의식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고요. 북한 관리들과의 대화도 추진해야 하지만 특히 유엔과 같은 기관에서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 임무입니다. 북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전략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는 직책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또 이런 전략과 프로그램을 어떻게 정책화하고, 어떻게 비핵화 협상과 맞물리게 할 것인지도 연구합니다. 북한인권특사 임명은 법에 명시된 것으로, 미국이 인권 정책을 실제로 정책화하고 인권을 보다 전면에 둘 계획인지 판가름할 지표입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현실적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해 당장 손댈 수 있는 또 다른 조치가 있습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우선은 인도주의 지원이 어떤 식으로 이행돼야 하고, 제재 해제는 어떤 상황에서 가능한지 재확인해야 하는데, 여기엔 인권 증진이 조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기 위해선 정치범 석방을 비롯한 다수의 인권 관련 조치가 사전 조건이라는 것은 미국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정확히 인지하고, 제재 해제를 절실히 원하는 북한에 이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역할을 북한인권특사가 맡게 됩니다.

기자) 미-북 양자 회담이 재개된다면 이런 주제를 다 포함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코헨 전 부차관보) 우선은 유엔총회 등의 다자 협의에서 평화 증진 방안으로서 인권 개선과 동북아의 열린 사회에 대해 논의해 합의문으로 통합한 뒤 이를 (미-북) 양자 회담에 반영하는 수순입니다. 따라서 전략 수립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이런 노력은 특히 유엔에서 두드러질 것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했으니까요. 미국은 이미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은 또 2019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의제로 상정하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일 겁니다. 따라서 유엔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결속 강화에 전례없는 큰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또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결의안을 채택할 나라들을 불러 모을 것이고, 미국은 이 문제에 적극 관여할 것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미한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기자회견를 하고 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정책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실제로 다르다고 판단하시나요?

코헨 전 부차관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인권과 관련해 맹렬한 비난과 “이름 불러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가 주를 이뤘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권을 무기와 압박점으로 활용했다는 뜻입니다. 북한의 경우엔 핵 협상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고요.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인권특사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북한 인권 전략을 개발하려고 하지 않은 채 그 자리는 4년간 공석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설까요?

코헨 전 부차관보) 미국은 한국과 의견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과 남북관계에서 인권을 긴장 요소로 간주하고, 남북관계에서 인권 문제를 빼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두 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없다면서 핵무기와 인권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문제시돼야 합니다.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북한보다 훨씬 핵 강국인 옛 소련과 협상할 때도 인권은 늘 의제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1975년 동서 진영 35개국 사이에 체결된) 헬싱키협약 체결과 관련해서도 소련 내 유대인 이주와 정치범 석방, 종교 박해 문제 등이 논의되고 관련 조치가 뒤따랐습니다. 이 모두 핵 문제 협상과 동시에 이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세종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는 문정인 씨가 핵과 인권을 동시에 다룰 수 없다고 했는데,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돼야 합니다. 오히려 인권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핵 합의가 성사된 전례는 없습니다.

기자)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 대북 협상이 깨질 위험이 크다는 게 한국 정부의 논리인데요.

코헨 전 부차관보) 인권 문제를 열외로 취급함으로써 북한으로부터 ‘적대시 정책’ 비난을 받지 않으려는 노력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앞서 질문하면서 ‘수사(rhetoric)’라는 말을 했는데, 수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수사가 그저 북한을 비난하는 데서 끝나면 비효율적이지만, 수사는 우리가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인권과 안보에 어떤 연계성이 있고 이것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합니다. 효율적인 북한 인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런 견해를 일치시켜야 합니다.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문제를 제기하셨는데요. 현재 한국의 대북 인식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합니다. 그리고 인권을 평화의 걸림돌로 여깁니다. 인권을 그저 문 앞에 놔둘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의 힘은 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속성이라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런 가치를 마치 외투처럼 벗어 다른 곳에 걸어두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가치야말로 한국의 참모습이고 북한에 위협으로 작용합니다. 한국은 이 가치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른 데다 치워두고 평화를 얻을 순 없습니다.

기자) 한국이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우리는 이런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다 포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도적 지원, 인권 우려, 정치, 관계 정상화, 군사, 전략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남북관계에 단지 한 가지 사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반도 안보에 중심 사안(인권)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감시와 수용소에 근거를 두고 인권에 대한 어떤 존중심도 결여된 체제를 가진 나라와 정상적 관계 수립을 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치가 없는데 어떻게 남북한의 결속과 진정한 관계를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 인권이 배제되면 정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보상에 대해 말할 수 없는데, 무슨 경제 관계와 협력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겠습니까? 개성공단에서 이미 경험한 일입니다.

기자)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의 소극적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한국이 유엔에서 어떻게 행동했습니까? 많은 나라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지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공동제안국에서 빠졌습니다. 북한에 인접한 한국이 인권결의안 문구를 공동으로 지원하고 뒷받침하지 않는 모습이 다른 나라에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한국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까?

기자) 전현직 당국자를 포함한 미 조야에서도 그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눈에 매우 잘 띄는 문제입니다. 한국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지지하다가 중간에 (2004, 2005, 2007년) 갑자기 기권했었습니다. 그 뒤 다시 정책이 바뀌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며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습니다. 결의안에 담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보여준 것입니다. 한국은 이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지지했고, 이를 의제로 한 유엔 안보리의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지난 몇 년 간 이런 입장을 철회했고, 그 변화는 뚜렷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일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북한 인권 개선을 옹호하고 이 문제를 다루려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유엔 총회와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은 모두 중요한데, 한국은 여기서 걸어 나가버리고 갈팡질팡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의 협박과 경고에 따른 결과이고, 자존감이 없는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로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과 한국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