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 ‘인도주의 지원’ 추진…북한 “외부 지원 허용 안 해”

지난해 12월 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대북인도지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정상외교를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해 기회 있을 때마다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벌이는 미 민간단체들에 대한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최근 국무부가 “인도적 목적을 위해 북한 방문을 모색하는 이들이 복수 방문 특별승인 여권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티븐 비건 부장관은 지난 11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에서 화상으로 행한 연설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인하며, 국무부는 지원단체들의 활동을 최대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을 방문할 때 마다 국무부의 ‘특별승인’을 받아야 했던 미 구호단체들은 ‘북한 복수 방문 특별승인’을 오랫동안 요구해왔습니다.

이런 ‘민원’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관련 조치가 미 단체들의 대북 지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사실상 중단된 상황임에도 추진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서도 미 민간단체들의 북한 방문과 관련해 전향적인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되기 전인 2018년 12월 말, 한국을 방문한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공항에서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비건 특별대표] “I understand that many humanitarian aid organizations, operating in the DPRK, are concerned that strict enforcement of international sanctions has an occasionally impeded the…”

북한에서 활동하는 지원단체들이 엄격한 제재로 인해 적절한 인도주의 활동이 지연되는 상황을 이해한다며,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고 북한여행 금지 조치도 일부 완화할 방침을 밝힌 겁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방침을 거듭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였습니다.

미국은 그 해 봄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축소하는 등의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냈는데, 비건 대표의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 해제가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하며 제재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국면에서 그동안 꺼려했던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었던 지난 3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협력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북 지원 의사를 거듭 확인했고, 실제로 북한에 구체적인 지원 의사를 제안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녹취: 폼페오 국무장관] “We’ve done that through the World Food Bank, we’ve done it directly, and we have assisted other countries and made clear that we would do all that we could to make sure that their humanitarian assistance could get into that country as well…”

폼페오 장관은 국제기구를 통해, 그리고 직접적으로 대북 지원을 제안했다면서 “인도적 지원이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 협력 의사를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따뜻한 편지”였다고 반응하면서도, 지원 제안은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북한이 코로나에 이어 홍수와 태풍 피해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외부로부터의 어떤 지원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