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최근 북한과 거래한 금수품목의 규모가 8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반적으로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 속에서도 일부 나라들은 안보리와 다른 해석을 내리거나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서 생긴 일이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약 1년 5개월 간 북한과 금수품 거래 기록을 남긴 총 25개 나라와 물품의 종류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5개 나라가 이 기간 북한과 거래한 물품의 총액은 약 7천900만 달러였으며, 거래한 물품은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즉, HS 코드 72와, 74, 84, 85 항목으로 구분되는 대북거래 금지 품목들이었습니다.
HS코드 72와 73에는 각각 철강과 철강관련 제품이 포함돼 있고, 84는 기계류, 85는 전자기기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처음으로 금수품과 관련된 HS 코드를 명시하며 북한으로 수출하거나, 북한으로부터 수입할 수 없는 물품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과 금수품 거래가 가장 많은 나라를 중국으로 꼽았습니다.
북한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금수품 거래 규모는 전체의 약 65%에 달하는 5천200만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은 거래는 HS코드 72와 73에 해당하는 철강관련 제품에서 이뤄졌으며, 기계류나 차량(86~89) 등에서도 수십 만 달러의 기록을 남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 밖에 독일과 인도, 가나,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도 북한과 HS코드 72와 73에 해당하는 철강관련 제품을 적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최대 수백 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고, 전문가패널은 지적했습니다.
안보리가 구체적인 HS 코드를 결의에 명시했고, 이들 나라들이 해당 HS코드에서 수출입 기록을 남긴 만큼, 해당국들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부 나라들은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 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를 금수품 거래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철강관련 제품 등이 포함된 HS코드 72와 73에 대해선, 2397호에 앞서 채택된 결의 2371호가 철과 철광석 등 구체적인 광물을 특정해 금수품으로 지정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철과 철광석 혹은 관련 제품은 HS코드 72와 73에 포함되는 여러 품목의 일부일 뿐, 나머지 다른 품목들은 여전히 거래가 가능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 밖에 대북 수입이 금지된 섬유제품이나 기계류 등에 대해선 ‘실수’ 혹은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전에 거래했던 품목들이 뒤늦게 기록되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일부 품목들은 비정부기구(NGO) 등이 대북제재 면제를 받아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한 품목이 포함돼 있다고, 전문가패널 측에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나라들은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서 생긴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철과 철광석 그리고 섬유, 전자기기 등 총 79만8천 달러어치를 북한과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해당 거래가 무역 업무에서 한국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코드인 ‘KR’ 대신 북한용 코드 ‘KP’를 잘못 기재해 생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스페인, 우크라이나, 영국, 우르과이 등도 같은 실수로 한국 대신 북한으로 수출입이 잘못 기록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나라들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나라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러시아와 세네갈, 케냐, 인도, 코스타리카 등 15개 나라는 전후 사정을 묻는 전문가패널의 문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제재 위반 논란과 별도로 이번 자료를 통해 북한의 실제 무역 수치에 대한 정확성에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ig problem with this is that the level…”
수십 억 달러의 거래 기록을 갖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의 무역 규모는 매우 작기 때문에, 일부 나라들의 실수가 북한의 무역관련 수치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또 이번 기록이 공식 무역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밀무역 등을 통한 제재 위반 사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se are legal and confessed…”
브라운 교수는 각 나라들이 북한과의 무역을 기록했다는 건것은 합법적으로 인식하거나 ‘자백’을 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설령 제재 위반 소지가 있더라도 ‘의도성’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