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인터뷰] 히난 소장 “북한군 포로 신원 재공개도 위험…당사자·가족 보호 우선해야”

제임스 히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이 10월 22일 VOA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이 북한군 포로들의 신원이 이미 알려졌더라도 이를 반복해서 공개하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주민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처우에 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북한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묻기 위한 증거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은 북한군 포로 문제를 다룰 때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22일 VOA를 방문해 진행한 대면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이송됐다고 보도된 북한군 포로 두 사람의 보호 문제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어 “두 사람의 신원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매우 우려했다며, 제3차 제네바협약에 따라 전쟁포로의 신원을 이런 방식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당국이 위법한 행동을 했다고 여기는 사람뿐 아니라 가족들도 가혹한 처우를 받을 수 있어, 신원 공개가 여러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신원이 공개됐다고 해서 다시 공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 이들의 신원을 계속 공개하면 가족들이 처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히난 소장은 “두 포로에 관한 논의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다만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이송 합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해당 합의에 대해서는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 사람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설명은 공개된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담을 원하는 북한 출신 주민들을 만나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것이 사무소의 업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두 사람과의 면담을 요청할 수 있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요청이나 면담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히난 소장은 두 포로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정신건강과 심리·사회적 지원을 포함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안녕이 이야기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 히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이 10월 22일 VOA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강제북송 주민 보호…“송환 전 인권 침해 위험 판단해야”

히난 소장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주민들의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최근 유엔 독립 인권 전문가들이 송환자 다수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누구든 돌려보내기 전에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의 보고서들은 송환자들이 자의적 구금과 학대, 불공정한 재판 등의 위험에 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이 이들을 이주민으로 분류하더라도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은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는 곳으로 사람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이와 관련해 히난 소장은 강제북송된 사람들이 해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따라 처벌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한국에 가려는 의사를 보였거나 기독교를 받아들인 사람, 기독교 목회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훨씬 가혹한 처벌이 가해지는 사례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김철옥 씨의 생사와 소재를 파악했느냐’는 질문에는 사무소의 업무 방식상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북한을 떠났던 여성들 가운데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 결혼 등에 내몰린 사람들이 많았다며, 송환된 사람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북한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넘어가는 사람뿐 아니라 북송되는 사람도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인 억류에 “영사 접근·공정한 재판 우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구금과 재판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이들이 받아야 할 영사 접견이 보장되지 않았으며, 재판의 공정성과 구금 방식, 유죄 판결에 사용된 증거를 확보한 과정에도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이런 문제들을 공개 보고서와 비공개 접촉 등을 통해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내 수감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억류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매우 많다”며, “이러한 구금이 자의적이라는 것이 유엔의 입장”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 지난 10년간 개선 없어…일부 분야 크게 악화”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개선되지 않았으며,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오히려 크게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와 주민 이동의 자유, 식량과 의료 접근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실제 사형 집행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의 수가 늘어난 점을 주요 우려로 꼽았습니다.

강제실종 피해자와 가족들이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오래된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뿐 아니라 가해자들도 나이가 들고 있어, 진상 확인과 정의 실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구금시설에서는 학대가 줄었고 중앙 당국이 구금자를 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 접근 확대도 “주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돼”

히난 소장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 인권 문제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제도화된 강제노동이 수입을 창출하고 자원을 군사 부문으로 돌리는 데 이용되는 등 인권 침해와 군사화가 연결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군인들이 주택과 도로 건설, 농사 등 군사 임무 이외의 활동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는 강제노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군인들의 식량과 의료 접근, 가혹행위, 군내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대북 정보 전달과 접경지역 주민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외부 정보 차단이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심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비준한 인권조약의 내용조차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를 공개하도록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외부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 자체가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정보 접근을 넓힐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임규명 “형사재판뿐 아니라 피해자 지원도 포함”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규명과 관련해서는 형사재판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지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는 일, 심리적 지원과 금전적 배상을 받는 일도 책임규명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등을 통한 형사책임 추궁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다고 책임규명을 위한 활동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사무소가 북한 인권 침해에 관한 자료 수천 건을 중앙 증거 저장소에 축적하고, 국제형사법에 따라 분석·분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국 밖에서 발생한 범죄를 다룰 수 있는 관할권을 가진 유엔 회원국이 요청할 경우 일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규명은 장기적인 목표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 수집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