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사위협 고조..."긴장 조성으로 대미 압박, 주민 불만 '남으로' 돌려"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한국 내 탈북만단체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청년학생 집회가 열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공개적으로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하면서 북한이 강공책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향후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13일 담화를 통해 사실상 한국에 대한 군사행동을 예고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한국과 결별할 때가 됐다며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담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들의 군대가 “인민들의 분노를 다소나마 식혀줄 그 무엇인가를 단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혀 군사적 도발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낼 때만 해도 북한의 대남 공세가 이렇게 짧은 기간 내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수위로까지 끌어올려질 것으로 예상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김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 한국 청와대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 NSC까지 소집해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대북 단체에 대한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와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불만이 단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 때문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며,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서 비롯된 한국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과 관련한 불만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핵 무력 완성을 우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리하게 협상을 벌이려던 큰 그림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데 대한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고 있는 게 사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총체적으로 실패했는데 그 원인을 제공한 게 남한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북한은. 왜냐하면 하노이 결렬부터 시작해서 9.19 평양 공동선언, 4.27판문점 선언 다 한국이 끌어내서 나왔는데 결국 지금 당했다, 이런 복합적 불만이 폭발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전단은 핑계에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겹치면서 북한의 경제난이 한층 심각해진 내부 상황 또한 김정은 정권이 대남 공세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하게 펴고 있는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2일 늦은밤부터 만 하루도 안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그리고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잇따라 나온 것은 북한의 초조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경제적 내구성이 다 돼가니까 이것을 돌파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을 활용해서 한반도 긴장 조성을 한다, 그것을 통해서 미국을 압박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북한 내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이죠. 늘 북한이 하던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도 불만이 왜 없겠습니까. 코로나19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니까 남한 정부와 탈북자 탓이라고 그렇게 돌리는 거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수준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군사합의 파기를, 13일 담화에서 대남 대적 대응을 군부에 넘기겠다고 밝힌 대목을 연결 지어보면 이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담화에서 한국 정부를 골치 아프게 할만한 일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대목을 상기하면서 해안포 사격, 서해 북방한계선 NLL 침범, 임진강 수문 기습 개방 등을 도발 카드로 쓸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해안포 사실 포신 씌우게 돼 있는데 그것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어선 풀어서 NLL 넘고 자기들 경비정도 어로통제한다는 명분으로 같이 내려와 보십시오. 옛날에 있었던 해상 상황과 똑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죠. 그럼 이것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자칫 강하게 대응하면 옛날같이 연평해전이 나버리는 거고요.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북한이 지금은 한국에 대한 공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미국을 겨냥한 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은 현 단계에선 크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공세의 궁극적인 노림수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이번 공세의 특징은 모든 걸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가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한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난 심화로 내부 불만을 걱정해야 하는 김 위원장으로선 북한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입법부 과반을 장악한 한국의 정치 상황을 활용해 실리와 명분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협상 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반면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한국에 실망한 북한이 남북관계를 미-북 관계의 하위개념으로 명확히 하면서 한국을 겨냥해 정면돌파 노선을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밀어부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공세는 사실상 한국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 대오에서 이탈하길 원하는 것이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선택할 순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북한과의 대화 제안은 실효를 얻기 보다는 협상력만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