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최대 유연성, 북한 비핵화 추구 방식 한 가지로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지"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대북정책에서 ‘최대 유연성’을 갖겠다는 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방식을 한 가지로만 제한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대행은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최대 유연성 (maximum flexibility)’이란 말을 통해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도달하는데 한 가지 이상의 방식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It's meant to convey that there may be more than one way to meet this objective. In that sense I think it's a smart approach.”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이는 영리한 접근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19일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한 정상회담에 관한 전화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전략과 관련해 “목표는 이 과정이 도전적일 것이란 점을 이해하고 여기에 최대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최대 유연성’이라는 표현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쓰였던 ‘최대 압박’과 대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없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I think so. I think it conveys the fact that this truly was a comprehensive review of what has worked and what has not worked in past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and therefore, to say that we are trying to learn some lessons, both from the failure of the Trump approach, and the limited successes of previous approaches.”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패한 접근법과 제한적인 성공을 거둔 이전 접근법 모두에서 교훈을 배우고자 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역시 ‘최대 유연성’이라는 말에 주목하며 용어가 ‘최대 압박’에서 ‘최대 유연성’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We've gone from maximum pressure to maximum flexibility which I think is very interesting… If you look very carefully at the language that the administration has been using to describe their new policy, what you see is language that is very carefully crafted for the purpose of appealing to multiple conflicting audiences.”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표현들은 서로 다른 이해 관계가 있는 다수의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신중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administration has very carefully calibrated its language about the new policy to appeal to a number of audiences -- South Korea, Japan, North Korea, and the American people. So there's language in there that appeals to all of those audiences. And some of it is quite contradictory.”

한국과 일본, 북한 그리고 미국인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정책에 대한 표현을 조심스럽게 ‘세밀히 조정’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향후 대북 정책을 펼쳐 나가는데 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t is to maintain freedom of action and maintain the ability to go in a number of different directions to basically keep the administration's options as wide open as possible.”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택지를 가능한 한 최대로 넓게 열어놓았다는 겁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대 유연성’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깊이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표현을 쓴 것은 미국이 하나의 계획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탐색할 준비가 돼 있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의도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wouldn't read too much into the phrase ‘maximum flexibility.’ I think the intent is to signal that the US is not committed to any single plan but is prepared to explore a number of options to make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 for example, what the DPRK would do to limit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nd what the U.S. and its allies would do in return.”

예를 들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미국과 동맹국들의 상응 조치가 달려 있다는 겁니다.

마크 토콜라 전 주한미국 부대사는 ‘최대의 유연성’은 ‘세밀히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법'과 비슷하게 들린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전 부대사] “It was very similar to a ‘calibrated, practical, open approach’…another set of words, which mean an openness to talk.”

토콜라 전 부대사는 이런 표현들은 확실히 압박 보다는 유연성과 개방성을 보여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전 부대사] “The theme definitely is flexibility and openness, rather than pressure. I think the administration is signaling that it's ready to do diplomacy.”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이같은 표현이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it's encouraging… I think flexible means, in my view, it would be learning from the past, I mean, North Korea is not going to just give up its nuclear weapons.”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추구하겠다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것이며, 여기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그냥 포기하지는 않을 것임을 인식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겁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d have to be flexible and giving them some deliverables in return for them moving towards denuclearization.”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그러면서 북한을 비핵화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유연성을 갖고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미한정책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 시점에서는 정책 자체 보다는 북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를 공개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 tells me that the administration is publicly revealing a posture more than a policy at this point.”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의 대응을 공개적으로 예단하거나 북한의 대응을 추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는 겁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it’s because they don't want to publicly prejudge any North Korean response, or making an assumption about North Korea's response.”
스나이더 국장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유연성’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해법에 적대적인 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