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신원 확인이 800번째를 기록했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 사람의 미군도 실종자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핵심 원칙을 거듭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신원 확인을 통해 미군 참전용사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지난 6일부터 이틀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린 '한국전·냉전 참전 실종자 연례 정부 설명회'에서 한국전쟁 참전 미군 신원 확인이 800번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앤서니 타타 미국 국방부 인사·복무여건 담당 차관은 브리핑에서 "6일 DPAA가 한국전쟁 800번째 신원 확인을 기록했다"며 "텍사스 주 태프트 출신 리카도 가르사 일병을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게 돼 자랑스럽고 겸허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가르사 일병은 1950년 7월 11일 미군 육군 21보병연대 소속으로 한국 조치원 인근에서 북한군의 공격을 받고 전사했습니다.
타타 차관은 "정전 이후 가르사 일병의 유해는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오랫동안 하와이 태평양 국립묘지에 무명용사로 안장돼 있었다"며 "현대 법의학 기술과 DPAA 팀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가르사 일병과 그 가족이 마침내 안식을 찾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르사 일병의 사연은 "전우를 결코 남겨두지 않는다는 협상 불가능한 핵심 원칙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고, 앞으로도 미군 참전용사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설명회에는 6.25한국전쟁과 냉전 참전 미군 실종자 약 240명에 관련된 유가족 약 450명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3대에 걸친 가족도 참석했는데, 미국 육군 제임스 존스턴 상사의 아들 로버트 존스턴 씨는 아내와 아들, 손자와 함께 참석해 부친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존스턴 상사는 1950년 12월 장진호 전투 당시 '페이스 특임부대' 소속으로 함경남도 신흥리 일대에서 전사했습니다.
존스턴 씨는 "아버지가 영하 30도의 북한 참호에서 편지를 보내 제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며 "제 가족은 북한과 한국, 또 모든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제임스 프레드 존스턴 상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켈리 맥키그 DPAA 국장은 존스턴 씨 가족의 사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3대에 걸친 참석은 그 기억과 사연을 이어가는 동시에, 우리에게 필요한 답을 찾아내라는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3월 공개한 'DPAA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관련 실종자 8천157명 가운데 당시 기준 777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7천380명은 미수습 상태였습니다. 이번 800번째 신원 확인으로 미수습자 수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7천여 명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DPAA는 북한 내에서도 유해 발굴과 반환 활동을 벌여왔으며, 1990년부터 1994년 사이 북한이 208상자 분량의 유해를 반환했습니다. 또 1996년부터 2005년까지는 DPAA가 조선인민군과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이후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55상자의 유해를 추가로 반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 공동 발굴 작업은 2005년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DPAA는 공동 현장 활동 재개를 위한 제안서를 마련하고 북한 측에 만남을 요청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 가운데 약 5천여 명의 유해가 여전히 북한 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